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레스나인] SK하이닉스가 차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 양산의 핵심 병목인 미세 접합 공정을 선제적으로 전환하기 위해 첨단 장비 도입에 속도를 내는 것으로 분석됐다.
시장 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미국 반도체 장비업체 어플라이드머티리얼스(Applied Materials), 네덜란드 후공정 장비 전문기업 BE세미컨덕터인더스트리즈(이하 BESI)와 손잡고 통합 하이브리드 본딩(Hybrid Bonding) 장비를 도입하고 있다.
HBM은 10개 이상의 D램 다이(칩 낱장)를 수직으로 쌓아 올려 GPU 등 AI 프로세서가 요구하는 대용량 데이터 처리 속도를 제공하는 메모리 반도체다. 현재 양산에는 미세 범프를 이용한 열압착 접합(TCB) 방식이 주로 쓰인다. 그러나 카운터포인트에 따르면, 적층 수가 20단 이상으로 늘어나면 범프 자체가 신호 품질과 전력 효율, 발열 관리를 저해하는 병목이 된다.
하이브리드 본딩은 범프 없이 구리 배선과 절연막을 직접 맞붙이는 기술로, 접합 간격을 10마이크로미터(µm) 이하로 줄일 수 있다. 이는 기존 TCB 방식의 20에서 40µm 대비 대역폭과 에너지 효율을 크게 끌어올릴 수 있는 수준이다.
이 기술의 핵심 난관은 접합 전 웨이퍼 표면을 원자 수준으로 평탄하게 만들어야 한다는 점이다. 이를 담당하는 공정이 화학적 기계적 평탄화(CMP)인데, 구리 표면이 미세하게 파이는 현상(디싱)이나 오염 입자 잔류가 발생하면 접합 불량으로 이어져 수율이 급락한다.
카운터포인트는 기존 TCB에서는 범프가 표면 편차를 흡수해 CMP의 역할이 상대적으로 덜 중요했지만, 하이브리드 본딩에서는 CMP 품질이 곧 수율과 성능을 좌우하는 결정적 변수로 격상된다고 설명했다.
SK하이닉스가 도입하는 통합 장비는 어플라이드머티리얼스의 CMP·박막증착(CVD·PVD)·표면처리 역량과 BESI의 정밀 다이 배치 및 하이브리드 본딩 기술을 하나의 플랫폼에 결합한 것이다. 표면 연마부터 접합까지 공정 단계 사이 외부 노출을 최소화해 오염과 공정 편차를 줄이고, 접합 정렬 정밀도와 수율을 동시에 높이는 것이 설계 목표다.
카운터포인트는 이 통합 접근이 CMP에 기인하는 결함과 디싱, 입자 오염 등 하이브리드 본딩 고유의 병목을 정면으로 해소하는 구조라고 평가했다.
현재 엔비디아를 비롯한 주요 AI 칩 설계사가 더 높은 대역폭과 전력 효율을 요구하는 가운데, 삼성전자와 마이크론 등 SK하이닉스의 경쟁사 역시 하이브리드 본딩 전환을 준비하고 있다고 짚었다.
다만 반도체 업계 표준기구인 JEDEC가 HBM 높이 규격을 완화하면서 16단까지는 기존 TCB로도 대응할 수 있게 됐다. 이에 따라 단기적으로는 하이브리드 본딩 도입 시점이 늦춰질 수 있다는 관측도 카운터포인트는 함께 제시했다.
카운터포인트는 하이브리드 본딩이 본격적으로 양산에 적용되는 진정한 변곡점을 HBM5 세대로 전망했다. HBM5는 20단 이상 적층과 더 미세한 접합 피치를 요구하므로 기존 TCB로는 물리적 한계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는 판단이다. SK하이닉스의 경우 2029년에서 2030년 사이 차세대 AI GPU 사이클에 맞춰 HBM5를 도입할 것으로 내다봤다.
한편 카운터포인트는 AI 인프라 투자 가속으로 메모리 수급 긴장이 2030년까지 구조적으로 지속될 것으로 예상하면서, 2028년을 신규 생산 클러스터 가동에 따른 공급 확대의 변곡점으로 지목했다.
HBM에서 열압착 접합(TCB)과 하이브리드 본딩 방식 비교. 사진/카운터포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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