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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미국 정치권 '쿠팡 사안 개입' 논란…국회의원 90명, 사법주권 침해 규...

글로벌 시장과 달리 한국에서는 네이버와 카카오 등 토종 기업이 주도권을 유지하고 있어, 미국 빅테크 기업의 영향력이 제한적이라는 인식이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기업 이슈가 정상 간 합의에 영향을 미치는...

미국 정치권 '쿠팡 사안 개입' 논란…국회의원 90명, 사법주권 침해 규...

박홍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열린 미국 정치권의 사법주권 침해 압력 규탄 및 주한미국대사 항의서한 전달 기자회견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사진=뉴시스

이로운넷 = 조은결 기자

28일 국회 소통관에서 대한민국 사법주권 침해 논란을 둘러싼 정치권 대응이 본격화됐다. 박홍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비롯한 범여권 국회의원 90명은 이날 오전 기자회견을 열고 미국 정치권의 쿠팡 관련 사안 개입 시도를 부당한 압력으로 규정하며 강하게 규탄했다. 이들은 회견 직후 주한 미국대사에게 항의서한을 전달할 예정이다.

이번 대응은 최근 미국 하원의원들이 쿠팡 임원 등의 신변 안전 보장을 요구하며 이를 한·미 간 외교·안보 협력과 연계하려 했다는 사실이 계기가 됐다. 해당 사실을 접한 박홍배 의원은 입법부가 국가 주권과 법치주의 원칙을 분명히 하기 위해 국회 차원의 단호한 대응이 필요하다고 제안했고 이에 각 정당 국회의원들이 초당적으로 협력했다.

국회의원들은 기자회견문에서 "범죄 혐의에 대한 수사와 처벌은 주권국가의 고유 권한이며 외부 압력으로부터 독립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외국 정치권이 특정 개인에 대한 수사 및 법 집행을 제한하거나 배제할 것을 요구하는 것은 국제 규범과 법치주의 원칙에 반하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또한 "외교·안보 협력과 같은 국가 핵심 의제를 개인의 사법 문제와 연계하는 시도는 동맹의 신뢰를 훼손하는 것"이라며 "이는 양국 관계의 건전한 발전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밝혔다.

박홍배 의원은 "미국 정치권의 부당한 요구가 수용될 경우 다국적 기업이 외교적 압력을 통해 국내 사법 절차에 개입하려는 위험한 선례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어 "법치주의에 입각한 민주주의 국가인 대한민국의 사법주권은 어떤 압력에도 흔들려서는 안 되며, 대한민국에서 발생한 문제는 우선 대한민국 법에 따라 처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회의원들은 이날 주한 미국대사에게 전달할 항의서한을 통해서도 같은 입장을 재확인했다. 이들은 서한에서 "범죄 혐의에 대한 수사와 처벌은 주권국가의 고유한 권한이며 어떠한 경우에도 외부의 압력으로부터 독립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특정 개인에 대한 수사·사법 절차의 배제를 요구하는 것은 국제 규범과 법치주의 원칙에 반하는 것으로 결코 허용되어서는 안 된다"며 "외교·안보 협력과 같은 국가 간 핵심 현안을 특정 기업인의 신변 문제와 연계하는 것은 동맹 관계의 신뢰를 훼손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대한민국 국회의원들은 △대한민국의 사법주권과 독립적인 법 집행을 전적으로 존중할 것 △특정 개인의 사법 절차와 관련된 요구를 외교·안보 협력과 연계하지 않을 것 △본 사안과 관련한 부당한 압력 및 요구를 즉각 중단할 것을 요구했다.

이들은 "대한민국은 법치주의에 기반한 민주주의 국가로서 국내에서 발생한 범죄 혐의는 대한민국의 법과 절차에 따라 공정하고 독립적으로 처리돼야 한다"며 "국가 주권과 법치주의를 수호하기 위해 필요한 모든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 쿠팡 사태, 통상 넘어 안보로 확산…한미 협의까지 흔들

서울 송파구 쿠팡본사 앞에서 열린 택배노조 쿠팡 규탄대회에서 택배 노동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자료사진=뉴시스

앞서 쿠팡을 둘러싼 국내 규제와 수사가 한·미 간 통상 갈등을 넘어 외교·안보 현안으로 확산되고 있다. 미국 정치권의 문제 제기와 기업 로비, 정부 간 협의가 복합적으로 얽히면서 '쿠팡 리스크'가 전방위로 번지는 양상이다.

위성락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지난 23일 베트남 하노이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쿠팡 문제와 관련해 "한·미 간 안보 협의에 영향을 주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밝혔다. 이는 쿠팡 사안을 둘러싼 갈등이 단순한 통상 문제가 아니라 안보 협의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정부가 공식적으로 인정한 발언이다.

미국 국무부와 의회가 한국 정부에 김범석 쿠팡 의장의 신변 안전 문제 해결을 요구하며, 이를 충족하지 않을 경우 한·미 간 안보 협의 진전이 어려울 수 있다는 입장을 전달했다는 보도와 맞물려 파장이 커지고 있다. 해당 안보 협의에는 핵추진잠수함 건조와 우라늄 농축·재처리 등 민감한 사안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위 실장은 "정부는 쿠팡 문제는 법적 절차대로 진행하고 안보 협상은 안보 협상대로 진전돼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선을 그었다.

