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인조 오케스트라로 아침 클래식
홍대 인디밴드·소극장 축제로 확장
"마티네 공연을 보러 서초동 예술의전당까지 가지 않아도 됩니다. 마포에서도 수준높은 마티네 공연을 즐길 수 있습니다."
고영근 마포문화재단 대표는 요즘 재단의 '맥(MAC)모닝 콘서트'를 자신있게 소개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맥모닝 콘서트는 마포문화재단이 70인조 대규모 오케스트라(M오케스트라)를 꾸려 올해부터 선보인 마티네(matinee·낮) 공연이다. 최근 마포아트센터에서 만난 고 대표는 취임 1년여를 돌아보며 가장 큰 성취를 느낀 사업이 맥모닝 콘서트라고 말했다. 마포문화재단의 특성을 살려 선보인 차별된 공연이라는 설명이다. 고영근 대표는 이를 '플레이스 브랜딩(place branding)'이라는 개념으로 설명했다.
서울 25개 자치구 가운데 강서구와 서대문구를 제외한 23곳이 문화재단을 운영한다. 1000석 규모의 대극장을 갖춘 마포아트센터를 운영하는 마포문화재단은 공연예술 분야에서 경쟁력을 인정받는 기초문화재단이다. 특히 매년 가을 개최하는 'M클래식 축제'는 재단을 대표하는 브랜드로 자리 잡았다. 대규모 클래식 음악 축제를 자체 기획·운영하는 기초자치단체 문화재단은 마포문화재단이 유일하다. 올해는 여기에 맥모닝 콘서트를 더해 클래식 공연 브랜드를 한층 확장했다. 고 대표는 "플레이스 브랜딩은 마포라는 지역이 가진 문화적 특성을 공연과 공간에 녹여 마포아트센터만의 브랜드를 만드는 작업"이라고 말했다.
고영근 마포문화재단 대표가 지난달 30일 서울 마포구 마포아트센터 소극장에서 아시아경제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강진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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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레이스 브랜딩…지역의 문화적 특성, 공연과 공간에 담을 것"
맥모닝 콘서트의 출연진만 봐도 그의 자신감이 어디에서 비롯되는지 짐작할 수 있다. 상반기에는 2024년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 결선에 진출한 바이올리니스트 최송하와 서울시립교향악단 플루트 수석 박지은 등이 협연했다. 하반기에는 올해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 첼로 부문 2위에 오른 김태연과 2024년 지나 바카우어 국제 피아노 콩쿠르에서 우승한 피아니스트 선율 등이 무대에 오른다. 예술의전당 '원조 콘서트 가이드' 김용배 전 예술의전당 사장이 해설을 맡아 클래식음악을 쉽게 설명해준다. 김 전 사장은 예술의전당 사장으로 재직하던 2004년 국내 최초의 마티네 공연인 '11시 콘서트'를 출범시킨 주역이다.
고 대표는 예술의전당에서 21년간 근무한 뒤 지난해 6월 마포문화재단 사장에 취임했다. 그는 마포문화재단 대표로 부임한 뒤 매달 열리는 정기 공연이 없다는 점이 가장 아쉬워 3월부터 12월까지 매달 맥모닝 콘서트를 기획했다고 말했다.
기초문화재단 가운데 대규모 오케스트라를 앞세운 마티네 공연을 매달 선보이는 곳도 마포문화재단이 유일하다. 매달 대규모 오케스트라 공연을 마련하는데 적지 않은 예산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고 대표는 예산에 맞춰 공연 규모를 줄이기보다 경쟁력 있는 공연 프로그램을 만든 다음 부족한 재원을 공모사업과 협찬을 통해 확보하자며 밀어붙였다. 고 대표의 뚝심이 통해 맥모닝 콘서트는 한국문화예술회관연합회 공모사업에 선정돼 전체 사업비의 약 30%를 충당할 수 있게 됐다. 고 대표는 "좋은 프로그램을 먼저 만들고 지속적으로 끌고 가면 외부 지원과 협찬도 뒤따를 수 있다는 성공 사례를 직원들에게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충분하지 않은 예산 속에서도 새로운 사업을 밀어붙이는 추진력은 삼성에서 배웠다. 고 대표는 마흔 살에 예술의전당으로 직장을 옮기기 전 호텔신라와 삼성에버랜드에서 약 12년간 근무하며 삼성의 조직문화를 경험했다. 그는 "새로운 사업을 맡았을 때 두려워하지 않는 자세를 삼성에서 배웠다"고 말했다.
