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에이전트가 기업 전반으로 빠르게 퍼져나가며, 이제는 '너무 많은 AI 에이전트'가 새로운 IT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최근 직원 누구나 손쉽게 AI 에이전트를 만들 수 있게 되며 기업들이 비용 증가와 보안 위험, 관리 혼선 등 이른바 ‘AI 에이전트 스프롤(agent sprawl)’ 현상에 대응하기 위한 통제 체계 마련에 나서고 있다고 보도했다.
스프롤은 도시가 급격히 성장하면서 교외 지역으로 무계획적이고 무분별하게 팽창하는 난개발을 설명하는 용어다. 에이전트 스프롤은 기업 현장에서 AI 에이전트가 이메일 요약, 코드 작성, 고객 지원, 데이터 분석 등 다양한 업무를 수행하며 빠르게 퍼져나가는 것을 말한다. 특히 비전문가도 손쉽게 AI 봇을 만들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면서 에이전트 수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앤트로픽의 ‘클로드 코워크(Claude Cowork)’나 AI 에이전트 오케스트레이션 도구인 '오픈클로(OpenClaw)'의 인기가 이유로 꼽힌다. 직원들이 개별 업무에 맞춘 독립형 AI 에이전트를 직접 제작하고 활용하는 사례가 급증하는 것이다.
하지만 기업들은 새로운 문제에 직면했다. 동일한 업무를 수행하는 중복 에이전트가 늘어나고, 관리되지 않는 AI 봇이 기업 내부 시스템과 데이터에 접근하면서 보안과 비용 문제가 발생하기 시작한 것이다.
마이클 프리들랜더 매그넘 아이스크림 CIO는 “누구나 AI 에이전트를 만들 수 있기 때문에 결국 비슷한 기능의 에이전트가 회사 곳곳에서 생겨날 가능성이 높다”라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 사내 AI 에이전트를 중앙화하고 통합하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지적하면서도, 직원들의 창의적인 실험 자체를 막고 싶지는 않다고 설명했다. 토큰 사용량 증가에 따른 비용 통제도 중요한 과제가 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가트너는 앞으로 2년 내 글로벌 포춘 500대 기업 한 곳당 평균 15만개 이상의 AI 에이전트를 운영하게 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적절한 AI 에이전트 거버넌스를 갖췄다고 답한 조직은 13%에 불과했다.
현재 대부분의 AI 에이전트는 화이트칼라 업무 자동화에 사용되고 있지만, 점차 복잡한 형태로 진화하고 있다. 단순 이메일 정리 수준을 넘어 심층 리서치와 전체 업무 프로세스 자동화까지 수행하는 사례도 등장하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에이전트들이 직원 개인 노트북, 사내 서버, 클라우드 시스템 등 다양한 환경에서 운영되면서 IT 부서가 전체 현황을 파악하기 어려워지고 있다는 점이다.
벤처캐피털 사파이어 벤처스의 자이 다스 공동 창립자는 “IT 부서가 회사 내 모든 AI 에이전트를 추적하는 일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신용평가 기업 FICO도 비슷한 상황을 겪고 있다. 마이크 트케이 CIO는 3500여명의 직원들이 매일 수십개의 새로운 AI 에이전트를 만들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거의 모든 조직 계층에서 새로운 에이전트가 만들어지고 있다”라며, 이메일 관리 같은 개인용 에이전트부터 여러 프로젝트 데이터를 관리하는 대규모 에이전트까지 다양하게 등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FICO는 동일한 문제에 대해 서로 다른 결과를 제시하는 에이전트 난립을 방지하기 위한 거버넌스 체계를 구축 중이다.
의료 기업 다비타는 이미 직원들이 1만개 이상의 AI 에이전트를 생성했다고 밝혔다. 마두 나라심한 CIO는 의료 데이터를 다루는 특성상 보안 위험 관리가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환자를 돌보는 기업인 만큼 안전성을 유지하며 AI를 확장해야 한다”라며, 소비자용 AI 에이전트 도구의 사내 사용을 제한하고 자체 플랫폼을 통해 토큰 비용과 추론 사용량을 통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일부 기업들은 단기적인 ‘에이전트 스프롤’ 현상을 불가피한 성장 과정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제이슨 보그리넥 리프트 AI 책임자는 “규제 의무가 많은 상장 기업에서는 너무 많은 에이전트가 또 다른 관리 문제를 만든다”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리프트는 직원들에게 클로드를 배포한 뒤, 업무 처리 방식을 정의하는 ‘스킬(skills)’ 공유 체계를 구축했다. 동시에 모든 AI 에이전트를 중앙 관리할 수 있는 IT 통제 플랫폼도 개발 중이다.
앤트로픽도 역할 기반 접근 제어, 비용 관리, 사용 분석, 감사 로그, 플러그인 라이브러리 같은 기업용 관리 기능을 강화하고 있다.
소프트웨어 개발 플랫폼 깃랩의 마누 나라얀 CIO는 현재의 거버넌스 체계가 AI 에이전트 확산을 어느 정도 통제하고 있다고 평가하면서도, 단기적으로는 에이전트 난립 현상을 허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당분간 에이전트 스프롤은 발생할 것”이라며 “하지만 AI가 가져올 기회가 워낙 크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이를 어느 정도 받아들이고 있다”라고 밝혔다.
박찬 기자 cpark@ai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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