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
전체기사
딥페이크 범죄 10대 피의자 3년 새 9배… 청소년 위기 경고음
입력:
2026-06-24 15:02
학교폭력 저연령화… 부산 청소년 범죄 양상 변화
범죄 피해, 자해·우울·사회적 고립으로 이어져
전문가들 “지역 안전망 구축해야”
지난 23일 부산YWCA 강당에서 열린 'AI시대 청소년 위기: 딥페이크 범죄 실태와 자살·자해 예방 교육'에서 참석자들이 강연을 듣고 있다. 부산YWCA 제공
딥페이크 성범죄에 연루된 10대 피의자가 최근 3년 새 9배 넘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학교폭력의 저연령화와 청소년 자살 문제까지 겹치면서 인공지능(AI) 범죄가 청소년 안전을 위협하는 새로운 사회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부산YWCA는 지난 23일 부산YWCA 강당에서 'AI시대 청소년 위기: 딥페이크 범죄 실태와 자살·자해 예방 교육'을 개최했다고 24일 밝혔다. 이날 강연에는 부산시와 16개 구·군 아동·청소년과, 부산경찰청 여성청소년과, 부산시교육청, 청소년유해환경감시단 관계자 등 80여명이 참석해 청소년 보호 대책을 논의했다.
이날 강연자로 나선 부산경찰청 여성청소년과 이동석 경감은 최근 청소년 범죄와 학교폭력 양상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자료에 따르면 부산의 학교폭력은 갈수록 저연령화되는 추세를 보인다. 학교폭력 검거 인원은 2021년 740명에서 2022년 1087명, 2024년 1414명, 지난해 1751명으로 증가했다. 학교 내 갈등 역시 교육적 해결보다 경찰 신고와 형사 절차로 이어지는 사례가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딥페이크 성범죄의 확산이 심각한 문제로 지목됐다.
경찰청 자료에 따르면 딥페이크 성범죄 10대 피의자는 2023년 91명에서 2024년 548명, 지난해 829명으로 급증했다. 3년 사이 9배 이상 늘어난 수치다.
강연에서는 청소년들이 같은 학교 학생이나 지인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프로필 사진을 무단으로 활용해 AI 프로그램으로 합성 음란물을 제작·유포하는 실제 사례도 소개됐다. 과거 연예인 중심이었던 딥페이크 범죄가 이제는 친구와 선후배, 교사 등 '내가 아는 사람'을 대상으로 확산하고 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디지털 성범죄가 단순한 범죄행위에 그치지 않고 피해 청소년의 정신건강을 심각하게 위협한다고 경고했다.
부산디지털대학교 가족상담학과장 송종원 교수는 "디지털 성범죄 피해는 영상이나 사진 삭제로 끝나지 않는다"며 "피해자는 불안과 우울, 사회적 고립, 자기 비난, 학업 저하 등을 겪으며 일상 기능 자체가 무너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송 교수는 자해를 단순한 문제 행동이 아닌 구조 요청 신호로 이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자해 욕구가 시작되면 어떤 형태로든 행동화돼야 한다고 느끼는 경우가 많다"며 "비판이나 훈계보다 공감과 경청, 안전 확보가 우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위기 개입은 안전 확보 후 안정, 그리고 치료 연계의 순서로 이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청소년 자살 문제도 함께 논의됐다. 강연 자료에 따르면 부산의 청소년 자살률은 최근 상승세를 보이고 있으며, 특히 여학생의 자살 위험 신호가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났다. 또한 자살 원인으로 정신건강 문제가 차지하는 비중이 전국 평균보다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참석자들은 AI 기술 발전 속도에 비해 청소년 보호 체계와 예방 교육이 충분히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며, 학교와 가정, 지역사회가 함께 참여하는 다층적 안전망 구축이 시급하다는 데 뜻을 모았다.
김정환 부산YWCA 사무총장은 "AI 범죄와 청소년 자살 문제는 개별 기관이 해결할 수 없는 복합적인 사회문제"라며 "행정기관과 교육계, 경찰, 시민단체가 각자 대응하는 수준을 넘어 지역 차원의 통합 안전망을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부산=윤일선 기자 news8282@kmib.co.kr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