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美 GTC서 젠슨 황 엔비디아 CEO 만나 'HBM 동맹' 재확인
이재용, '방한' 리사 수 AMD CEO와 HBM4 공급 및 파운드리 논의
(왼쪽부터)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사진=연합뉴스
국내 반도체 산업을 이끄는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글로벌 빅테크 수장들과 만나며 '반도체 세일즈'에 나선다.
최태원 회장이 인공지능(AI) 반도체 1위 기업 1위 기업 엔비디아와의 기존 파트너십을 굳히는 데 집중하는 가운데, 이재용 회장은 경쟁사인 AMD와 손잡고 고객사 다변화를 꾀하는 등 각기 다른 전략을 펼치고 있어 눈길을 끈다.
美 GTC 찾은 최태원...젠슨 황 만나 'HBM 동맹' 재확인
젠슨 황 엔비디아 CEO가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최고경영자(CEO) 서밋에서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과 만나 위스키 하쿠슈 25년을 선물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1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최태원 회장은 16일(현지시간)부터 19일까지 미국 캘리포니아 새너제이에서 열리는 글로벌 AI 개발자 콘퍼런스 'GTC 2026'에 참석 중이다. 최 회장이 GTC 현장을 직접 찾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GTC는 엔비디아가 매년 개최하는 글로벌 개발자 콘퍼런스로, AI 반도체와 데이터센터, 로봇, 자율주행 등 차세대 기술을 공개하는 자리다. 세계 각지의 기술 기업과 연구기관이 참여하는 AI 업계 최대 행사 중 하나로 꼽힌다.
재계는 최 회장의 이번 GTC 방문이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와의 만남을 위한 것으로 보고 있다. 엔비디아가 주관하는 행사인 만큼 두 사람의 만남이 자연스럽게 성사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회동이 이뤄지면 지난달 미국에서 이른바 '치맥 회동'을 가진 지 약 한 달 만의 재회가 된다.
두 수장의 만남이 양사 간의 굳건한 협력 관계를 시장에 다시 한번 각인시키는 계기가 될 것이란 관측도 존재한다. 그동안 SK하이닉스는 고대역폭메모리(HBM) 4세대(HBM3)와 5세대(HBM3E) 제품을 엔비디아에 사실상 독점 납품해 왔다. 최근에는 차세대 AI 가속기 '베라 루빈'에 탑재될 6세대(HBM4) 물량의 약 3분의 2까지 미리 배정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최근 들어 AI 반도체 공급망 구도에 미묘한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삼성전자가 기술력을 빠르게 끌어올리며 업계 최초로 HBM4 양산 출하에 나섰기 때문이다. 이처럼 경쟁사의 추격이 매서워진 상황에서, 최 회장이 직접 나서 황 CEO와의 막역한 관계를 보여주는 것 자체가 곧 SK하이닉스의 경쟁력으로 연결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SK하이닉스 역시 이번 GTC 전시에서 엔비디아와의 협력을 강조하는 데 공을 들였다. 전시장 부스에는 황 CEO의 서명이 담긴 AI 서버 'DGX 스파크'와 이에 탑재되는 자사의 메모리 제품을 나란히 전시했다. 또한 엔비디아의 차세대 AI 가속기에 적용되는 HBM3E와 차세대 HBM4의 구조 모형도 함께 선보이며 기술력을 강조했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메모리는 단순 부품을 넘어 AI 인프라 전반의 구조와 성능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라며 “메모리 기술 역량을 기반으로 글로벌 파트너들과 함께 AI의 미래를 만들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고객사 다변화 나선 이재용...'엔비디아 대항마' AMD와 협력 ↑
(왼쪽부터)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리사 수 AMD CEO. 사진=연합뉴스
반면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오는 18일 한국을 방문하는 리사 수 AMD CEO와 별도 회동을 가질 것으로 알려졌다. 수 CEO의 방한은 2014년 취임 이후 12년 만이다.
AMD는 글로벌 AI 가속기 시장에서 '엔비디아 대항마'로 불리는 2위 기업이다. 최근 오픈AI와 메타 등 굵직한 빅테크들을 고객으로 확보하며 시장 내 입지를 빠르게 키우고 있다.
삼성전자와도 인연이 깊다. 지난해 삼성전자가 HBM3E 엔비디아 납품 문제로 고전할 당시 AMD가 발 빠르게 공급 계약을 체결하며 든든한 우군이 되어준 것. 이를 계기로 현재 삼성전자는 AMD의 AI 가속기인 'MI350'에 HBM3E 12단을 공급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수 CEO가 이번 방한에서 이 회장에게 삼성전자의 HBM4 공급 확대를 직접 요청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AMD가 올해 하반기 출시를 앞둔 차세대 AI 가속기 'MI450'에 최대 432기가바이트(GB) 규모의 HBM4가 탑재될 예정인 만큼, 안정적인 물량 확보가 급선무이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입장에서도 AMD는 엔비디아의 독주를 견제하고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최적의 파트너다. 특정 고객사에만 납품이 집중되면 향후 가격 협상에서 주도권을 뺏길 수 있지만, AMD로 고객사를 넓히면 이러한 위험을 줄이고 협상력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나아가 2위 기업인 AMD가 AI 반도체 시장 점유율을 확대할수록, 여기에 탑재되는 삼성전자의 HBM 공급량도 함께 상승하는 효과를 누릴 수 있다.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협력 확대 가능성도 거론된다. 현재 AMD는 PC용 그래픽카드부터 AI용 칩셋까지 다양한 제품을 TSMC에서 생산 중이다. 그러나 AI 수요 급증으로 TSMC의 생산 일정이 밀려 있는 상황인 만큼, 빠른 물량 확보로 시장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삼성전자의 파운드리로 눈을 돌릴 수 있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엔비디아와 AMD 모두 차세대 AI 가속기 출시를 앞두고 있어 고성능 메모리 확보가 최우선 과제인 상황"이라며 "두 회장의 이번 세일즈 결과가 내년 AI 반도체 시장의 주도권을 가를 분수령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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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예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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