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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과학

[대구논단] 인공지능 시대에도 결국 중요한 것은 ‘사람’이다

바야흐로 인공지능(AI) 인프라 투자의 광풍이 전 세계를 휩쓸고 있다. 빅테크 기업들은 그래픽 처리 장치(GPU) 및 반도체 확보와 초거대 데이터센터 건설에 경쟁적으로 천문학적인 돈을 쏟아붓고 있다.

[대구논단] 인공지능 시대에도 결국 중요한 것은 ‘사람’이다

박재찬 영남대학교 경영학과 교수

바야흐로 인공지능(AI) 인프라 투자의 광풍이 전 세계를 휩쓸고 있다. 빅테크 기업들은 그래픽 처리 장치(GPU) 및 반도체 확보와 초거대 데이터센터 건설에 경쟁적으로 천문학적인 돈을 쏟아붓고 있다. 자고 일어나면 새로운 성능의 AI 모델이 나오고, 기술이 모든 일자리를 대체하고 기업의 경쟁력을 바꿀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 광풍의 한가운데서 우리는 본질적인 질문을 던져야 한다. “천문학적인 자본을 투입한 AI 기술은 과연 어떻게 실제 가치를 창출할 것인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얻기 위해 우리는 정확히 30년 전, 인류가 목도했던 또 다른 기술 대변혁을 복기해 볼 필요가 있다.

1980년대 후반부터 1990년대 중반까지 이어진 ‘정보기술(IT) 혁명’ 초기, 오늘날과 놀라울 정도로 유사한 인프라 투자 붐이 일었다. 컴퓨터가 사무실에 보급되자 기업들은 기술 도입에 막대한 예산을 쏟아부었다. 하지만 놀랍게도 투자 초기에는 생산성이 오히려 정체되는 ‘생산성 역설(Productivity Paradox)’이 발생했다. 기술에 그토록 많은 돈을 투자했는데, 왜 가치는 즉각 창출되지 않았을까?

이 수수께끼를 푼 이들이 바로 에릭 브린욜프슨(Erik Brynjolfsson) MIT 교수와 연구진이었다. 이들의 실증 연구에 따르면, 컴퓨터와 같은 IT 하드웨어에 1달러를 투자했을 때 기업의 시장 가치는 단순히 1달러가 증가하는 데 그치지 않고, 무려 10달러 이상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드웨어 자체 뒤에 대차대조표에는 계상되지 않는 거대한 무형 자산인 ‘조직자본(Organizational Capital)’이 결합되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대기업들이 대규모 IT 시스템을 도입할 때 들어간 비용의 80% 이상은 하드웨어나 소프트웨어 구매비가 아니었다. 진짜 비용은 비즈니스 프로세스 재설계, 새로운 업무 방식에 대한 임직원 교육 훈련, 분권화된 의사결정 권한의 이양 등 조직을 완전히 뜯어고치는 ‘조직적 보완재’ 개발에 투입되었다.

누구나 돈만 주면 월마트나 아마존닷컴이 쓰는 하드웨어를 똑같이 살 수는 있다. 그러나 경쟁사들이 이들을 모방할 수 없었던 이유는 고스킬 인적 자원과 독특한 조직 문화, 업무 프로세스(조직자본)가 유기적으로 결합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즉, 기술은 가치창출의 필요조건일 뿐, 충분조건은 언제나 ‘사람’과 ‘조직의 변화’였다.

물론 오늘날의 AI 혁명은 과거의 IT 혁명과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강력한 반론이 제기될 수 있다. 과거의 컴퓨터는 인간의 업무를 보조하는 ‘도구’였지만, 현재의 생성형 AI는 스스로 생각하고, 글을 쓰고, 코딩을 하며, 의사결정까지 내리는 ‘인지적 대행자’에 가깝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반론은 기술의 잠재력과 실제 비즈니스 가치 창출 사이의 간극을 간과한 치명적인 맹점을 가지고 있다. AI가 인간 노동을 ‘100% 완전하게 대체’하지 않는 한, 생산성과 가치 창출의 결정적인 병목(Bottleneck)은 여전히 인간과 조직의 영역에 남게 된다. AI가 초안을 1초 만에 작성하고 수만 줄의 코드를 짜낼 수 있게 되었지만, 결국 그 결과물로 어떤 비즈니스 문제를 해결할 것인지, 기존 비즈니스 모델에 어떻게 통합하여 실제 매출과 가치로 전환할 것인지는 여전히 사람의 기획력과 판단력에 달려 있다. 오히려 하위 기술 업무가 자동화될수록, AI의 역량을 비즈니스 전반에 유기적으로 조율하고 활용하는 ‘조직의 협업 구조’와 ‘의사결정 프로세스’의 중요성은 과거보다 훨씬 더 커지게 마련이다.

아무리 강력한 AI를 보유하고 있더라도, 조직원들이 이를 활용할 역량이 부족하거나 기존의 불합리한 프로세스가 가로막는다면 그 AI는 과거 ‘창고 구석에 방치된 컴퓨터’와 아무런 차이가 없다. AI가 가져올 진정한 부가가치는 단순히 비용을 조금 줄이는 자동화가 아니라, 기술을 중심에 두고 비즈니스 모델을 파괴적으로 재설계하는 인간의 창의성과 실행력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결국 역사가 증명하듯 기술이 대중화될수록, 시장에서의 진짜 차별성과 경쟁 우위는 기술을 다루는 ‘사람’과 이를 뒷받침하는 ‘조직 역량’의 깊이에서 결정된다. 현재 우리가 겪고 있는 AI 투자 광풍에서 기업들이 진짜 주목해야 할 병목은 칩 공급 속도가 아니라, 조직 내 구성원들의 수용도와 변화 속도다. 천문학적인 돈을 쏟아붓고 있지만, 마지막에 웃는 승자는 결국 ‘사람과 조직’이라는 무형의 자산을 가장 깊이 있게 축적한 기업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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