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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마산 옛 영록서점 자리 책·사람 다시 모인다…이은문화살롱 새출발

헌책을 찾아 사람들이 드나들던 창원시 마산합포구 창동 영록서점 건물에 책을 읽고 이야기를 나누는 공간이 새로 들어선다.

마산 옛 영록서점 자리 책·사람 다시 모인다…이은문화살롱 새출발

14일 옛 영록서점 건물서 이전 개업

이선관 시인 살던 터에 인문학 공간

책 읽고 노래하며 이웃 만나는 공동체

14일 창원시 마산합포구 창동 이은문화살롱 전경. /정종엽 기자

헌책을 찾아 사람들이 드나들던 창원시 마산합포구 창동 영록서점 건물에 책을 읽고 이야기를 나누는 공간이 새로 들어선다.

지역 인문학 공간 이은문화살롱이 14일 옛 영록서점 건물 2층에서 새롭게 문을 연다. 작가 초청 강연과 독서모임, 작은 음악회로 시민들을 만나온 살롱이 북카페를 꾸려 일상에서도 편하게 들를 수 있는 공간으로 자리를 넓힌다.

12일 찾은 살롱에는 책장 사이로 여럿이 둘러앉을 탁자가 놓여 있었다. 창가에는 소파가, 한쪽에는 커피를 만드는 공간이 마련됐다. 건물 밖에는 ‘창동 허새비 이선관 시인’ 안내판이 서 있다.

이곳에는 책과 문학에 얽힌 기억이 남아 있다. 영록서점은 오래된 책과 음반을 찾아 시민들이 오가던 창동 대표 헌책방이었다. 지금 건물이 들어서기 전에는 이선관 시인(1942~2005)이 살던 마당 있는 집이 있었다. 마산을 삶터로 삼은 이 시인은 환경과 생명, 평화를 시에 담으며 ‘창동 허새비’로 불렸다.

이은혜 이은문화살롱 대표는 시인이 사람과 세상을 바라보던 따뜻한 시선을 좋아했다고 했다. 책방이 있던 공간이 비어 있는 모습도 마음에 걸렸다. 박기헌 운영위원장과 함께 새 공간을 마련한 데는 이곳에 다시 사람들 발길이 이어졌으면 하는 바람이 담겼다.

14일 창원시 마산합포구 창동 이은문화살롱 1층 복도 앞 열린 헌책방. /정종엽 기자

살롱은 2017년 심리상담 교육에서 출발했다. 사람을 깊이 이해하려면 철학과 문학도 함께 공부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모임을 넓혔다. 신경숙·정지아·공선옥 작가와 박준 시인 등을 초청하고, 지역 교수들과 철학·한시·경제 등을 공부하며 인문학을 접할 자리를 만들어왔다.

공부는 이웃을 만나는 일로 이어졌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노래하는 남쪽바다합창단도 그렇게 꾸려졌다. 동네 주민들이 연습하는 단원들에게 간식을 건네고, 독서모임과 가곡반 참여자들이 공연을 돕는 관계가 생겼다.

이 대표는 “공부는 사랑이라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사랑을 어떻게 실천하고 살지 이야기하다가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노래하는 합창단을 만들게 됐다”고 말했다.

새 공간에서도 이런 만남을 이어간다. 2층 북카페에서는 책과 차를 두고 이야기를 나누고, 3층은 심리상담과 합창 연습, 소모임 공간으로 활용한다. 시민들이 읽은 책을 기부하고 필요한 책을 가져가며 자율적으로 돈을 보태는 헌책 판매대도 마련할 계획이다. 수익은 남쪽바다합창단 운영에 보탠다.

14일 창원시 마산합포구 창동 이은문화살롱 2층 북카페. /정종엽 기자

운영은 여전히 쉽지 않다. 그동안 운영진이 사비를 들이고 지역 병원과 기업, 주민들이 후원하며 살롱을 이어왔다. 북카페는 시민들이 자연스럽게 들어올 계기를 만들면서 운영비도 마련하려는 시도다. 운영위원들도 요일을 나눠 커피를 만들고 공간을 돌보는 데 참여한다.

이 대표는 책을 읽는 데서 그치지 않고 함께 밥을 먹고 안부를 묻는 공동체를 그리고 있다. 비 오는 날 수제비를 끓여 먹거나 국수 한 그릇을 나누며 얼굴을 익히는 모임도 구상 중이다.

그는 “같이 모이고 얼굴을 보는 시간을 가지면서 도시에 정다움과 다정함이 살아나면 좋겠다. 재미를 누리고 의미를 만들어가는 공간으로 쓰였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전 개업 모임은 14일 오후 6시 열린다. 별도 의식 없이 방문객들이 음식과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로 준비한다.

/정종엽 기자

14일 창원시 마산합포구 창동 이은문화살롱 3층 소모임 공간. /정종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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