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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돈버는 것과 거버넌스는 별개...삼성전자-생명 밸류업 F학점" [전문]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이하 포럼)은 삼성전자와 삼성생명의 밸류업(기업가치 제고) 계획에 최하점인 'F학점'을 줬다. 글로벌 기업이라는 이름표가 무색하게 주주환원이 부실한데다 이사회도 지배주주 통제에 있다는...

"돈버는 것과 거버넌스는 별개...삼성전자-생명 밸류업 F학점" [전문]

삼성전자 서초사옥 전경. /사진=삼성전자

[데일리브리프 박소희 기자]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이하 포럼)은 삼성전자와 삼성생명의 밸류업(기업가치 제고) 계획에 최하점인 'F학점'을 줬다. 글로벌 기업이라는 이름표가 무색하게 주주환원이 부실한데다 이사회도 지배주주 통제에 있다는 냉혹한 평가다.

삼성전자와 삼성생명은 지난달 19일 약식 밸류업을 공시했다.  이에 포럼은 지난 3일 이남우 회장 이름으로 '삼성전자, 삼성생명 밸류업 모두 F학점'이라는 제목의 논평을 내고, 부실 공시 원인으로 거래소와 금융당국을 지목했다. 당국이 과세특례 대상 기업들의 부담을 덜어준다며 일시적으로 '약식' 공시를 승인한 것이 화근이 됐다는 분석이다.

포럼은 "아무리 약식이라 해도 지난 2년간 계획을 기다려온 주주들의 염원에 비하면 너무 부실하다"며 거버넌스 개혁의 호퇴를 우려했다.

특히 삼성전자가 내놓은 110조원 투자계획에 대해서도 "시장 전문가들이 예상했던 수준"이라면서 주주들이 진짜 궁금해하는 잉여현금흐름(FCF) 기반의 구체적인 자본배치 원칙이나 배당 확대 방안은 이번에도 빠져있다고 평가했다.

이사회의 폐쇄성과 전문성 부족도 지적했다. 매출 90%가 해외에서 나오는데 외국인 이사가 전무한 점, 독립이사 5명 중 3명이 공대 출신인 점을 꼬집으면서 경영진을 감독해야 할 이사회가 사실상 거수기 역할을 하는 '고문단'으로 전락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삼성전자가 지배구조 개선이라는 본질을 외면하면 업황이 꺾이는 순간 주가가 저평가 받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포럼은 "삼성이 지배구조 개선이라는 본질을 외면한다면, 다음 경기 하락기에 주가는 다시 장부 가치 미만(PBR < 1)으로 추락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다음은 논평의 전문

삼성전자는 주총 다음 날인 3.19일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공시했다. 같은 날 삼성생명도 배당소득 분리과세 대상에 해당하는 “고배당 기업” 요건을 맞추기 위해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발표했다.

삼성전자 밸류업은 약 20줄, 삼성생명은 10줄에 불과했다. 아무리 ‘약식’ 공시라고 하지만 삼성전자의 세계적 위상과 지난 2년간 밸류업 계획 발표를 기다린 주주들의 염원에 비하면 너무 부실했다.

돈 버는 것과 거버넌스는 별개다. 포럼은 삼성전자, 삼성생명 밸류업 계획에 대해 모두 가장 낮은 F학점을 부여한다. 과거 밸류업계획 발표 관련해 LG전자가 F학점, LG화학, SK(주)는 D학점을 받은 바 있다. 반면 KB금융, 메리츠금융은 A+, 신한금융, SK스퀘어는 A0, 현대차는 A-를 받았다.

정통 밸류업 계획을 요구하는 것이 당연한데, 거래소와 금융당국이 배당소득 과세특례 시행 첫해 대상 기업들의 부담 완화를 위해 일시적으로 ‘약식’ 공시를 허용한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거버넌스 개혁이 후퇴하지 않을까 걱정이다. 보도자료는 이사회 책임 관련해, (기업가치 제고 계획은) 이사회의 보고, 심의 또는 의결을 거칠 것을 권고하지 의무사항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동의하기 어렵다.

밸류업의 핵심은:

1) 이사회가 주도하고

2) 자본비용과 자본효율성을 인식하며

3) 자본배치를 총주주이익 관점에서 합리적이고 투명하게 하는 것이다.

상장기업 이사들이 경영진과 함께 충실하게 밸류업 계획 세우고, 경영진이 제대로 실천하는지 감독과 격려를 하는 것이 밸류업이다. 그러나 삼성전자, 삼성생명의 짧은 밸류업 계획에는 위 3가지 내용이 전혀 없다. 삼성전자가 금년, 내년 각각 200조원에 달하는 영업이익을 창출하는 것은 업황 호황 탓도 있지만 본업에서 기술 경쟁력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주주권익을 중시하는 “좋은 거버넌스”는 이익 창출력과 다른 얘기다. 장기 성장성과 좋은 거버넌스가 결합되어야 존경받고 시장에서 프리미엄 밸류에이션을 받는다.

