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열사 줄소송 와중 선제 대응
[아시아에이=김수빈 기자] 삼성물산이 목표 인센티브(TAI)를 반영한 퇴직금 차액 정산에 착수했다. 대법원 판례 이후 삼성 계열사 전반으로 소송이 확산되는 흐름 속에서, 개별 기업이 먼저 지급에 나선 사례로 주목된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지난 13일 인사팀 공지를 통해 “2026년 1월 29일 대법원 판결에 따라 판결일 이전 3년 이내 퇴직자를 대상으로 TAI를 반영한 퇴직금 차액을 정산할 예정”이라고 안내했다.
적용 대상은 2023년 1월 29일 이후 퇴직자이며, 해당 시점 이전 중도인출금은 소급 대상에서 제외된다. 소득 처리와 지급 방식에 대한 검토가 진행 중으로, 세부 기준이 확정되는 대로 순차 지급이 이뤄질 전망이다.
이번 조치가 주목받는 이유는 기존 흐름과 결이 다르기 때문이다. 지금까지는 퇴직자들이 소송을 통해 성과급의 임금성을 다투는 방식이 일반적이었다. 반면 삼성물산은 법적 판단을 기다리기보다 내부 정산 절차를 먼저 가동하며 방향을 틀었다.
이와 대조적으로, 최근 삼성 계열사에서는 소송이 빠르게 확산되는 양상이 이어지고 있다. 4월 초 기준 삼성E&A 퇴직자들이 경영성과급을 평균임금에 포함해달라는 소송을 제기했고, 삼성전자·삼성전자서비스·삼성SDS 퇴직자들도 잇따라 법적 대응에 나섰다.
누적 인원은 200명을 넘어선 것으로 알려졌으며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삼성물산 일부 퇴직자들 역시 소송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흐름의 출발점은 올해 1월 29일 대법원 판결이다. 당시 대법원은 삼성전자 퇴직자 사건에서 목표 인센티브를 정기성과 사전 확정성을 갖춘 근로 대가로 판단하고 평균임금에 포함해야 한다고 봤다. 기존 하급심 판단을 뒤집은 결정으로, 성과급의 임금성을 일부 인정한 첫 사례로 평가된다.
다만 동일한 법리가 모든 기업에 그대로 적용되지는 않는다. 대법원은 한화오션과 SK하이닉스 사례에서는 성과급의 임금성을 인정하지 않았다. 지급 기준의 명확성이나 반복성 등 구조적 차이에 따라 결론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이 확인된 셈이다.
이런 가운데 삼성물산은 소송 확산 국면 속에서도 선제적으로 정산에 나서며 국면 전환의 신호를 만들었다.
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판례를 단순 참고가 아닌 실제 비용으로 반영하기 시작한 첫 단계”라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계열사 간 임금 체계가 유사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번 조치가 다른 계열사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정산 기준이 ‘판결일 이전 3년’으로 설정된 점 역시 눈길을 끈다. 임금채권 소멸시효가 3년으로 제한된 데 따른 것으로, 향후 유사 사례에서도 사실상 기준선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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