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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버려지고 학대받아도 사람 보면 꼬리 ‘흔들’…견공들 ‘식용 개 농장’ 떠나던 날

29일 전남광주 강진 개농장에서 강아지가 몸을 웅크리고 있다.

버려지고 학대받아도 사람 보면 꼬리 ‘흔들’…견공들 ‘식용 개 농장’ 떠나던 날

’개 식용 종식법’ 시행 5개월 앞, 국제 동물보호단체 구조 현장

29일 전남광주 강진 개농장에서 강아지가 몸을 웅크리고 있다.

서류상 20마리, 실제론 80마리

뜬장 사이 오물·뼈…사체까지

구조 뒤 검역 거쳐 미·캐나다행

건강검진 받고 새로운 가정으로

29일 오전 6시, 날이 어스름하게 밝아오자 전남광주 강진군의 한 시골 마을에 개 짖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산과 논밭으로 둘러싸여 외부에서는 눈에 쉽게 띄지 않는 이곳에는 식용 개를 사육하는 농장이 있다.

농장으로 이어지는 길을 따라 발걸음을 옮기자 코를 찌르는 악취가 먼저 밀려왔다. 온갖 분변과 오물이 엉겨 딱딱하게 굳어 있는 뜬장 사이로 삭은 분변과 동물 뼈 등이 널려 있었다. 한쪽 흙더미 속에는 미처 치우지 못한 개 사체의 뼈가 보였다.

이날 오전부터 이곳에서 국제 동물보호단체 ‘한국 휴메인 월드 포 애니멀즈’(애니멀즈)의 구조 작업이 진행됐다. 농장에 방치돼 있는 개 40여마리를 구출해 해외 보호소와 새 입양처로 보내기 위해서다.

셰퍼드부터 진돗개 혼혈견, 웰시코기 등 종류는 다양했다. 주인에게 버려졌거나 이웃 주민들이 갖다 맡긴 개, 뜬장에서 태어난 강아지 등 개들이 이곳에 있는 이유도 제각각이었다.

사람에게 버려지고 학대를 당했지만 개들은 단체 활동가들이 가까이 다가오자 꼬리를 흔들며 철장에 몸을 비벼댔다. 한구석 동떨어진 뜬장에 혼자 갇혀 있던 작은 갈색 개 한 마리는 두려움에 잔뜩 몸을 웅크린 채, 머리를 구조물 사이에 숨기고 몸을 벌벌 떨었다.

구조 작업이 시작되자 활동가 서너 명이 한 조로 뜬장 문을 열고 개들을 차례로 안아 들었다. 순순히 안기는 개도 있었지만, 저항하거나 구석으로 도망치는 개들도 있었다. 약 3시간 동안 진행된 구조 작업 끝에 활동가들에게 안겨 나온 개들은 크레이트(이동장)로 옮겨졌다. 구조된 개들은 대형 트럭을 타고 곧바로 인천국제공항으로 이동했다. 이곳에서 검역 절차를 거친 뒤 30일 미국과 캐나다 등에 있는 전용 치료·재활센터로 떠난다. 센터에 도착한 뒤에는 건강검진과 행동 평가를 거쳐 해외의 새로운 가정으로 입양된다.

이 농장은 정부에 신고된 식용 개 사육 규모와 현장 실태의 격차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농장주가 지자체에 제출한 개 식용 종식 이행계획서를 보면 이 농장의 사육 마릿수는 20마리였다. 그러나 단체가 제보 직후 현장을 확인했을 때에는 80여마리가 갇혀 있었다. 농장주는 단체에 소유권을 넘기기 앞서 일부 개를 처분했고, 단체는 소유권을 확보한 뒤 열악한 농장 환경을 고려해 40여마리는 남기고 갓 태어난 강아지들은 자체 보호소로 먼저 이송했다.

2024년 1월 국회를 통과한 ‘개 식용 종식 특별법’에 따라 내년 2월7일부터 식용 목적의 개 사육·도살·유통·판매가 전면 금지된다. 위반 시 도살은 최대 징역 3년 또는 벌금 3000만원, 사육·유통·판매는 최대 징역 2년 또는 벌금 2000만원의 형사처벌을 받는다.

이혜원 애니멀즈 팀장은 “이번 구조가 개 식용 종식법 시행을 앞두고 현장에서 진행되는 마지막 구출 작업일 수도 있다”며 “정부 공식 집계에 포함되지 않은 미신고 농가의 개들은 여전히 사각지대에 방치되어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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