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전 6100선에서 추락…이익 펀더멘털은 건재, 협상 변수가 관건
이슬라마바드 협상 성패에 따라 5500~6500 사이 ‘뉴스 장세’ 불가피
코스피 5872.34 이 숫자는 종전이 완성됐을 때의 도착점이라기보다, 다시 출발선에 올라섰다는 신호에 가깝다. 전쟁이 발발하기 직전인 2월 말 코스피는 6100선을 넘어 7000을 향해 달리고 있었다. 국내외 증권사들이 연간 목표치를 7500~8000까지 줄줄이 상향하던 시점이다. 전쟁이 남긴 낙폭은 최대 1400포인트를 웃돈다. 이날 6.87% 반등은 그 낙폭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관건은 이익 펀더멘털이 얼마나 유지됐느냐다. 지난 한 달간 유가·환율·물류비 3중 압박이 거셌지만, 코스피 상승을 이끌었던 반도체 슈퍼사이클 자체는 아직 꺾이지 않았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의 올해 연간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전쟁 이전과 비교해 큰 폭의 하향 조정 없이 유지되고 있다. 코스피 상장사 전체 영업이익 전망치도 전쟁 직전 527조원 수준에서 소폭 조정에 그친 상태다. 유가가 100달러 아래로 안착한다면 이익 훼손 리스크는 빠르게 되돌려질 수 있다.
증권가는 현재를 기준으로 세 가지 시나리오를 상정한다.
우선 ▲낙관 시나리오는 10일 이슬라마바드에서 열리는 미·이란 회담에서 종전 로드맵이 가시화되는 경우다. 이 경우 국제유가는 배럴당 100달러 아래에서 빠르게 안정을 찾고, 원/달러 환율도 1400원 초반까지 내려오면서 코스피는 6300~6800선까지 한 단계 레벨업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기본 시나리오는 휴전이 2주 단위로 연장되면서 국지적인 충돌은 이어지지만 전면전으로 재확산되지는 않는 경우다. 유가는 80~90달러 박스권에서 등락하고, 외국인 수급도 점진적으로 개선되면서 코스피가 5700~6200선 범위 안에서 뉴스에 따라 오르내리는 모습이 될 가능성이 크다. 반대로 ▲비관 시나리오는 협상이 결렬돼 교전이 재개되는 경우다. 이때는 유가가 다시 세 자릿수로 치솟고 환율도 1500원대를 재시험할 수 있어, 코스피가 5000~5300선까지 한 차례 더 밀릴 수 있다는 경고도 적지 않다.
현재 시장이 가장 현실적으로 보는 그림은 기본 시나리오에 가깝다. 이 경우 국제 유가는 배럴당 80~90달러 수준에서 서서히 안정되고, 원/달러 환율도 1400원대 초반까지 내려올 수 있다는 전망이 많다. 외국인 수급이 점진적으로 회복되면 코스피는 전쟁 이전 6000~6100선 회복을 시도한 뒤, 협상 진전에 따라 낙관 시나리오의 상단인 6300선 이상 재도전을 노려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두 가지 조건이 동시에 충족돼야 한다. 첫째, 이란이 핵 우라늄 농축과 미사일 프로그램을 둘러싼 핵심 쟁점에서 미국과 ‘관리 가능한 타협’을 만들어낼 수 있어야 한다. 둘째, 호르무즈 해협 개방이 선언에 그치지 않고 실제 유조선 통항 정상화로 이어져야 한다. 호르무즈가 열리더라도 실질 유가가 배럴당 70달러대로 내려오려면 최소 6월은 돼야 한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시장은 이미 종전을 ‘반값’ 정도는 선반영하기 시작했다. 이날 폭등은 전쟁의 완전 종료를 확신했다기보다, 최악의 국면은 지나갔다는 판단을 가격에 반영한 결과에 가깝다. 전쟁 직후 한 달 사이 외국인이 쏟아낸 30조2630억 원 규모의 매도가 향후 어느 속도로 되사들이기로 전환될지, 그 속도가 향후 코스피 복원의 실제 속도계를 결정할 것이다. 개인 투자자에게는 당분간 이슬라마바드 협상 뉴스, 유가 방향, 외국인 수급 세 가지를 동시에 점검하는 ‘뉴스 장세’ 구간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사진=연합뉴스
민병권 기자 kdf@kdf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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