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노위 조정안 검토에도 자정 넘긴 협상...20일 오전 0시50분 결국 정회
노조 '부문 70%·사업부 30%' 공동배분안 논란...메모리·DX 내부 반발 확산
대통령· 총리·경제6단체까지 우려...소상공인연합회도 공개 비판
법원은 생산라인 보호 결정...노노갈등·성과주의 논란까지 겹친 삼성 총파업 정국
삼성전자 총파업을 둘러싼 긴장감이 극한으로 치닫고 있다. 정부와 중앙노동위원회(중노위), 법원, 경제단체, 소상공인업계에 이어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까지 직접 공개 메시지를 내놨지만 노사 간 핵심 쟁점은 끝내 정리되지 못했다. 총파업을 막기 위한 전방위 압박이 이어지는 가운데 시장에서는 삼성전자 노조를 향한 여론도 빠르게 악화하는 분위기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노사는 두 차례 사후조정에서만 총 51시간40분에 달하는 마라톤 협상을 이어갔다. 지난 11~13일 진행된 1차 사후조정은 총 28시간30분, 18~20일 진행된 2차 사후조정은 총 23시간10분 이어졌다. [편집=윤남웅 기자, 그래픽=구글 제미나이(Google Gemini) 활용 이미지]
[중앙이코노미뉴스 윤남웅] 삼성전자 총파업을 둘러싼 긴장감이 극한으로 치닫고 있다. 정부와 중앙노동위원회(중노위), 법원, 경제단체, 소상공인업계에 이어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까지 직접 공개 메시지를 내놨지만 노사 간 핵심 쟁점은 끝내 정리되지 못했다. 총파업을 막기 위한 전방위 압박이 이어지는 가운데 시장에서는 삼성전자 노조를 향한 여론도 빠르게 악화하는 분위기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노사는 두 차례 사후조정에서만 총 51시간40분에 달하는 마라톤 협상을 이어갔다. 지난 11~13일 진행된 1차 사후조정은 총 28시간30분, 18~20일 진행된 2차 사후조정은 총 23시간10분 이어졌다.
2차 사후조정 둘째 날인 19일 협상은 오전 10시 재개된 뒤 자정을 넘겨 20일 오전 0시50분께까지 이어졌지만 끝내 합의점을 찾지 못한 채 정회됐다.
앞서 박수근 중노위원장은 이날 오후 기자들과 만나 "오후 10시 정도면 노사 합의가 이뤄지거나 조정안 제시 여부가 결정될 것"이라고 밝혔지만 해당 시각을 넘기고도 조정안은 제시되지 않았다.
박수근 중앙노동위원장이 19일 정부세종청사 중앙노동위원회에서 열린 삼성전자 2차 사후조정 2일차 회의에 들어가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연합]
업계에서는 중노위가 사실상 마지막 중재 카드까지 검토했음에도 노사 간 간극을 끝내 좁히지 못했다는 의미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현재 최대 쟁점은 성과급 재원 규모와 성과급 제도화 문제다. 노조 측은 DS부문(반도체) 영업이익의 15%를 성과급 재원으로 활용하고 이를 제도화해야 한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반면 사측은 영업이익의 10% 수준과 유연한 성과급 체계를 제시하며 맞서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노조 측이 DS부문 성과급 재원을 '부문 70%·사업부 30%' 비율로 공동 배분하자는 안까지 제시하면서 내부 반발도 커지고 있다. 메모리사업부가 벌어들인 성과급 재원을 적자 상태인 시스템LSI·파운드리 사업부까지 대거 공동 배분하는 구조로 비칠 수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내부에서는 "성과 있는 곳에 보상한다는 삼성의 성과주의 원칙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빠르게 확산하는 분위기다. 블라인드와 사내 게시판 등에서는 메모리사업부와 공통조직 직원들을 중심으로 반발 글이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메모리가 벌어온 돈을 왜 적자 사업부와 대거 나눠야 하느냐", "성과급이 아니라 사실상 내부 손실 보전 아니냐"는 지적까지 나온다.
업계에서는 이번 논란이 단순 성과급 갈등을 넘어 삼성전자 내부 성과주의 체계 자체를 흔드는 문제로 번질 가능성도 주목하고 있다. 삼성은 사업부 실적과 보상을 강하게 연동해온 대표적 성과주의 기업으로 꼽힌다. 그런데 흑자 사업부 재원을 적자 사업부와 대규모로 공동 배분하는 방식이 현실화할 경우 사업부 경쟁력과 동기부여 구조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삼성전자 HBM4. [사진=삼성전자]
"성과급이 아니라 준고정비"...재계·투자업계도 우려 확산
특히 재계와 투자업계가 민감하게 바라보는 건 영업이익 자체를 성과급 재원으로 사실상 고정 배분하려는 흐름이다. 성과급은 원래 실적에 따라 움직이는 대표적 변동비다. 잘 벌면 더 주고, 어려우면 줄인다. 그래야 기업도 불황을 버틸 체력이 생긴다.
