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제외 시장서도 한국 3사 합산 점유율 역전… 2021년 55.9%에서 2025년 36.3%로 하락
LFP 양산 목표 미달·나트륨 R&D 시차에 내년 신규 배터리 R&D 정부안은 148억 원
시장 바뀌어도 예산·과제 조정 어려운 경직적 구조… “지금보다 훨씬 공격적인 대책 필요”
[스포츠서울 | 이상배 전문기자] K-배터리의 글로벌 경쟁력이 빠르게 약화하는 가운데, 정부의 배터리 연구개발(R&D) 예산과 사업 운영 방식이 급변하는 시장에 대응하기에는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중국 업체들이 대규모 연구개발 투자와 빠른 사업화를 앞세워 시장을 확대하는 동안 국내 기업들은 점유율 하락과 수익성 악화를 겪고 있지만, 정부 지원은 규모와 속도, 유연성 측면에서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는 것이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장철민 국회의원(대전 동구)은 지난 22일 산업통상부 종합감사에서 배터리 산업의 경쟁력 약화와 정부 R&D의 구조적 문제를 지적하며, 산업 육성 대책과 R&D 로드맵 전반을 재점검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도 “중국과 격차가 더 벌어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인정하면서, 경제안보와 에너지저장장치(ESS)·전기차 시장 등을 고려해 배터리 산업의 대응 방안을 고민하겠다고 밝혔다.
△ 중국에 역전당한 배터리 시장… 국내 소부장 기업 절반 이상 적자
산업통상부가 장철민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중국을 제외한 세계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 한국 3사의 합산 점유율은 2021년 55.9%에서 2025년 36.3%로 하락했다. 반면 중국 업체들의 점유율은 같은 기간 14.9%에서 43.6%로 상승해 한국 3사를 앞질렀다.
올해 1분기에는 CATL 한 곳의 점유율이 34%로 한국 3사 합산 점유율인 28.6%를 넘어섰다. 중국 업체들이 자국 시장을 넘어 글로벌 시장에서도 경쟁 우위를 확대하고 있다.
배터리 기술과 시장 수요도 빠르게 변하고 있다. 중국 제외 시장에서 리튬인산철(LFP) 배터리의 비중은 2021년 4.7%에서 올해 1분기 25.7%로 확대됐다.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보급형 배터리의 성장에 얼마나 신속하게 대응하느냐가 산업 경쟁력을 좌우하는 상황이다.
국내 배터리 산업 생태계의 수익성도 악화하고 있다. 장 의원실이 이차전지 매출 비중이 50% 이상인 소부장 중소·중견 상장사 29곳의 공시자료를 분석한 결과, 영업적자를 기록한 기업은 2023년 11곳(38%)에서 2025년 17곳(59%)으로 늘었다. 영업이익 합계 역시 2023년 1,094억 원 흑자에서 2025년 4,001억 원 적자로 전환됐다.
연구개발 투자 규모에서도 격차가 나타났다. 2025년 상반기 CATL의 연구개발비는 100억 9천만 위안, 약 1조 9500억 원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국내 배터리 3사의 연구개발비 합계인 1조 4728억 원보다 많은 규모다.
장 의원은 글로벌 시장 점유율 하락과 소부장 기업의 수익성 악화, 연구개발 투자 격차가 동시에 나타나는 상황에서 국내 배터리 산업의 경쟁력 회복을 위한 보다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 ‘2025년 LFP 양산’ 국가 목표 미달… 문제 알고도 과제 일정 못 바꿔
정부가 시장 변화에 대응하지 못한 사례는 LFP 배터리 사업에서 확인된다.
정부는 2023년 4월 발표한 ‘이차전지 산업경쟁력 강화 국가전략’에서 LFP 배터리를 2025년까지 전기차용으로 양산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이에 앞서 2023년 2월 공고된 정부 LFP 과제의 과제제안요구서에는 중국 제품을 대체할 공급 체계 구축이 ‘시급히 필요하다’고 명시됐다. 같은 해 3월 선정평가위원회에서도 과제 수행 기간이 4년인 반면 LFP 시장은 빠르게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조기 사업화를 위한 전략 보완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그러나 과제는 신청 당시 계획한 기간대로 선정됐고, 2024년 정부출연금은 오히려 전년 계획 대비 29% 삭감됐다. 2025년 2월 단계평가에서도 개발 일정 재검토가 요구됐지만, 개발기간은 변경되지 않았다.
결국 정부가 제시한 2025년 LFP 배터리 양산 목표는 달성하지 못했다. 시장 변화에 대한 문제의식이 사업 초기부터 제기됐음에도 실제 사업 일정과 예산 조정으로 이어지지 못한 것이다.
