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지느러미’ 한 장면. 에무필름즈 제공
남북이 통일된 근미래 한국은 오염된 바닷물을 막기 위해 4000㎞ 규모의 거대한 장벽에 둘러싸여 있다. 붉게 물든 하늘에선 검은 빗방울이 떨어진다. 심각한 환경 오염은 유전자 변이를 낳았다. 독성 물질이 분비되는 지느러미와 세 개의 발가락을 지닌 돌연변이 ‘오메가’가 인간과 함께 살아간다. 노예와 같은 최하층 계급으로 전락한 오메가는 매 순간 감시받으며 노동력을 착취당한다.
22일 개봉한 영화 ‘지느러미’는 독특한 디스토피아 세계관을 바탕으로 인간 사회의 차별과 혐오를 날카롭게 은유한다. 독성 폐기물 수거 작업에 동원됐던 한 오메가(고우)가 사망한 동료의 딸 미아(연예지)를 찾아 도망치면서 사건이 시작된다. 오메가를 쫓아 미아가 일하는 실내 낚시터까지 가게 된 공무원 수진(김푸름)은 오메가도 인간과 크게 다르지 않음을 느끼며 가치관 혼란을 겪는다.
영화 ‘지느러미’ 한 장면. 에무필름즈 제공
영화 ‘지느러미’ 한 장면. 에무필름즈 제공
첫 장편 ‘다섯 번째 흉추’(2023)로 독립영화계의 주목을 받은 박세영 감독의 신작이다. 제78회 로카르노영화제 신인 감독 경쟁 부문에 초청돼 이목을 모았다. 칸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작 ‘슬픔의 삼각형’ ‘더 스퀘어’ 등을 제작한 유명 프로듀서 필립 보베르가 제작에 참여해 완성도를 높였다. 보베르는 독창적이고도 감각적인 박 감독의 작품 세계에 깊은 인상을 받아 협업을 제안했다고 한다.
박 감독은 코로나 팬데믹 당시 사회 전체를 뒤덮은 의심과 경계, 불안의 풍경들을 작품에 녹여냈다. 그는 “한국 사회에서 차별받는 존재들이 어떤 시선으로 차별을 받게 되고 프로파간다나 정부에 의해 어떻게 변형되는지 표현하고 싶었다”면서 “개인적 결핍이나 낙인이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지느러미’가 아닐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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