그런데 영업이익 일정 비율 지급이 사실상 공식처럼 굳어지기 시작하면 상황은 달라진다. 투자업계에서는 이를 단순 성과급이 아니라 영업이익에 새로운 준고정 비용이 붙는 구조로 보기 시작한다. AI 반도체 경쟁과 대규모 설비 투자 부담이 동시에 커지는 시점에 수익 구조 경직성까지 높아질 경우 향후 투자와 고용, 생산 전략 전반에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글로벌 반도체·빅테크 기업 가운데 영업이익 일정 비율을 성과급처럼 구조적으로 배분하는 사례는 사실상 드물다. 대부분 개인 성과와 사업부 실적, 장기 인센티브, 주식보상(RSU) 중심 체계를 유지하고 있다. 업계 안팎에서 "성과급 논란을 넘어 사실상 전례 없는 수준의 영업이익 배분 요구 아니냐"는 반응이 나오는 이유다.
여기에 총파업을 둘러싼 노노갈등까지 격화하는 모습이다. 일부 조합원들은 최근 노동부에 진정을 제기하며 노조 지도부의 절차 위반과 협박성 발언 등을 문제 삼았다. 특히 최승호 초기업노조 위원장이 과거 "파업에 협조하지 않는 이들의 명단을 관리하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사실까지 재조명되며 논란이 확산하고 있다.
DX(모바일·가전) 부문 갈등도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최 위원장이 최근 텔레그램 소통방에서 "DX 솔직히 못 해먹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가 삭제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DX부문 조합원들의 반발도 커지는 분위기다.
DX부문 조합원들 사이에서는 단체교섭 중지 가처분 추진 움직임까지 나타나고 있다. DS 중심 협상 구조 속에서 DX부문 이해관계가 사실상 배제되고 있다는 불만이 누적된 결과라는 해석이 나온다. 업계 안팎에서는 "노사 갈등이 아니라 노노갈등 양상으로 번지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대통령·총리·경제6단체까지 움직였다...삼성 총파업 우려 확산
정부 역시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최근 노동 현안과 관련해 "노동권만큼 기업 경영권도 존중돼야 한다"고 밝힌 데 이어 "과유불급, 물극필반"이라는 표현까지 언급했다. 삼성전자 노조를 직접 지목한 것은 아니지만 총파업 정국 속에서 나온 발언이라는 점에서 재계에서는 사실상 공개 경고성 메시지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김민석 국무총리와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각각 긴급조정권 가능성까지 거론하며 우려 수위를 끌어올렸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 역시 직접 노조 사무실을 방문해 대화를 촉구했다.
삼성도 비상 대응에 나섰다. 지난 15일 김영훈 장관의 노조 방문 당시 전영현 DS부문장 부회장과 DS 사장단 역시 평택사업장을 찾아 생산 안정화와 현장 대응 상황을 점검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외 출장을 마치고 귀국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16일 서울 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SGBAC)에서 입장문을 읽고 있다. [사진=연합]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도 일본 출장 일정을 앞당겨 귀국한 지난 16일 서울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SGBAC)에서 직접 입장문을 발표했다. 이 회장은 "매서운 비바람은 제가 맞고 다 제 탓으로 돌리겠다", "노동조합 여러분, 삼성 가족 여러분 우리는 한 몸 한 가족"이라고 말했다. 이어 "전 세계 고객과 국민 여러분께 머리 숙여 사과드린다"고도 밝혔다.
재계에서는 총수가 해외 일정을 조정해 급거 귀국한 뒤 공개 사과와 수습 메시지까지 직접 내놓은 것 자체를 극히 이례적인 상황으로 보고 있다.
재계와 경제단체의 압박도 커지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와 한국경제인협회, 한국경영자총협회 등 경제6단체는 총파업 철회를 촉구하며 국가 경제와 반도체 공급망 우려를 잇달아 제기했다.
19일에는 소상공인연합회까지 경기 평택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총파업 철회를 촉구했다. 소상공인연합회는 "영업이익 15% 성과급 요구는 상당수 소상공인들에게 상상조차 힘든 수준"이라며 "반도체 생산 차질은 결국 지역 상권과 골목경제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고 비판했다.
법원도 사실상 생산 차질형 파업에는 선을 긋는 분위기다. 수원지법은 최근 삼성전자가 제기한 위법 쟁의행위 금지 가처분 신청을 일부 인용하며 웨이퍼 변질 방지와 생산시설 보호를 위한 인력을 평상시 수준으로 유지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시설 점거와 출입 방해 행위 역시 금지했다.
삼성그룹 상황에 정통한 전 임원 A 씨는 "삼성전자처럼 글로벌 공급망 핵심 기업에서 '성과 있는 곳에 보상한다'는 원칙까지 흔들리기 시작하면 시장 불안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며 "지금은 총파업 강행보다 내부 신뢰와 구성원 공감부터 무너지고 있다는 점을 노조 지도부가 더 심각하게 봐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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