자본집약적 산업은 경기에 민감하고 부침이 심하다. 삼성전자가 이번 기회에 진정성을 바탕으로 주주들의 신뢰를 받는 회사로 거듭나지 못하면, 다음 메모리 경기 하락 사이클에서 다시 주가가 PBR 1배 미만으로 떨어질 수 있다.

주주 입장에서, 삼성전자 3.18일 주총과 3.19일 밸류업 공시 핵심은 현재 연 100조원에 육박하는 잉여현금흐름(FCF) 사용 계획 및 자본배치 대원칙을 밝히는 것 이었다. 그러나 경영진의 메시지와 공시에 그런 내용은 없었다. 대신 24~26년 약속한 3년간 총 FCF의 50% 중에서 24~25년 기 주주환원 및 26년 정규배당(9.8조원) 이후에도 잔여재원 발생시 추가로 환원하겠다는 과거 발언만 재확인 되었다.

삼성전자가 밸류업 계획에서 제시한 26년 총 110조원 이상(전년 대비 +22%) 시설 및 R&D 투자 집행 계획은 새로운 내용이 아니다. 이미 애널리스트들은 금년 70조원 설비투자 및 40조원 R&D를 예상하고 있었다. 더욱이 R&D비용은 손익계산서에서 이미 순이익에 반영되므로 총현금흐름과 잉여현금흐름에도 녹아있다.

이번 주총에 삼성전자 이사회가 9명에서 8명으로 축소되었다. 과연 8명 이사들이 전체 주주이익을 공평하게 대우해야 하는 이사의 충실의무 취지에 맞춰서 자본비용을 인식하고 자본배치를 논의할 수 있는지 궁금하다.

3월 주총을 보면서 안타까운 점은 상법개정 등 법제도 개선으로 투자자 보호 환경은 확실히 개선되었으나 정작 상장사 이사회 구성은 후퇴했다고 보인다. 삼성전자도 마찬가지이다. 국제투자자들은 이사의 질(Quality)에 포커스한다. 한 명이 축소된 5명의 독립이사는 신제윤 의장과 김준성, 허은녕, 조혜경, 이혁재 이사인데, 이 중 3명의 공대교수는 독립이사보다 고문이나 자문역이 적절해 보인다. 5명의 독립이사 중 그마나 민간 비즈니스 경험이 있는 사람은 삼성자산운용 CIO 출신 김준성 이사 한 명이다. 이번 주총에서 정관 변경을 통해 허은녕 이사 임기는 3년에서 2년으로 축소 되었다.

이번에도 삼성전자 이사 후보로 외국인이 추천되지 않았다. 삼성전자는 다국적기업이고 매출의 90%가 해외에서 발생하는데 외국인 이사를 한 명도 두지 않는 것은 자신감 부족인가? 다국적기업 경영인 출신 외국인 이사는 독립성 및 전문성이 우수해 일본, 대만에서 선호한다. 아직도 한국 대기업들은 이사회를 100% 통제하고자 한다. 오히려 이번 주총을 계기로 지배주주들의 그런 욕구는 더욱 강해진 것 같다.

김현정 의원이 3월 20일 삼프로에 출연해 밝힌 독립이사 임기 1년 법안 준비를 대환영 한다. 이번 주총에서도 확인된 것이, 상법개정으로 금년 9월 부터 시행되는 집중투표제를 무력화 하려고 삼성전자를 포함한 많은 상장사들이 이사 수와 임기를 조정하는 안건을 상정했다. 국회와 투자자들을 무시하는 꼼수이다. 미국의 애플, 엔비디아, 알파벳, 마이크로소프트, 메타, 아마존, JP모건 등 모든 블루칩은 이사들이 매년 주총에서 주주들의 심판을 받는다. 전체 이사를 매년 재신임하지만 연임 제한은 없다. 일본의 대표기업인 소니, 히타치, 도요타도 마찬가지이다. 하버드 로스쿨 연구(Harvard Law School Forum on Corporate Governance)에 의하면 이미 2015년 미국 500대 기업(S&P500)의 91%가 이사 임기를 1년으로 정하고 매년 주총에서 재신임 받는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최대 장점은 정기적으로 책임을 물을 수(Accountability) 있다는 것이다. 이번 주총 부터 도입된 의안별 찬성률 등 표결 정보 공개 의무화와 결합시, 독립이사 임기 1년 법안은 기업 투명성 강화와 이사회 질적 개선이라는 두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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