김남훈 서원대 경영부동산 겸임교수·한국공인중개사협회 충북도회 상당구지회장
우시장과 도축장이 자리했던 청주 흥덕구 송절동 일대가 새로운 주거지로 바뀌고 있다. 청주테크노폴리스 바로 옆이어서 이곳의 변화를 단순한 아파트 공급으로 보기는 어렵다. 공장과 산업시설 위주로 짜여 있던 서부권에 주거와 상가, 생활서비스가 함께 들어서는 과정이어서다.
송절지구는 1지구부터 4지구까지 네 구역으로 나뉘어 있다. 청주시가 지난 9월 내놓은 도시개발사업 현황을 보면 1지구는 이미 공사에 들어갔다. 3지구는 올해 4월 3일, 2지구는 5월 15일 각각 실시계획 인가를 받고 착공 준비에 들어갔다. 도축장 부지가 있는 4지구도 4월 10일 인가를 받은 데 이어 10월 16일 변경 인가가 고시됐다. 다만 공사와 입주 시점은 지구마다 다를 수 있어 인허가 소식과 함께 학교와 도로가 언제 갖춰지는지도 따져봐야 한다.
송절지구가 내세울 수 있는 가장 큰 장점은 테크노폴리스와 가깝다는 점이다. SK하이닉스의 첨단 패키징 시설 P&T7을 비롯한 반도체 투자는 서부권 일자리와 주거 수요를 움직일 수 있는 변수다. 그렇다고 투자 금액이 그대로 집 수요가 되지는 않는다. 실제 고용 증가 규모와 직원들의 거주지, 집값과 출퇴근 시간에 따라 선택은 갈린다. 청주 안에서 이사하는 사람과 외지에서 새로 들어오는 사람도 나눠서 봐야 한다. 청주 내 주거 이동이 많다면 기존 주거지역의 공실과 전월세 시장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상권도 아파트만 들어선다고 저절로 자리 잡지 않는다. 세대가 늘면 편의시설을 찾는 수요가 생기지만 그것이 곧 상가 매출로 이어진다는 보장은 없다. 입주 초기에는 사람이 충분히 차지 않고, 주민들이 가까운 테크노폴리스나 원래 다니던 상권을 계속 이용할 수도 있다. 상가는 입주 속도와 거주 인구, 주민 동선을 보며 차례로 채워가는 편이 낫다. 수요보다 상가가 먼저 쏟아지면 빈 점포와 출혈 경쟁은 피하기 어렵다. 실제 일부 신도시에서는 아파트 입주 이후에도 상가가 장기간 임차인을 찾지 못하는 사례가 나타난다.
생활 기반시설이 언제 갖춰지느냐도 따져볼 대목이다. 직장이 가까워도 출퇴근길이 막히고 학교와 어린이집이 멀며 버스 타기가 불편하면 직주근접이라는 말은 힘을 잃는다. 교육과 교통, 편의시설을 고르게 갖추느냐에 따라 오래 살고 싶은 동네가 될지가 판가름 난다. 여기에 공사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소음과 공사 차량 통행, 주변 주거환경에 미치는 영향도 함께 살펴야 한다. 새로 입주하는 주민뿐 아니라 기존 주민의 생활환경까지 고려해야 안정적인 생활권이 형성될 수 있다.
송절지구를 청주 전체의 개발 흐름과 떼어놓고 볼 수도 없다. 청주 곳곳에서 새 주거지가 조성되고 있어 입주가 한 시기에 몰리면 주변 전월세 시장과 기존 주거지역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지구별 주택 공급 일정과 기반시설 조성 시점을 함께 관리하는 접근이 요구된다. 결국 옆 동네 사람과 소비만 옮겨온 꼴이 되지 않도록 도시 전체의 균형을 살펴야 한다.
송절지구의 성공 여부는 아파트를 몇 세대 지었느냐로 가려지지 않는다. 주민이 편하게 출근하고 아이를 키우며 동네 가게를 이용하면서 오래 머물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개발의 잣대도 공급 물량이 아니라 생활권의 완성도에 맞춰야 한다.
홍승태 기자 hongst1125@dy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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