쿠팡의 대미 로비 활동도 급격히 확대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의회 공시에 따르면 쿠팡Inc는 올해 1분기 복수의 로비 회사를 통해 총 178만5000달러를 로비 비용으로 지출했다. 이는 지난해 4분기 89만5000달러 대비 두 배 가까이 증가한 규모다.

해당 시기는 쿠팡의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태 이후 한국 당국의 조사와 수사가 본격화된 시점과 겹친다. 동시에 미국 정치권에서 한국 정부의 ‘차별적 대우’ 주장도 이어진 시기다. 이 때문에 쿠팡의 로비 확대가 미국 정치권의 대응으로 이어졌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로비 창구도 기존 4곳에서 7곳으로 늘어났다. 쿠팡 자체 신고 금액이 109만달러로 가장 많았고, 밀러 스트래티지, 발라드 파트너스, 컨티넨탈 스트래티지, 크로스로즈 스트래티지, 모뉴먼트 어드보커스, 윌리엄스 앤 젠슨 등이 포함됐다.

로비 대상 역시 미 의회뿐 아니라 백악관, 부통령실, 상무부, 미국무역대표부, 재무부, 중소기업청 등 행정부 전반으로 확대됐다. 특히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와의 접촉, 부통령실 대상 로비가 포함된 점이 주목된다.

JD 밴스 미국 부통령이 지난 1월 김민석 부총리와의 회담에서 쿠팡 문제를 언급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로비 자금이 부통령실까지 연결된 사실도 확인됐다.

쿠팡 측은 "미국 내 기업들과 한국 주요 기업들 모두 합법적인 범위 내에서 로비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며 "쿠팡 역시 글로벌 기업으로서 국가 간 커머스 확대와 투자, 고용 창출을 위한 소통에 집중하고 있을 뿐"이라고 밝혔다.

◆ 외교라인 긴급 점검…정보 공유 제한 등 연쇄 파장

한편 쿠팡 사안을 포함한 한·미 간 현안이 확대되는 가운데 외교라인의 대응도 이어지고 있다. 강경화 주미대사는 최근 일시 귀국해 조현 외교부 장관과 면담을 갖고 주요 현안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귀국은 개인 일정으로 알려졌지만, 미국의 대북 정보 공유 제한 문제와 쿠팡 사태 등 민감한 현안이 겹치면서 대응 필요성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북한 우라늄 농축 시설 관련 발언 이후 미국이 일부 정보 공유를 중단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정부 관계자들은 한·미 간 긴장 관리 방안을 점검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 당국자는 "다양한 양자 및 지역 이슈들에 대해 폭넓게 논의했다"고 밝혔다.

◆ '안보 합의까지 발목'…핵잠수함 협의도 지연

30일 오전 서울 송파구 쿠팡 본사 모습. 쿠팡의 사실상 모든 고객 개인정보가 유출됐다. 쿠팡은 고객 계정 3370만개가 무단으로 노출된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당초 쿠팡은 지난 18일 4500개 계정의 개인정보가 노출된 사실을 인지했다고 발표했는데, 11일 만에 노출 계정이 약 7500배 늘어난 것이다. 2025.11.30./뉴시스

쿠팡 사태는 한·미 정상 간 안보 합의 이행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외교 소식통에 따르면 미국 측은 한국 정부의 쿠팡 대응에 불만을 표시하며 안보 협의에 제동을 걸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농축·재처리와 핵추진잠수함 건조 관련 협의는 5개월 넘게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 당초 1월로 예상됐던 미국 협상단의 방한 일정도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정부는 "쿠팡 사태는 국내법과 적법 절차에 따라 비차별적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입장을 미국 측에 지속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김민석 국무총리도 방미 당시 같은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트럼프 2기 행정부 들어 기업 로비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설득이 쉽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 정부 소식통은 "미국 정부 인사들이 로비를 받은 만큼 기업 입장을 대변하는 경향이 있다"고 전했다.

미국 내에서는 한국 디지털 시장 구조에 대한 불만도 배경으로 거론된다. 글로벌 시장과 달리 한국에서는 네이버와 카카오 등 토종 기업이 주도권을 유지하고 있어, 미국 빅테크 기업의 영향력이 제한적이라는 인식이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기업 이슈가 정상 간 합의에 영향을 미치는 상황에 대해 우려를 나타낸다. 한 외교 전문가는 "정상 간 합의 사항이 기업 이슈와 비교될 수 있는 성격은 아니다"고 지적했다. 이왕휘 아주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대통령 간 합의를 실무진이 이행하지 않는 것은 이례적 상황"이라며 "정부 차원의 보다 적극적인 설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정부 내부에서는 협상 지연이 장기화될 경우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특히 5월 이후로 협상이 미뤄질 경우 난도가 더 높아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로운넷=조은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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