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돌 파이브돌스·다이아→프로듀서→배우
브람스 향한 클라라의 ‘진짜’ 마음…“제발 정신 차리길”
10월25일까지 KT&G 상상마당 대치아트홀 공연
[스포츠서울 | 표권향 기자] 걸그룹 파이브돌스와 다이아를 거쳐 프로듀서로도 활동했던 조승희(35)가 오랜만에 배우로 돌아왔다.
조승희가 선택한 역할은 뮤지컬 ‘브람스’의 ‘클라라 슈만’이다. 독일의 낭만주의 음악을 대표하는 작곡가 요하네스 브람스와 로베르트 슈만의 음악 창조에 있어 정신적 지주이자 삶의 방향을 제시하는 인물이다.
하지만 그의 해석은 흔히 알려진 ‘브람스의 뮤즈’와는 조금 다르다.
조승희는 최근 서울 여의도의 한 카페에서 스포츠서울을 만나 클라라를 한 남자의 사랑을 받는 여인이 아니라, 끝까지 자신의 음악적 신념과 슈만을 지키면서 두 남자에게 각자의 방식으로 용기를 건네는 인물로 바라본다고 밝혔다. 사랑보다 신념을, 로맨스보다 한 인간의 회복을 중심에 놓은 해석이다.
◇ 뮤지컬만의 3박자, 이 중에서도 “내 무기는 노래”
조승희와 뮤지컬 장르의 인연은 2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가 공연예술계에 처음 발을 들인 2024년 연극 ‘임대아파트’를 보러 온 다수의 작품 관계자로부터 뮤지컬 출연 제안을 받았다. 하지만 당시 프로듀서로 활동하던 시기라 무대에 오르지 못했다.
이후 올해 다시 배우 활동을 시작하면서 자신의 강점을 고민했다. 그 답으로 ‘노래’를 꼽았다. 아이돌 활동 이후 프로듀싱까지 경험한 그는 이제 뮤지컬 배우라는 새로운 이름으로 무대에 섰다.
조승희는 “배우가 단순히 예쁘고 연기 잘하는 것 말고 나만의 장점이 있다면 그게 뭘까 생각했다. 내가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건 노래”라며 “아이돌을 그만둔 뒤 배우로서 특별히 보여줄 수 있는 무대가 없었는데, 노래와 연기를 같이 보여줄 수 있다면 좋겠다고 생각했다”라고 공연 중에서도 뮤지컬 작품을 선택한 이유를 전했다.
마침 그에게 ‘브람스’가 찾아왔다. 이미 초연을 마친 작품이었지만, 합류 이후 상황은 사실상 새로운 작품을 만드는 것과 다르지 않았다. 노래와 대본이 바뀌었고, 공연을 불과 며칠 앞두고 완벽한 무대를 위해 넘버와 장면이 수정되기도 했다.
이는 조승희에게 새로운 장르로의 도전과 맞물린 성장 단계와도 같았다. 오히려 그에게는 여러 시도가 작품과 역할에 있어 좀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그는 “프로페셔널하게 해보자고 생각했다. 초연을 했던 작품이지만 나에게는 초연 같은 공연이기 때문”이라며 “오히려 그 과정에서 많이 성장할 수 있었던 것 같다”라고 미소 지었다.
◇ 브람스에게 준 건 ‘사랑’ 아닌 ‘용기’
‘브람스’는 브람스가 슈만과 클라라를 만나 자신의 음악과 삶의 방향을 찾아가는 과정을 그린다. 극 중 클라라는 브람스의 음악적 세계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인물이자, 슈만과 브람스 두 사람의 삶을 관통하는 중심축이다.
조승희는 이 복잡한 관계를 단순한 삼각관계로 바라보지 않았다. 그는 클라라에 대해 “어릴 때부터 혹독한 교육을 받았고, 당시 여성으로서도 굉장히 뚜렷한 삶을 살았던 사람이다. 그런데 모든 걸 버리고 슈만과 결혼했고, 끝까지 그 사람을 지지하고 버텼다”라며 “나는 그 지조와 절개, 그리고 음악적 신념을 끝까지 가져가는 여성으로 표현하고 싶다”라고 해석했다.
특히 이번 작품에서 조승희가 주목한 건 슈만과 브람스를 대하는 클라라의 태도다. 작품 속 슈만은 점점 정신적으로 무너지고, 브람스는 그에게 새로운 영감을 불어넣는 존재로 등장한다.
