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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

‘반도네온’ 품은 18세 소년…탱고 본고장 사로잡다

‘악마의 악기’로 불리는 반도네온. 양쪽에 빼곡한 버튼은 일정한 음계 순서 없이 배열돼 있고, 주름상자를 밀고 당길 때 서로 다른 음을 낸다. 무게까지 상당해 익히기 까다로운 악기로 꼽힌다. 국내에서는 취미 연주자를 포함해도 30명이 채 되지 않고, 전문 연주자는 손에 꼽힐 정도다.

‘반도네온’ 품은 18세 소년…탱고 본고장 사로잡다

‘반도네온’ 품은 18세 소년…탱고 본고장 사로잡다

담양 출신 김태은, 아르헨티나 ‘체 반도네온 국제콩쿠르’ 주니어 특별상 1위

‘악마의 악기’ 전문 연주자 손에 꼽아…거장 네스토르 마르코니와 공연 계획

“탱고 넘어 클래식·재즈·관현악 등 다양한 장르와 어우러지는 연주 하고 싶어”

2026년 07월 20일(월) 20:30

반도네온 연주자 김태은

‘악마의 악기’로 불리는 반도네온. 양쪽에 빼곡한 버튼은 일정한 음계 순서 없이 배열돼 있고, 주름상자를 밀고 당길 때 서로 다른 음을 낸다. 무게까지 상당해 익히기 까다로운 악기로 꼽힌다. 국내에서는 취미 연주자를 포함해도 30명이 채 되지 않고, 전문 연주자는 손에 꼽힐 정도다.

이처럼 낯설고 어려운 악기를 붙잡고 성장한 지역 청소년이 탱고의 본고장 아르헨티나에서 실력을 인정받아 눈길을 끈다.

담양 출신으로 광주에 거주하는 반도네온 연주자 김태은(18) 군이 지난 16일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열린 ‘체 반도네온(Che Bandoneon) 국제 콩쿠르’ 에두아르도 아롤라스 기념 대회에서 주니어 부문 특별상 1위를 차지했다.

김 군의 수상은 반도네온의 음악적 본고장에서 현지 연주자들과 겨뤄 음악성을 인정받았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심사위원들은 김 군이 “정통 탱고의 깊은 정서와 섬세한 표현을 바탕으로 반도네온 특유의 호흡과 울림을 충실히 구현했다”고 평가한 것으로 전해진다.

대회를 마친 뒤에도 공연 일정을 소화하기 위해 현지에 머물고 있는 김 군을 대신해 어머니 강윤숙 씨가 광주일보와의 통화에서 소감을 전했다. 강 씨는 “어머니이자 먼저 음악을 해온 선배로서 정말 자랑스럽고 대단하다는 말을 해주고 싶다”며 “태은이가 평생 동경해온 곳에서 자신의 음악을 인정받아 ‘꿈을 꾸는 것 같다’고 했다”고 말했다.

김태은 군(가운데)이 지난 16일 ‘체 반도네온 국제 콩쿠르’에서 1위를 차지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강윤숙 제공>

김 군과 반도네온의 인연은 초등학교 4~5학년 무렵 시작됐다. 재즈피아니스트 강윤숙 씨와 베이시스트 김성광 씨 사이에서 태어난 김 군은 어릴 때부터 자연스럽게 다양한 음악과 악기를 접했다. 그러던 중 어머니 강 씨가 광주에서 활동하는 반도네온 연주자 김국주 씨와 함께 공연한 것을 계기로 이 낯선 악기를 처음 접했다.

강 씨는 “경험 삼아 한번 가르쳐보자는 마음으로 ‘버튼과 음계를 모두 외우면 피자를 사주겠다’고 했는데, 외출하고 돌아오니 그사이 버튼 위치를 모두 외웠더라”며 “어릴 때부터 콘트라베이스를 비롯한 여러 악기를 접했지만 그중에서도 반도네온에 가장 큰 매력을 느낀 것 같다”고 말했다.

이후 김 군은 김국주 씨에게 꾸준히 지도를 받았고, 양평에 거주하는 아르헨티나 출신 반도네온 연주자 JP 호프레를 매달 찾아가 수업을 받기도 했다. 광주와 담양은 물론 수도권에서도 전문적인 교육 환경을 찾기 어려웠지만 5~6년 동안 꾸준히 실력을 갈고 닦았다.

지난 2021년 광주북구문화센터에서 빅밴드와 함께 연주한 영상은 유튜브를 통해 아르헨티나에도 알려졌다. 영상에는 “먼 나라의 어린 연주자가 우리의 음악을 이토록 깊이 이해하고 연주해줘 감격스럽다”, “작은 손가락이 버튼 위를 자유롭게 오가는 모습이 정말 놀랍다”는 등 아르헨티나인들의 댓글이 줄을 이었다. 이번 아르헨티나 방문 중 해당 영상을 통해 김 군을 알아본 사람도 있었다는 후문이다.

김 군의 이번 성과가 더욱 각별한 것은 큰 건강상의 고비를 이겨낸 뒤 거둔 결과이기 때문이다. 어린 시절부터 황달 증세를 겪은 그는 2년 전 담낭과 비장을 절제하는 수술을 받았다. 이후 상태가 악화되면서 약 4개월 동안 입원해 열 차례 가까운 개복수술을 견뎌야 했다. 가족에게는 다시 건강을 되찾고 무대에 설 수 있게 된 것 자체가 기적과 같은 일이었다.

몸을 회복한 김 군은 마침내 꿈꾸던 부에노스아이레스를 찾았다. 현지 연주자들과 교류하고 콩쿠르 정상에 오른 데 이어, 탱고 역사상 가장 위대한 반도네온 연주자 중 한 명으로 꼽히는 네스토르 마르코니와 만나 가르침을 받고 함께 공연할 기회도 앞두고 있다.

강 씨는 “아들이 동경하던 나라에서 영상으로만 보던 선생님을 직접 만나 배우고 연주하는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감사하다”며 “수술을 견디고 건강한 모습으로 아르헨티나에 머물고 있는 지금의 시간이 가족에게는 선물과 같다”고 말했다.

김 군의 목표는 국내에 반도네온의 매력을 널리 알리는 연주자로 성장하는 것이다. 탱고에 그치지 않고 클래식과 재즈, 관현악 등 다양한 장르와 어우러질 수 있는 반도네온의 가능성도 보여주고 싶어 한다.

강 씨는 “어릴 때부터 지닌 음악성에만 기대기보다 지금처럼 꾸준하고 성실하게 연습하며 준비하는 마음을 잃지 않았으면 한다”며 “무엇보다 건강을 잘 돌보면서 오래 음악하는 연주자로 성장하길 바란다”고 전했다.

/장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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