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문화

무심코 넘긴 변비·잠꼬대·후각 장애, ‘파킨슨병 초기 경고’일 수도

최근에는 인공지능(AI) 기반 분석, 후각 검사, 수면 검사 등 다양한 보조 기법도 진단에 활용되고 있다. 장기간 약물치료 후 약효가 감소한 경우에는 뇌에 전극을 삽입해 전기 자극을 주는 뇌심부자극술(DBS)을 고려할 수...

무심코 넘긴 변비·잠꼬대·후각 장애, ‘파킨슨병 초기 경고’일 수도

빠르게 늘고 있는 파킨슨병 증상과 대응

2023년 12만5천 명…7년 만에 30% 증가

도파민 생성 신경세포 줄어들며 발생

‘변비 등 전조’ 2개 이상 때 병원 찾아야

“약물과 다양한 치료 병행…삶의 질 개선”

치매, 뇌졸중과 함께 3대 노인성 뇌 질환으로 분류되는 파킨슨병은 ‘중뇌’에 위치한 흑질에서 도파민을 생성하는 신경세포가 점차 소실되면서 발생하는 퇴행성 뇌질환이다. 변비·잠꼬대·후각 장애 중 두 가지 이상의 증상을 가지고 있다면 신경과 전문의를 찾아 진료받는 것이 바람직하다. 게티이미지뱅크

1817년, 영국 런던에서 짧은 의학 논문 한 편이 조용히 출판됐다. 제목은 ‘떨림 마비에 관한 에세이’. 저자는 왕립외과대학 회원 제임스 파킨슨 박사였다. 그는 이 글에서 쉬고 있을 때조차 멈추지 않는 비의지적인 떨림, 몸통을 앞으로 굽히려는 성향, 짧고 빠른 보폭으로 뛰듯 걷게 되는 현상을 세밀하게 기술했다. “이 지루하고 비참한 질병을 완화할 가장 적절한 수단을 찾아낼 분들의 주의를 환기한 것만으로도 충분한 보상을 받았다고 생각할 것”이라는 말로 글을 맺은 그는, 아마도 자신의 이름이 이 질환 이름으로 역사에 남을 것이라고는 상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1997년 유럽파킨슨병협회(EPDA)가 세계보건기구(WHO)와 협력해 만든 ‘세계 파킨슨병의 날’은 제임스 파킨슨 박사의 생일이다.

파킨슨병은 치매, 뇌졸중과 함께 3대 노인성 뇌 질환으로 분류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국내 파킨슨병 환자 수는 2023년 12만5526명으로, 2016년 9만6764명 대비 7년간 약 30% 증가했다. 노인 인구가 증가하는 추세에 따라 앞으로도 환자 수는 지속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파킨슨병 환자 수.

도파민 신경세포의 소실…50% 없어질 때까지 증상 없어

파킨슨병은 뇌의 중간 부위인 ‘중뇌’에 위치한 흑질에서 도파민을 생성하는 신경세포가 점차 소실되면서 발생하는 퇴행성 뇌질환이다. 도파민은 몸의 움직임을 정교하고 부드럽게 조절하는 신경전달물질로, 이 물질이 정상 수준보다 60~80% 이상 줄어들면 다양한 운동 장애가 나타나기 시작한다. 특히 주목할 점은 도파민 신경세포가 약 50% 소실될 때까지는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따라서 환자가 처음 증상을 느끼는 시점보다 적어도 수년 전에 이미 병이 시작된 셈이다.

발병 원인은 아직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전체 환자의 약 5~15%만이 유전적 원인에 의해 발생하며, 특히 40살 이하 조기 발병 환자에게서 유전적 요인이 약 20% 비율로 나타난다. 나머지 대다수는 뚜렷한 가족력이나 유전자 이상 없이 노화와 환경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4대 증상은 떨림·경직·서동증·자세 불안정…노화와 혼동 쉬워

파킨슨병의 대표적인 4대 증상은 떨림(진전), 근육 경직, 움직임 느려짐(서동증), 자세 불안정이다. 떨림은 파킨슨병에서 가장 먼저 나타나는 증상으로, 편안히 쉬는 상태에서 발생하는 ‘안정 시 떨림’이 특징이다. 보통 한쪽 손에서 시작해 반대편 손이나 발, 다리로 번지며 드물게는 입술이나 턱에서도 나타난다. 환자 본인이 인지하지 못하다가 주변 사람의 지적으로 병원을 찾는 경우도 많다.

여기서 단순 손 떨림과는 구별이 중요하다. 본태성 진전으로도 불리는 단순 손 떨림은 노인 10명 중 1명에게 나타날 만큼 흔한 증상으로, 숟가락을 들거나 펜을 잡으려 할 때처럼 무언가를 하려는 순간 떨리는 ‘자세성 떨림’이 특징이다. 반면 파킨슨병의 떨림은 가만히 있을 때 나타나므로 이 차이로 구별할 수 있다.

경직은 관절이 뻣뻣해지고 근육이 굳으면서 목이나 허리 통증을 유발한다. 이를 디스크나 관절염으로 오인해 치료 시기를 놓치는 사례가 적지 않다. 어느 정도 치료받아도 증상이 호전되지 않고 점차 악화한다면 신경과 전문의를 찾아 파킨슨병 여부를 확인해볼 필요가 있다.

