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산 자율주행 트럭이 태평양을 건넌다. 국내에서 규제특례로 상용화 가능성을 검증한 기술이 국가 AI 프로젝트와 결합해 미국 장거리 물류 시장으로 뻗어나가는 구조는 스타트업 단독 해외 진출과는 결이 다르다. 오로라·코디악 등 북미 자율주행 트럭 선두 기업들이 수천억원 규모의 자금을 바탕으로 시장을 선점하는 가운데 마스오토는 카메라 기반 E2E AI라는 저비용 고확장성 구조와 현대모비스·롯데글로벌로지스·LX판토스로 구성된 '팀 코리아'라는 산업 연합으로 맞서는 전략을 택했다. 정부 지원이 기술 개발 보조금에 그치지 않고 실제 상업 운영 확장의 기반으로 작동하는 방식이라는 점에서 이번 사업 선정은 단순한 R&D 수주를 넘어서는 의미를 갖는다.
자율주행 트럭 스타트업 마스오토(대표 박일수)는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한국산업기술진흥원(KIAT)의 '규제특례 신산업창출' 사업과 국가 인공지능 프로젝트인 'SDV 전환 및 AI 미래차 E2E 자율주행 모델 고도화' 사업에 동시 선정됐다고 11일 밝혔다. 향후 2년간 약 20억원 규모의 R&D와 GPU 인프라를 확보해 미국 장거리 물류 사업 확장에 속도를 낸다는 계획이다.
두 사업의 결합은 전략적으로 맞물린다. 규제특례 신산업창출 사업은 시장성이 검증된 기술을 대상으로 후속 기술 개발과 성과 확산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국가 AI 프로젝트는 산업통상부와 한국산업기술기획평가원(KEIT)이 주관하는 'AI 미래차 M.AX 얼라이언스'와 연계된 사업으로 전체 52개 과제 중 최대 규모다. 마스오토는 이를 통해 엔비디아의 최신 GPU '블랙웰' 기반 AI 학습 인프라를 확보하고 오로라·코디악 등 북미 경쟁사와 유사한 수준의 학습 환경을 구축한다.
마스오토가 경쟁력의 근거로 내세우는 것은 비용 구조다. 라이다와 정밀지도에 의존하는 기존 자율주행 방식과 달리 카메라 기반 E2E AI 구조를 채택해 부품과 유지 비용을 90% 이상 낮췄다. 마스파일럿 시스템의 설치 비용은 약 1000만원으로 기존 자율주행 시스템 대비 20분의 1 수준이다. 이 구조는 테슬라의 자율주행 접근 방식과 맥을 같이 하는데 센서 단가가 높은 라이다 의존도를 낮추는 대신 데이터 학습량으로 정밀도를 확보하는 방식이다.
사진=회사제공
국내에서는 이미 상업 운영 단계다. 마스오토는 2023년 국내 최초로 자율주행 기반 유상 화물운송을 개시한 이후 현재까지 누적 8개 정기 노선을 운영하며 1500만km 이상의 실주행 데이터를 쌓았다. 일평균 2000시간 이상의 실주행 데이터가 지속적으로 축적되고 있다.
미국 사업은 이미 상업 운영 단계에 진입해 있다. 캘리포니아 롱비치항에서 앨라배마·조지아주를 잇는 약 3379km 고정 노선에서 실제 화물을 운송 중이며 고정 노선 기준 세계 최장거리 운영 사례로 꼽힌다. 이번 사업을 계기로 팀 코리아 참여 기업 확대와 자율주행 트럭 투입 규모 확장, 미국 도로 환경 기반 E2E AI 학습 가속화를 추진한다. 한·미 양국에서 수집한 실주행 데이터를 통합 학습해 자율주행 성능을 끌어올린다는 방침이다.
박일수 마스오토 대표는 "정부와 대기업, 스타트업이 원팀으로 협력해 국내 유상운송 성과를 글로벌 시장으로 확장하는 중요한 이정표"라며 "상반기 중 국내 고정 노선 확대 등 의미 있는 성과를 공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이번 선정이 국내 자율주행 상용화 생태계에 던지는 신호를 주목한다. 웨이모·테슬라가 승용 자율주행 시장을 선점하는 가운데 트럭·물류 분야는 아직 글로벌 주도권 경쟁이 진행 중이다. 마스오토가 저비용 시스템과 산업 연합이라는 두 카드를 들고 미국 장거리 물류 노선에 발을 넓혀가는 전략이 북미 시장에서 얼마나 빠르게 검증될 수 있을지가 향후 관전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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