그는 “브람스는 슈만을 구해줄 구원자 같은 인물이다. 천재적인 영감을 불어넣어서 슈만이 다시 뭔가를 얻어갈 수 있게 한다”라며 “나는 브람스가 지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두 사람 모두 같이 성공했으면 좋겠다는 마음도 있었다”라고 인물 완성 과정의 핵심을 꼬집었다.
그렇다면 클라라가 브람스에게 건네는 감정은 사랑일까. 조승희의 답은 단호했다. 그는 “절대 사랑은 아니다. 내가 브람스에게 주는 건 용기다. ‘당신이 수많은 요하네스를 봐라. 덕분에 천재가 되어가고 있다. 다 네 덕분이다. 정신 차려’라고 강하게 조언한다. 그런데 브람스 입장에서는 그 용기가 사랑처럼 느껴지는 것 같다”라고 설명했다.
그가 클라라를 통해 끝까지 바라보는 사람은 슈만이라며 “슈만이 조금만 덜 미쳤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자존감도 다시 올라가고 제정신으로 살아갔으면 좋겠다는 마음이다. 그래서 브람스에게도 계속 용기를 주는 것”이라며 “결국 모든 출발점은 슈만”이라고 강조했다.
◇ 손 하나 움직임까지 계산…뮤지컬로 다시 배운 무대
무대에 오른다고 해서 다 같은 공연이 아니다. 아이돌 무대와 뮤지컬 무대 사이에는 생각보다 큰 차이가 있다. 장르별 형식부터 분위기까지 모든 게 다르다. 조승희에게 가장 어려웠던 건 노래나 연기가 아니라 ‘움직임’이었다.
조승희는 “아이돌 때는 무대 체질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뮤지컬은 정말 어렵더라. 연극은 감정과 대사를 먼저 생각하고 동선이 그다음이었다면, 뮤지컬은 계속 움직이면서 노래하고 연기해야 한다”라고 경험을 통해 느낀 차이점을 이야기했다.
초연 이후에도 계속 변화하는 작품이었던 만큼 배우가 직접 만들어야 하는 영역도 컸다. 그는 “손 하나 움직이는 것, 탁자까지 걸어가는 것 등 하나도 계산되지 않은 움직임이면 안 된다. 조명 테크 외에는 내가 알아서 움직여야 한다”라며 연습 기간을 돌아봤다.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결국 조승희에게 자산이 됐다. 그는 “예전에는 누가 동선을 정해주면 그걸 따라가는 방식이었다면 이번에는 내가 왜 여기서 움직여야 하는지를 계속 생각했다”라며 “배움의 연속이었다. 그래서 힘들었던 만큼 새로운 장르에서의 매력을 하나씩 배워가며 많이 성장한 것 같다”라고 말했다.
◇ 관객과 마주하는 순간 재발견 “나는 무대 체질”
첫 공연을 앞두고 의외로 긴장은 크지 않았다. 오히려 리허설 전날이 더 떨렸다고 한다.
조승희는 “첫 공연의 조명이 밝혀졌을 때 나를 쳐다보는 관객들을 만나니 기분이 좋았다. 가장 염려했던 목 상태도 연습 때보다 본공연에서 가장 좋았다”라며 “그때 다시 느꼈다. ‘아, 내가 무대에 서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라고 말이다”라며 천상 무대 체질인 자신에 대해 다시 한 번 깨달았다.
아이돌에서 배우로, 프로듀서에서 다시 무대로. 여러 역할을 경험한 조승희에게 ‘브람스’는 단순한 복귀작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자신의 강점이 무엇인지 다시 확인하고, 배우로서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은지 처음부터 고민하게 만든 작품이기 때문이다.
그는 “뮤지컬을 정말 해보고 싶다고 계속 이야기했다. 노래를 잘한다는 게 배우로서 큰 장점이라고 생각한다. 이제는 내가 가진 걸 무대에서 제대로 보여주고 싶다”라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특히 조승희가 무대에서 선보이는 클라라는 끝까지 흔들리지 않는다. 브람스의 사랑을 받아들이기보다 그에게 용기를 주고, 자신의 마음이 향한 슈만을 끝까지 바라본다.
그에게 클라라는 결국 ‘사랑받는 여자’가 아니다. 자신이 믿는 사람을 끝까지 지켜보고, 무너지는 사람을 다시 일으켜 세우려 했던 음악가이자 한 인간이다. 그 해석은 오랜 공백 끝에 다시 무대로 돌아온 조승희 자기 모습과도 어딘가 닮았다.
두 천재 작곡가의 음악적 세계관과 삶을 연결하는 ‘클라라’ 조승희가 등장하는 ‘브람스’는 오는 10월 25일까지 서울 강남구 KT&G 상상마당 대치아트홀에서 공연된다. gioia@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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