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의 레이밴 스마트글래스가 공전의 히트를 기록하고 삼성전자와 구글이 잇달아 AR 글래스 시장 진입을 선언하면서 스마트글래스는 스마트폰 이후 차세대 컴퓨팅 디바이스 경쟁의 핵심 전장으로 떠올랐다. 완제품 경쟁이 뜨거울수록 광학 모듈이라는 핵심 부품의 공급망 주도권도 함께 주목받는다. 국내에서는 레티널이 그 자리를 노리고 있다. 이미 일본 NTT·다이나북과 양산 협력을 진행 중인 레티널이 이번 대규모 프리IPO 자금을 등에 업고 글로벌 빅테크 공급망 안착에 속도를 내는 모양새다.
AI 스마트글래스용 광학 모듈 전문 기업 레티널은 총 278억원 규모의 프리IPO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고 19일 밝혔다. 이번 투자로 누적 투자액은 625억원을 넘어섰다.
이번 라운드에는 한국산업은행을 비롯해 대성창업투자, 코오롱인베스트먼트, 에버그린투자파트너스, 티쓰리벤처스, 지에스에이프라이빗에쿼티, 케이프투자증권, 현대투자파트너스, 오픈워터인베스트먼트, NBH캐피탈, 브로스인베스트먼트, 글로몬파트너스, 신한캐피탈, 유니온투자파트너스, 롯데벤처스 등 16개 투자자가 참여했다. 금융권과 대기업 계열 벤처캐피탈이 두루 합류했다는 점에서 투자자 구성의 폭이 넓다.
2016년 설립된 레티널은 AI 스마트글래스의 핵심 부품인 광학 모듈을 설계·개발·제조하는 원천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기존 광학 모듈 대비 고효율·경량화를 동시에 달성했고 플라스틱 사출 기반 렌즈 구조를 통해 원가 경쟁력도 확보했다는 점이 투자자들의 관심을 끈 배경으로 꼽힌다. 레티널은 2025년 제13주차 IR52 장영실상을 수상했으며 신용보증기금의 스케일업 프로그램 혁신아이콘 기업으로 선정돼 최대 200억원 규모의 보증 지원도 받는다.
시장 환경도 레티널에 유리하게 돌아가고 있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2025년 스마트글래스 시장은 전년 대비 98% 성장했으며 하반기에는 성장률이 148%까지 치솟았다. AI 기능이 접목된 글래스형 디바이스가 단순 웨어러블을 넘어 실용적인 컴퓨팅 도구로 인식되면서 수요가 급격히 늘어난 결과다.
사진=회사제공
레티널은 일본 통신기업 NTT, 노트북 제조사 다이나북과 스마트글래스 제품 양산을 진행하고 있으며 스위스 AR 헬멧 개발업체 에이리스 라이더와도 협업 중이다. 다수의 글로벌 빅테크와도 파트너십을 통해 핵심 부품 공급사로서 입지를 다져가는 상황이다.
레티널은 이번 투자금을 광학 모듈 R&D 고도화와 생산 본격화에 투입하는 동시에 중국·미국·유럽 등 글로벌 고객사 확대에 활용할 방침이다.
김재혁 레티널 대표는 "AI 글래스가 차세대 필수 디바이스로 부상하는 가운데 글로벌 시장에서 대체 불가능한 핵심 부품 공급사로 입지를 공고히 하고 AI 시대의 핵심 광학 인프라 기업으로 성장하겠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레티널의 이번 프리IPO를 상장 전 마지막 대형 자금 조달로 보는 시각이 많다. 스마트글래스 시장이 본격 성장 궤도에 오른 지금 완제품 제조사들은 안정적인 광학 모듈 공급선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다. 소수의 원천 기술 보유사가 다수의 완제품 브랜드를 동시에 공급하는 구조가 자리잡을 경우 레티널이 노리는 포지션은 퀄컴이 스마트폰 칩셋 시장에서 차지한 것과 유사한 형태가 될 수 있다. 이번 투자 유치가 그 경쟁에서 선점 우위를 굳히는 발판이 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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