이 같은 뚝심과 추진력은 예술의전당 재직 시절에도 발휘됐다. 2015년 음악분수광장에 약 300명을 수용하는 아이스링크를 조성한 것이 대표적이다. 당시 예산 부족으로 사업이 어렵다는 협력업체 대표를 병원까지 찾아가 설득한 끝에 사업을 성사시켰다. 고 대표는 "예술의전당 재직 당시 가장 기억에 남는 사업"이라며 "당시 아이스링크가 설치된 음악분수광장 사진을 지금도 컴퓨터 바탕화면에 띄워놓았다"고 말했다.
고 대표는 하반기에도 플레이스 브랜딩을 강화하는 사업을 이어갈 계획이다. 그는 "마포는 인디밴드와 클럽 문화의 성지"라며 "마포라는 장소의 특성을 살린 인디밴드 공연을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마포문화재단은 오는 11월 홍대 롤링홀과 함께 인디밴드들이 참여하는 '윈터 에디션'을 개최할 계획이다. 롤링홀은 자우림. 크라잉넛, 노브레인, 델리스파이스 등 한국 인디음악을 대표하는 밴드들이 무대에 올랐던 홍대 인디밴드의 성지다.
고영근 마포문화재단 대표가 지난달 30일 서울 마포구 마포아트센터 앞에서 아시아경제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강진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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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장은 저녁 관객만의 공간 아냐…주민이 머무는 장소로 만들 것"
소극장 축제와 갤러리 축제도 추진할 계획이다. 고 대표는 "마포에는 약 30개 소극장이 있다"며 "소극장 축제는 윈터 에디션보다 좀 더 확대된 형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소극장 축제를 통해 홍대를 많이 찾는 외국인 관광객들도 끌어모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외국인들이 홍대를 많이 방문하는데, 홍대에는 식당과 카페는 먹거리는 많지만 즐길거리는 부족하다"며 "한국 밴드들이 외국인들에게 인기가 높은 만큼 이들이 공연을 보고 갈 수 있도록 소극장과 거리 공연을 활성화하고 싶다"고 말했다. 고 대표는 "합정동부터 서강동과 서교동에는 갤러리들도 많다"며 "갤러리 축제를 통해 마포의 특색을 더욱 살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고 대표의 플레이스 브랜딩은 공연장에만 한정되지 않는다. 고 대표는 지난해 취임 직후 매일 아침 밀짚모자를 쓰고 마포아트센터 주변을 청소했다. 오랫동안 방치돼 쓰레기장 같았던 주변 공간을 깨끗이 정리하고 센터를 가렸던 큰 나무를 잘라 햇볕도 들게 했다. 정리된 마포아트센 앞 광장에는 파라솔을 설치하고 테이블을 뒀다. 고 대표는 "지역 주민들은 공연이 매일 바뀌는 것보다 공간이 달라지는 데서 변화를 더 크게 느낀다"며 "사람들이 머물 수 있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공연장은 저녁에 공연을 보러 오는 사람들만을 위한 공간이 되기 쉽다"며 "주민들이 아침부터 저녁까지 앉아서 쉴 수 있는 공간이어야 한다"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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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대표는 깨끗해진 광장 주변에는 칸나를 심었다며 지금이 마포아트센터를 방문하기에 좋은 때라고 말했다. "정열, 열정의 꽃말을 가진 칸나는 7~8월에 화려한 붉은 꽃을 피운다."
박병희 기자 nu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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