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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대구논단] 외국인 유학생 30만 시대, 대학 강의실은 준비됐는가

교육부는 지난 9월 8일 외국인 유학생 정책의 ‘질적 전환’을 본격화하겠다고 밝혔다. 유학생 30만 시대에 들어선 지금, 관심도 자연스럽게 유치 이후로 옮겨가고 있다.

[대구논단] 외국인 유학생 30만 시대, 대학 강의실은 준비됐는가

박창규 행정안전부 지역주도형 청년일자리사업 전문위원

교육부는 지난 9월 8일 외국인 유학생 정책의 ‘질적 전환’을 본격화하겠다고 밝혔다. 유학생 30만 시대에 들어선 지금, 관심도 자연스럽게 유치 이후로 옮겨가고 있다. 몇 명이 입학했는가뿐 아니라, 입학한 학생이 어떤 교육을 받고 어떤 역량을 갖춰 우리 기업과 지역사회에 연결되는가가 중요한 지표가 되고 있다. 학령인구 감소 속에서 지역대학은 외국인 유학생 유치에 적극적이다. 대구도 RISE와 연계해 계명대학교에 외국인 유학생 원스톱지원센터와 거점 한국어센터를 두고, 지역 10개 대학이 유치부터 학업·취업·정착까지 공동 대응하는 체계를 마련했다. 이처럼 정책의 초점은 모집 이후의 교육과 정착 단계로 넓어지고 있다. 그러나 그 성과를 확인하는 첫 번째 현장은 결국 강의실이다.

생활 한국어와 전공수업의 한국어는 다르다. 기계공학, 간호, 경영, IT 수업에서는 전문용어가 쏟아진다. 교수는 한국 학생과 언어 수준이 다른 외국인 학생을 한 교실에서 가르쳐야 하고, 학생은 강의를 놓친 채 복습조차 어려운 경우가 생긴다. 교수 입장에서도 강의 속도를 계속 늦추거나 같은 내용을 반복하는 방식에는 한계가 있다. 여기에 생활비 마련을 위한 시간제 취업까지 병행하면 학업에 집중하기는 더 어려워질 수 있다. 이를 학생 개인의 태도 문제로만 설명하기보다, 대학이 실제 학습환경을 얼마나 제공하고 있는지도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다.

문제는 졸업 이후 더 분명해진다. 대구는 ABB, 로봇, 반도체, 미래모빌리티, 헬스케어 등 미래산업을 육성하고 있고, 경북 역시 지역기업의 인력수요를 대학 인재양성과 연결하는 체계를 추진하고 있다. 외국인 유학생이 전공에 한국어 업무능력과 모국어, 본국 시장에 대한 이해를 더한다면 생산·품질, 기술지원, 해외영업, 무역·물류, IT 등 다양한 직무로 연결될 여지가 있다. 지역기업의 해외법인이나 수출시장과 연결하면 언어와 문화적 배경은 하나의 직무역량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기업이 확인하는 것은 ‘외국인 졸업생’이라는 신분보다 실제 업무 가능성이다. 한국어로 회의하고 보고서를 작성할 수 있는지, 전공을 현장 업무에 적용할 수 있는지, 취업비자 요건은 충족하는지, 조직 적응과 장기근속 가능성은 어떤지를 살핀다. 인력수요가 있다고 해서 채용이 자동으로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졸업 직전 한 번의 취업박람회만으로 대학과 기업 사이의 간극을 메우기 어려운 이유다.

경북도가 외국인 유학생 ‘산업캠퍼스 실습인턴제’를 확대하는 것도 이 간극을 줄이려는 사례다. 학생은 지역기업에서 현장실습과 직무교육을 받고, 기업은 필요한 글로벌 인재를 미리 확인한다. 경북도는 118개 기업의 인력수요와 28개 대학의 인력공급을 분석해 직무 중심 교육과 현장실습 강화도 추진하고 있다. 유치와 졸업 사이에 실제 직무경험을 넣는 접근이다. 이 때문에 외국인 유학생의 취업 준비는 4학년 졸업 직전만의 문제가 아니다. 전공수업 이해에서 출발해 관심 산업과 직무를 찾고, 대학생활 동안 프로젝트와 인턴십, 업무 한국어와 기업문화에 대한 경험을 축적하는 과정으로 이어질 수 있다. 대학의 교육과 기업의 채용이 마지막 학기에 처음 만나는 것이 아니라 대학생활 전 과정에서 연결될수록 기업도 학생의 가능성을 판단할 근거를 더 많이 갖게 된다.

이런 흐름에서 기술 활용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필자가 사업화를 준비 중인 ‘LiveClass’는 교수의 강의를 학생의 모국어로 실시간 전달하고, 수업 후에는 더빙 음성과 강의요약, 핵심노트를 남겨 복습까지 연결하는 방식이다. 핵심은 번역기 하나를 더 만드는 데 있지 않다. 언어 때문에 수업에서 소외되는 학생을 줄이고, 수업 이해를 실제 학습성과로 이어지게 하는 데 있다.

수업 이해와 함께 커리어 설계도 중요한 축이다. 함께 준비 중인 ‘Career AI’는 학생의 현재 역량을 진단하고 목표 직무, 부족 역량, 프로젝트·인턴십 등 필요한 경험을 구조화해 취업까지 이어지는 커리어 로드맵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한다. 외국인 유학생 지원의 범위가 ‘입학관리’에서 ‘학습관리’, 다시 ‘커리어관리’로 넓어질수록 대학과 기업 사이의 연결도 보다 구체적으로 설계할 수 있다.

외국인 유학생 30만 시대의 다음 과제는 숫자 그 자체보다 그 이후에 있다. 대학에서 제대로 배우고, 자신의 전공과 경험을 직무역량으로 발전시키며, 기업과 지역사회에 연결되는 경로가 얼마나 촘촘하게 만들어지는지가 중요하다. 외국인 유학생을 부족한 정원을 채우는 학생으로만 볼 것인지, 지역의 미래를 함께 만들어갈 인재로 성장시키는 체계를 갖출 것인지가 이제 지역대학과 산업현장 앞에 놓인 질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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