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철 청장 “기술주권·글로벌 4대 강국” 강조… 예산 67%는 여전히 구매·양산
-AI·우주·유무인체계 내세웠지만 획득 구조 그대로… 방산 체질개선 지연 우려
K2 흑표 전차 /현대로템
방위사업청(방사청)이 17일 국회 국방위원회에 보고한 2026년 업무계획은 방향만 보면 혁신에 가깝다. ‘기술주권 확보’, ‘방산 대전환’, ‘글로벌 4대 방산강국 도약’. 이용철 방사청장도 인사말에서 “획득체계와 국방 R&D의 과감한 혁신을 통해 미래 전장환경 변화에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예산과 사업 구조를 대입하면 전혀 다른 그림이 드러난다. 정책의 언어와 실제 집행 구조 사이에 뚜렷한 간극이 존재한다.
올해 방사청 소관 예산은 19조9653억원이다. 이 가운데 무기체계 구매와 양산에 투입되는 금액은 13조3471억원으로 약 67%를 차지한다. 반면 국방 R&D 예산은 5조8396억원 수준에 머문다. 기술주권을 핵심 전략으로 내세운 조직의 재정 구조라고 보기에는 방향성이 맞지 않는다.
이용철 청장은 지난해 성과로 장보고-Ⅲ Batch-Ⅱ 잠수함 인도, 전술지대지미사일 전력화, K2 전차 폴란드 수출 등을 제시했다. 모두 완성된 플랫폼 중심 사업이다. 문제는 이 성과 구조가 그대로 정책 기조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올해 계획 역시 KF-21 최초 양산, F-35A 2차 도입, L-SAM 등 기존 체계 중심 사업이 예산의 중심을 차지하고 있다. 동시에 AI 기반 유무인복합체계, 우주전력, 국방반도체를 강조하고 있지만, 이들 항목은 예산 구조에서 부차적 위치에 머무는 실정이다. 미래 전력을 말하면서 재원 배분은 과거 방식에 머물러 있는 셈이다.
특히 북한 핵·미사일 대응을 위한 3축 체계에만 8조8387억원이 배정됐다. 전략적으로 불가피한 선택이지만, 그만큼 미래 전력 전환을 위한 재정 여력은 제한될 수밖에 없다. 기존 억제 체계와 첨단 전력 투자가 병렬적으로 나열될 뿐, 우선순위를 재설계한 흔적은 보이지 않는다.
획득 방식도 변하지 않았다. 방사청은 ‘첨단소요’, ‘임차·구독형 획득’ 등 제도 혁신을 언급했지만, 실제 사업 구조는 여전히 대형 플랫폼 중심의 일괄 구매 방식이 축을 이룬다. 소프트웨어·데이터 중심 전력으로의 전환은 획득 구조 자체의 변화 없이는 구현되기 어렵다. 현재 체계에서는 AI 전력조차 기존 하드웨어 사업에 종속될 가능성이 높다.
공급망 정책 역시 구조적 한계가 드러난다. 방사청은 방산 소재·부품 비축을 2030년까지 두 배 확대하고, 선도사업자에 최대 50억원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반도체·센서 등 핵심 품목은 여전히 해외 기술 의존도가 높고, ITAR 규제도 존재한다. 비축은 단기 대응 수단일 뿐, 기술 자립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정책 표현과 실질 간 괴리가 드러나는 대목이다.
중소·벤처 정책에서도 유사한 문제가 반복된다. 방산벤처센터 확대, 실증사업 신설, 상생 인센티브 도입 등 다양한 방안이 제시됐지만, 체계기업 중심의 수직 구조는 유지된다. 인증 부품 DB 구축과 의무 사용 제도 역시 시장 확대보다는 관리 체계 강화에 가까운 접근이다.
수출 전략에서는 또 다른 간극이 확인된다. 방사청은 연 200억 달러 수출을 목표로 미국, 중동, 유럽 맞춤형 협력 모델과 범정부 지원 체계를 제시했다. 그러나 여전히 플랫폼 수출과 금융 지원 중심 구조에 머물러 있다. 기술·부품·소프트웨어 기반 가치사슬 확장은 제한적이며, 수출이 확대될수록 금융 부담과 절충교역 의존도가 커질 가능성도 존재한다.
결국 이번 국회 보고는 한 가지 사실을 분명하게 보여준다. 방사청은 스스로를 ‘기술주권 기관’으로 규정하고 있지만, 실제 운영 구조는 여전히 ‘조달 중심 기관’의 성격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용철 청장이 강조한 “방산 대전환”은 방향으로서 타당하다. 그러나 전환은 선언이 아니라 구조 변화에서 시작된다. 예산의 흐름이 바뀌지 않으면 전략은 유지되고, 획득 방식이 바뀌지 않으면 기술 체계도 변하지 않는다.
지금 방사청이 마주한 과제는 단순한 기술 개발이나 예산 배분을 넘어 구조 개편에 있다. 미래 전장을 말하면서 과거의 집행 방식과 양산 중심 구조에 머무는 한, 전력은 플랫폼 확보에 그칠 뿐 실제 전투력으로 이어지기 어렵다. 결국 ‘보유 전력’과 ‘실제 전투력’ 사이의 간극이 해소되지 않는다면, 기술주권 역시 목표가 아닌 반복되는 구호로 남을 가능성이 크다.
[뉴스로드] 최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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