정부는 이후 지난해 11월 ‘LFP 플러스 전략’을 발표하고, 올해 9월에는 하이니켈(NCM) 중심 전략에서 벗어나겠다는 방향을 밝혔다. 하지만 전략의 방향을 수정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며, 실제 사업 일정과 예산, 기술개발 목표를 시장 변화에 맞춰 조정할 수 있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 시장은 빠르게 바뀌는데 R&D는 경직적… 나트륨 투자도 뒤늦어
문제는 정부 R&D의 규모뿐 아니라 사업 운영 방식에도 있다.
현재 배터리 분야 R&D는 공고 단계에서 지원 기술과 개발 목표, 사업 기간을 정한 뒤 이를 중심으로 수행하는 ‘프로젝트형’ 구조다. 시장 변화가 발생해도 신규 과제를 추가하거나 기존 과제를 조정하려면 별도의 기획과 예산 편성 절차를 거쳐야 해 신속한 대응이 어렵다.
산업통상부 역시 시장 변화에 따라 예산을 재분배하거나 새로운 과제를 추가하고, 2027년 공고 예정 과제를 취소하는 것이 사실상 어렵다는 입장이다.
시장 변화에 맞춰 지원 기술과 세부 과제를 유연하게 조정하는 ‘프로그램형’ 사업도 두 차례 추진됐지만, 2025년 11월 예비타당성조사 수요조사에서 선정되지 못했고 올해 4월에도 과학기술정보통신부로부터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받아 추진이 무산됐다.
반도체 분야가 올해 한시 사업 12개를 프로그램형 사업 하나로 묶어 신속한 대응을 모색한 것과 대조적이다. 배터리 산업 역시 기술과 시장의 변화에 맞춰 연구개발의 우선순위와 자원을 조정할 수 있는 체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나트륨 배터리 분야에서도 시장과 정부 사업 사이의 시차가 드러난다. 2024년 4월 시작된 정부 나트륨 배터리 과제의 셀 에너지밀도 목표는 160Wh/kg으로, CATL이 2021년 7월 발표한 1세대 제품 수준이다. CATL은 올해 4분기 나트륨 배터리 대량생산을 예고했지만, 정부 신규 사업의 나트륨 분야 국비 422억 2천만 원 가운데 60.4%는 2029~2030년에 투입될 예정이다.
급변하는 시장을 따라잡아야 할 시기에 정부 R&D의 기술 목표와 예산 투입 시점이 뒤처진다면, 사업이 완료되더라도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우려다.
내년도 신규 배터리 R&D 예산 역시 정부안 기준 148억 원에 그쳤다. 중국 업체들이 막대한 연구개발비를 투입하며 시장을 선점하는 상황에서, 국내 산업의 경쟁력을 회복하기 위한 투자 규모와 사업 추진 속도가 충분한지 재검토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 장철민, “배터리 산업 대책·R&D 로드맵 전면 재점검해야”
장철민 의원은 이날 종합감사에서 “R&D 규모도 너무 작고, 민간 기업의 공격적인 투자도 보이지 않는다. 내년도 R&D 규모도 실망스럽고, 편성 방식도 경직적”이라며 “지금보다 훨씬 더 공격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전반적으로 재점검해 달라”고 촉구했다.
김정관 장관은 “그나마 인산철은 ESS를 통해 연명을 유지하는 수준이라면, 나트륨 분야의 새로운 경쟁력, 가격 분야로 가야 하는데 고민은 기업들이 의지가 있는지”라고 말했다. 이어 “배터리 산업은 우리 경제안보, ESS·전기차 시장 등을 봤을 때 놓을 수 없는 산업이라는 차원에서 고민하겠다”라고 밝혔다.
장 의원은 글로벌 배터리 시장의 경쟁 구도가 빠르게 바뀌는 상황에서 정부가 기존의 사업 구조와 투자 규모를 유지하는 데 그쳐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기술개발 목표와 사업 기간, 예산 배분을 시장 변화에 맞춰 조정할 수 있도록 R&D 운영 체계를 개선하고, LFP·나트륨 등 차세대 배터리 분야의 사업화 시점을 앞당길 수 있는 실효성 있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취지다.
중국과의 경쟁에서 뒤처진 격차를 좁히려면 선언적인 전략 수정에 그치지 않고, 투자 규모와 사업 추진 속도, 예산 운용의 유연성을 함께 높여야 한다. 배터리 산업의 경쟁력 회복을 위해 정부의 산업 육성 전략과 R&D 로드맵을 전면적으로 재점검해야 할 시점이다. sangbae0302@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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