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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로터리] 도시를 데이터로 진단하다

부동산 문제는 도시 문제다. 사람들이 원하는 것은 좋은 도시에 있는 좋은 부동산이며 좋은 도시 없이 좋은 부동산이 생겨나기는 어렵다. 국민이 선호하는 도시공간의 희소성을 완화하는 일이 부동산 문제의 근본적인 해법이다. 그러면 우리는 도시라는 부동산을 얼마나 잘 알고 있을까.

[로터리] 도시를 데이터로 진단하다

이헌욱 한국부동산원장. 사진 제공=한국부동산원

부동산 문제는 도시 문제다. 사람들이 원하는 것은 좋은 도시에 있는 좋은 부동산이며 좋은 도시 없이 좋은 부동산이 생겨나기는 어렵다. 국민이 선호하는 도시공간의 희소성을 완화하는 일이 부동산 문제의 근본적인 해법이다. 그러면 우리는 도시라는 부동산을 얼마나 잘 알고 있을까. 사람들은 부동산을 잘 안다고 여긴다. 사고팔고 빌리고 빌려주고 세금을 매기는 대상으로서는 그렇다. 그러나 도시의 부동산은 거래의 대상이기 이전에 만들어지는 것이다. 도시 자체가 인간이 만들어낸 발명품이다. 도시를 모르는 채로 도시의 부동산을 안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인류 문명이 도시에서 태어나고 자랐다. 문자와 법, 시장과 화폐, 대학과 과학이 도시에서 태어났다. 산업혁명 시대 공장이 들어서자 사람들은 도시로 몰렸고, 도시는 생산과 시장의 중심이 되었다. 지식산업 시대에 들어 도시의 역할은 더 커졌다. 지식은 기계처럼 옮겨 놓을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오간다. 인재가 모이는 곳에 기업이 모이고, 기업이 모이는 곳에 다시 인재가 모인다. 이제 세계는 도시 단위로 경쟁한다.

우리는 최빈국에서 산업화와 민주화를 함께 이룬 위대한 국민이다. 이제 우리는 위대한 나라를 바란다. 필자는 위대한 도시를 만드는 일이 위대한 나라를 만드는 가장 확실한 길이라고 생각한다. 위대한 도시를 만들려면 도시를 알아야 한다. 우리 도시도, 선진국의 도시도 알아야 한다. 인상과 경험으로 아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 데이터로 알아야 한다. 지금의 도시를 객관적인 데이터로 설명할 수 있어야 하고, 우리가 만들어갈 도시도 데이터로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 도시들이 보내는 신호는 이미 뚜렷하다. 행정안전부가 지정한 인구감소 지역은 89곳이다. 반대편에서는 국토의 11.8%인 수도권에 인구의 약 51%가 몰려 있다. 한쪽은 사람이 빠져나가 비어가고 다른 쪽은 사람이 몰려 값이 오른다. 모습은 달라도 도시의 품질을 제때 진단하고 관리하지 못한 결과라는 점에서는 같다.

그동안의 도시 평가와 공급 정책은 주택보급률이나 인프라 확충 같은 양적 지표에 기대어 왔다. 도시는 주택만 많다고 좋아지지 않는다. 여러 기능이 세밀하게 맞물려 돌아가는 복합 공간이다. 지표가 없지는 않다. 다만 분야마다 따로 흩어져 있어 한 도시를 입체적으로 보여주지 못했다. 도시의 품질을 종합적으로 진단하는 일이 시급하다.

한국부동산원은 우리 도시들을 데이터로 진단하는 도시백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여섯 범주 109개 지표로 도시의 체질을 읽는 작업이다. 주거, 교통, 교육과 일자리, 문화와 복지, 금융과 소비, 그리고 혁신성이다. 범주 구분은 데이터 축적 상황을 고려한 실무적 분류로, 앞으로 더 정교해질 것이다. 이 진단은 각 도시가 자기 강점을 찾아내고 약한 곳을 보완하도록 돕는 도구다. 지금 중요한 것은 우리 도시를 재는 공통의 자(尺)를 갖는 일이다.

증상이 다른 환자에게는 각각의 진단과 처방이 필요하다. 도시도 마찬가지다. 정확한 진단이 있어야 획일적인 정책을 넘어 개별 도시에 맞는 전략을 세울 수 있다. 진단이 공개되면 국민이 데이터로 도시를 고르기 시작한다. 신혼부부는 직주근접과 주거비를, 자녀를 키우는 가구는 보육과 교육을, 은퇴를 앞둔 가구는 의료와 환경을 먼저 본다. 시민이 근거를 갖고 평가하면 도시도 응답한다. 도시 사이의 건강한 경쟁이 품질을 끌어올린다.

도시 진단은 국토 전체의 공간구조를 다시 설계하는 작업의 출발점이기도 하다. 수도권 과밀을 완화하고 비수도권에 경쟁력 있는 도시를 세우는 국토균형발전 전략도 데이터 위에 설 때 성과를 낸다. 데이터에 기반한 정밀한 도시진단으로 우리 도시의 체질을 바꾸어 가자. 수도권과 비수도권 모두에 살기 좋은 도시공간을 만들어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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