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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메모리 마켓워치] 사이클 시대 저무나…메모리 판 바꾸는 '장기계약'

삼성전자는 최근 정기 주주총회에서 주요 고객과의 장기공급계약 확대를 언급하며 안정적인 공급 체계 구축 의지를 드러냈다. SK하이닉스 역시 HBM을 중심으로 고객사와의 협력을 강화하며 사실상 장기계약 기반 사업...

[메모리 마켓워치] 사이클 시대 저무나…메모리 판 바꾸는 '장기계약'

/ 생성형 AI(챗GPT)의 도움을 받아 제작한 그래픽입니다.

HBM(고대역폭메모리)이 메모리 시장의 거래 방식을 바꾸고 있다. 필요할 때 사던 구조에서, 미리 확보하는 구조로의 전환이다. AI 서버 확산과 함께 물량 확보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장기공급계약(LTA)과 생산능력 확보 계약(CSA)이 빠르게 확산되는 모습이다. 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메모리 산업의 고질적 '롤러코스터' 구조를 흔드는 변화로 본다.

23일 반도체업계에 따르면 최근 메모리 시장에 장기공급계약(LTA)이 대세로 떠올랐다. 기존에는 필요할 때마다 시장 가격에 따라 거래하는 '스팟(현물)' 중심 구조가 일반적이었지만 최근에는 일정 기간 물량을 미리 확보하는 계약 비중이 늘고 있다.

실제로 마이크론은 최근 실적발표에서 하이퍼스케일러 고객사 한 곳과 3~5년 기간의 CSA(Capacity Supply Agreement·생산능력 확보 계약)를 체결했다고 밝혔다. 해당 계약은 가격을 고정하기보다 생산 캐파를 선점하는 구조로, AI 인프라 투자가 확대되면서 고객사들이 물량 확보를 우선시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국내 기업들도 비슷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삼성전자는 최근 정기 주주총회에서 주요 고객과의 장기공급계약 확대를 언급하며 안정적인 공급 체계 구축 의지를 드러냈다. SK하이닉스 역시 HBM을 중심으로 고객사와의 협력을 강화하며 사실상 장기계약 기반 사업 구조를 확대하는 모습이다.

HBM이 만든 변화…'사는 시장→확보하는 시장'

이 같은 변화의 출발점은 'HBM'이다. AI 서버에 필수적으로 탑재되는 HBM은 생산 공정이 복잡하고 공급이 제한적인 대표적 고부가 제품이다. 여기에 고객 맞춤형 설계와 긴 인증 과정이 필요해 사전에 물량을 확보하지 않으면 공급을 보장받기 어렵다.

결국 고객사 입장에선 가격보다 '확보'가 중요해졌다. 엔비디아를 비롯한 빅테크 기업들이 앞다퉈 메모리 물량 선점에 나서면서 자연스럽게 LTA와 CSA 형태의 거래가 확대되는 구조가 형성된 것이다.

이 같은 형식의 계약이 확대되면 메모리 시장의 변동성을 완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일정 물량이 계약으로 묶이면 시장에 풀리는 물량이 줄어들고 가격이 갑자기 크게 오르거나 떨어지는 현상이 줄어들 수 있기 때문이다. 기업도 매출 가시성이 높아지고 재고 리스크가 줄어드는 효과가 있다.

사이클은 남는다…'완만한 곡선'으로 진화

다만 사이클 자체가 사라지기는 어렵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메모리 산업은 대규모 설비투자가 필수적인 구조로, 공급이 한 번에 늘어나거나 줄어드는 특성이 여전히 유효하다. 여기에 IT 경기 변동에 따른 수요 변화도 지속되는 만큼 업황의 방향성 자체를 없애기는 쉽지 않다는 설명이다.

결국 메모리 제조사들이 고객사들과 장기계약을 중심으로 사업을 재정립한다면 메모리 사이클이 완전히 소멸되는 것이 아니라 '완만한 곡선을 그리는 사이클'로 변화할 것으로 보인다. 장기공급계약이 확대되면서 과거처럼 가격이 급락하거나 급등하는 극단적 변동성은 줄어들 수 있지만 업황 흐름 자체는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기업별 영향은 엇갈린다. SK하이닉스는 HBM을 중심으로 이미 계약 기반 사업 구조를 구축하며 변화의 수혜를 빠르게 흡수하는 모습이다. 반면 삼성전자는 범용 메모리 비중이 높은 만큼 스팟 시장 영향이 여전히 크지만, 장기계약 확대를 통해 점진적인 구조 전환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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