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경제

[로터리] 금리 인상 후폭풍, 성장엔진 꺼뜨려선 안돼

2023년 3월 9일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에 하루 만에 420억 달러의 예금 인출이 몰렸다. 초유의 디지털 뱅크런으로 이튿날 은행은 문을 닫았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1년 만에 기준금리를 제로금리 수준에서 4%대 중반까지 끌어올린 뒤였다.

[로터리] 금리 인상 후폭풍, 성장엔진 꺼뜨려선 안돼

안도걸 더불어민주당 의원

2023년 3월 9일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에 하루 만에 420억 달러의 예금 인출이 몰렸다. 초유의 디지털 뱅크런으로 이튿날 은행은 문을 닫았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1년 만에 기준금리를 제로금리 수준에서 4%대 중반까지 끌어올린 뒤였다. 금리가 오르자 SVB가 사들인 장기 국채 가격이 떨어졌고 막대한 미실현손실이 쌓였다. 금리 인상의 충격은 서서히 쌓이지만 청구서는 한꺼번에 날아온다.

한국은행은 올해 7월과 8월 기준금리를 0.25%포인트씩 올렸다. 2.5%였던 기준금리가 단숨에 3.0%가 됐다. 중동발 고유가에 따른 물가 상승 압력, 인공지능(AI)과 반도체 호황, 내수 회복이 긴축의 배경이다. 금융통화위원회 위원들은 6개월 뒤 기준금리를 3.25%로, 시장은 3.25~3.50%로 내다본다. 채권시장은 추가 인상을 이미 상당 부분 반영했다. 금리는 선반영됐지만 차주가 치를 비용은 아직이다.

가계와 기업의 장부는 벌써 경고음을 낸다. 가계대출은 지난해 말 1979조 원에서 올해 2분기 2019조 원, 기업대출은 1903조 원에서 1961조 원으로 불었다. 은행 연체율도 0.50%에서 0.63%로 올랐다. 특히 취약차주 가계대출 연체율은 10.4%로 전체의 26배다. 취약 자영업자는 12.71%로 전체 자영업자의 6배를 넘는다. 비은행 기업대출 연체율은 6.28%로 은행의 9배에 이른다. 금리의 충격은 가장 약한 고리부터 파고든다.

금리는 선반영됐지만 고통은 이제부터다. 통화정책의 성패는 시장금리의 숫자만으로 판가름 나지 않는다. 가계의 상환 능력, 기업의 투자 여력, 금융 시스템의 복원력이 함께 버텨야 성공한 긴축이다. 물가 안정은 포기할 수 없는 목표다. 성장 동력 보존 역시 포기할 수 없다. 긴축의 방향이 옳다 해도 속도와 강도·부작용을 따로 따져야 한다.

금리가 1%포인트 오르면 가계 이자 부담은 연간 약 13조 4000억 원, 차주 1인당 평균 68만 원 늘어난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이 한계에 이른 차주에게는 작은 금리 상승도 부실의 방아쇠가 된다. 연체가 늘면 금융기관은 건전성을 지키려 대출 문턱을 높인다. 멀쩡한 가계와 기업의 자금줄까지 마른다. 부실이 신용경색을 부르고, 신용경색이 다시 부실을 키운다. ‘금융가속기’가 돌기 시작하는 것이다.

산업도 예외가 아니다. AI·반도체·방산 등 국가전략산업은 대규모 선행투자와 장기간 연구개발이 필수다. 금리가 오르면 자본조달 비용이 높아지고 투자사업의 순현재가치(NPV)는 낮아진다. 설비투자와 연구개발부터 뒤로 밀린다. 대기업은 쌓아둔 현금으로 버티지만 중소·중견기업과 벤처기업은 바로 타격을 입는다. 물가를 잡으려는 긴축이 미래의 성장엔진까지 식혀서는 안 된다.

정부와 통화 당국이 당장 서둘러야 할 일은 세 가지다.

첫째, 시차를 반영한 선제적 위험관리다. 한국은행은 추가 금리 인상이 가계와 자영업자·중소기업의 이자 부담과 연체율에 미칠 영향을 소득·업종·금융권역별로 정밀하게 분석해야 한다. 취약차주 부실은 극단적 위험 시나리오까지 반영해 스트레스 테스트로 점검해야 한다.

둘째, 취약차주 부실의 연착륙 장치를 가동해야 한다. 재정경제부와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은 채무 조정과 만기 연장, 상환 구조 개선, 정책금융을 하나로 엮어 차주별로 상환 능력에 따라 맞춤형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 무차별적인 빚 탕감도, 무책임한 부실 방치도 안 된다.

셋째, 국가 핵심산업 생산 투자는 반드시 지켜야 한다. 물가 안정과 성장잠재력 확충을 함께 겨냥한 정교한 정책 조합이 필요하다. 한국은행의 금융중개지원대출 같은 선별적 신용 지원 수단과 정책금융, 보증, 장기 인내자본을 유기적으로 연계해 AI·반도체 등 미래 성장과 전략산업의 설비투자와 연구개발을 떠받쳐야 한다.

금리는 물가를 잡는 도구지만 성장을 꺾어서는 안 된다. 위기는 금리를 올린 날이 아니라 감당하지 못할 청구서가 도착한 날 터진다. 청구서가 오기 전에 경제의 약한 고리를 보강하고 성장 동력을 지켜내는 일, 그것이 지금 정부와 통화 당국이 해야 할 일이다.

이 기사 공유하기
페이스북X

이 기사를 추천합니다

i

댓글

0

후 댓글을 작성할 수 있습니다.

아직 댓글이 없습니다 이 기사에 첫 의견을 남겨보세요.

댓글 수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