서동증은 걸음걸이와 손동작이 느려지는 것은 물론, 말이 느려지고 표정이 줄어들며 일상적인 동작 전반이 굼떠지는 증상이다. 팔 흔들림이 줄고 다리가 끌리며, 움직임이 마치 로봇 같다는 인상을 주기도 한다.

자세 불안정은 병이 진행되면서 나타나며, 몸 전체가 앞으로 굽고 중심 잡기가 어려워져 낙상 위험이 커진다. 이 밖에도 우울·불안, 인지기능 저하, 기립성 저혈압, 소변 장애, 치매 등 다양한 비운동 증상도 동반될 수 있다.

놓치기 쉬운 전조 증상 세 가지

파킨슨병은 운동 증상이 나타나기 전에 전조 증상이 먼저 나타나는 경우가 있다. 대표적인 전조 증상은 세 가지다.

첫째, 만성 변비다. 자율신경계가 손상되면서 장운동이 느려져 만성 변비가 생기기 쉽다. 둘째, 심한 잠꼬대(렘수면 장애)다. 수면 중 소리를 지르거나 팔을 휘젓고 발길질하는 등의 이상 행동이 반복된다면 주의가 필요하다. 셋째, 후각 장애다. 코에 별다른 질환이 없는데도 음식 냄새나 맛을 제대로 느끼지 못한다면 파킨슨병을 의심해볼 수 있다.

위 세 증상 중 두 가지 이상을 가지고 있거나, 주변에서 ‘예전과 다르다’는 이야기를 듣기 시작했다면 신경과 전문의를 찾아 진료받는 것이 바람직하다.

초기 파킨슨병은 노화로 인한 무기력함이나 둔함과 증상이 비슷해 구별이 어렵다. 그러나 한쪽 손의 떨림, 걸을 때 한쪽 팔이 잘 흔들리지 않는 현상, 표정 감소, 목소리 작아짐, 글씨 크기의 변화 등 특징적인 신호가 나타난다면 파킨슨병을 의심해볼 수 있다.

약물 내성 ‘속설’ 사실 아니야…검증된 치료가 최선

파킨슨병 환자 중에는 “약을 먹으면 몇 년 안에 내성이 생긴다”는 잘못된 정보를 믿고 불편함을 참으며 치료를 미루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이는 사실이 아니다.

2000년대 초 초기 파킨슨병 환자를 대상으로 약 복용량에 따른 병의 진행 정도를 비교한 연구에서, 예상과 달리 약을 먹지 않은 환자에게서 병의 진행이 가장 심했고, 충분한 용량을 복용한 환자에게서 진행 정도가 가장 경미했다. 이후 약물 복용이 병의 진행을 촉진한다는 주장은 의학계에서 더는 논란이 되지 않는다.

병이 진행될수록 약효가 떨어진다고 느끼는 경우가 있지만, 이는 내성이 아니라 병 자체가 진행된 결과다. 초기 증상인 떨림·경직·서동증은 약 반응이 좋은 반면, 진행 후 나타나는 균형 장애나 동결 현상은 상대적으로 약이 잘 듣지 않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약을 줄인다고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므로, 스스로 복용을 조절하기보다는 의료진과 상의해 치료를 이어가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줄기세포 치료나 생약 등 검증되지 않은 치료법을 고가에 판매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파킨슨병에 대한 새로운 연구 결과가 나올 때마다 언론이 과도하게 조명하는 경향이 있지만, 치료법의 효과와 안전성을 입증하려면 최소 7~8년의 임상 연구가 필요하다. 현재 줄기세포 이식, 유전자 치료, 면역 치료 등이 연구되고 있으나 아직 검증 단계다. 검증된 의학적 치료를 포기하지 않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약물·운동·재활 병행…만성질환처럼 관리가 중요

파킨슨병의 가장 중요한 치료는 부족한 도파민을 약물로 보충하는 것이다. 진단은 신경과 전문의의 병력 청취와 신경학적 검사를 기반으로 하며, 뇌 자기공명영상(MRI)과 도파민 수송체 PET·SPECT 등 핵의학 영상 검사를 통해 정확도를 높인다. 최근에는 인공지능(AI) 기반 분석, 후각 검사, 수면 검사 등 다양한 보조 기법도 진단에 활용되고 있다.

장기간 약물치료 후 약효가 감소한 경우에는 뇌에 전극을 삽입해 전기 자극을 주는 뇌심부자극술(DBS)을 고려할 수 있다. 최근에는 환자 개개인의 상태를 고려한 맞춤형 약물 조합과 정밀의료 기술이 도입되며 치료 선택의 폭이 넓어지고 있다. 강동경희대병원 신경과 정유진 교수는 “파킨슨병은 완치가 불가능한 질환이지만, 약물치료와 함께 다양한 치료 방법을 병행하면 증상 조절과 기능 회복을 도울 수 있다”고 말했다.

운동과 재활도 약물치료 못지않게 중요하다. 걷기·수영·스트레칭·체조 등 규칙적인 운동은 균형 감각과 유연성 유지에 효과적이다. 단, 보행 장애가 있는 고령 환자는 낙상 위험이 있으므로 보호자와 함께 운동하는 것이 권장된다. 언어치료, 작업치료, 물리치료, 심리 상담, 영양 관리도 병행하면 삶의 질 향상에 도움이 된다.

이 기사 공유하기
페이스북X

이 기사를 추천합니다

i

댓글

0

후 댓글을 작성할 수 있습니다.

아직 댓글이 없습니다 이 기사에 첫 의견을 남겨보세요.

댓글 수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