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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내란 청산' 시대적 과제 지방선거 주도…국정 운영 탄력·보수 대개편 조짐

‘내란 청산’이라는 시대적 과제가 6.3 지방선거에 강하게 작용했지만 개운치 않은 뒷맛을 남겼다.

'내란 청산' 시대적 과제 지방선거 주도…국정 운영 탄력·보수 대개편 조짐

민주당 16개 시도지사 선거서 12곳 석권

부산·울산 민주당 후보 당선…김경수 낙선

한동훈 당선 등 여야 모두 정계개편 급물살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총괄상임선거대책위원장과 한병도 공동상임선대위원장, 이시종 공동상임선대위원장이 3일 국회 의원회관에 마련한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국회의원 재보궐선거 개표상황실에서 출구조사 결과를 차분하게 지켜보고 있다. /연합뉴스

‘내란 청산’이라는 시대적 과제가 6.3 지방선거에 강하게 작용했지만 개운치 않은 뒷맛을 남겼다.

더불어민주당이 전국 광역단체장 선거에서 승리했다. 4일 오전 7시 30분 현재 16개 시도지사 선거 중 12곳에서 민주당 후보가 당선했다.

2018년 지방선거 결과와 비슷하다. 전직 대통령 박근혜 씨 탄핵과 문재인 대통령 취임 1년 만에 치러진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은 17곳(전남-광주 통합 전) 시도지사 선거 중 14곳에서 당선자를 냈다. 국정농단-탄핵-정권교체-지방선거 압승 흐름이 이번에는 내란-탄핵-정권교체-지방선거 압승으로 재현됐다.

민주당은 각종 여론조사에서 국민의힘 후보들의 거센 추격을 받았지만 선거 초반 넉넉한 우세가 점쳐지던 수도권과 호남을 비롯해, 4년 전 ‘보수 일당 독점’으로 회귀한 부산과 울산에서 승리하는 등 경부울에서도 선전했다. 다만 개표가 진행 중인 서울은 초박빙이고, 경남은 박완수 국민의힘 후보가 당선했다.

부산과 울산은 박형준(부산)·김두겸(울산) 국민의힘 현역 시장에 맞서 더불어민주당이 정부·여당의 힘을 과시할 수 있는 후보를 낸 게 주효한 모양새다. 전재수 부산시장 후보는 해양수산부와 해운회사 HMM 부산 이전을 이끌었다. 이 성과를 바탕으로 ‘힘 있는 단체장’을 내세워 침체한 지역에 활기를 불어넣으리라는 희망을 안겼다. 국민의힘에 몸담았으나 12.3 내란과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조기 대선 과정 속 탈당해 민주당에 입당한 김상욱 울산시장 후보는 진보당 후보와 단일화 등을 거치며 ‘내란 청산’이라는 시대적 열망을 받아 안았다고 볼 수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2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 겸 비상경제점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경남 결과는 달랐다. 김경수 민주당 도지사 후보는 KBS·MBC·SBS 방송 3사 출구조사, JTBC 예측조사 상 박완수 국민의힘 후보에 각각 8.6%포인트(p), 4.6%p 앞선 것으로 나왔다. 대통령 직속 지방시대위원장을 지내며 정부 ‘5극 3특’ 지방주도 성장 정책 밑그림을 그리는 등 능력을 보였지만 견고한 국민의힘 현역 단체장 벽을 넘지 못했다.

지방선거와 함께 진행된 국회의원 재보궐선거도 ‘내란 청산’에 초첨이 맞춰졌다. 민주당 후보는 14개 선거구 중 9곳에서 당선했다. 부산 북구 갑에는 무소속 한동훈 후보가 당선했지만 그는 윤석열 전 대통령이 일으킨 12.3비상계엄에 줄곧 비판적인 목소리를 내 왔다. 민주당-국민의힘-조국혁신당-진보당-자유와혁신 등 다자구도 속에 치러진 경기 평택 을 보궐선거에선 유의동 국민의힘 후보가 당선했지만, 김용남 민주당 후보, 조국 조국혁신당 후보, 김재연 진보당 후보가 받은 표가 압도적이었다.

이재명 대통령과 정부는 국정 운영에 한층 탄력을 받게 됐다. 이 대통령은 2일 국무회의에서 “앞으로 4년간 국정 속도를 두 배로 높이고 정성을 다하면, 8년처럼 일할 수 있다”며 “이를 토대로 국민 삶, 대한민국에 더 큰 변화를 만들어내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민생 안정, 첨단산업 육성, 국가균형성장을 중점 과제로 제시했다.

특히 광역단체장 대다수가 민주당 소속으로 재편되는 만큼 정부가 추진하는 ‘5극 3특’ 국가균형성장 정책에 더욱 탄력이 붙게 됐다. 정부와 지방정부 간 유기적 협업 체계가 원활하게 작동할 수 있게 되면서다.

예컨대 국민의힘 시도정에서 추진되다 실패로 돌아간 대전-충남 행정통합 등에 다시 불이 붙을 수 있다. 전남광주통합특별시가 통합 특전으로 받은 연 20조 원 규모 국비 지원 확보 등이 명분이 될 수 있다. ‘부울경 메가시티’ 복원 등은 부침이 예상된다. 부산·울산과 달리 경남에 국민의힘 도정이 유지되면서 부울경특별연합은 물론 행정통합 논의까지 원점에서 새로 시작해야 할 가능성이 크다.

국민의힘 장동혁 상임선거대책위원장이 3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 마련된 국민의힘 개표상황실에서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개표방송 출구조사 결과를 지켜보던 중 생각에 잠겨있다. /연합뉴스

민주당은 전체 선거에서 승리했지만 대구와 경남을 내주면서 온전한 ‘전국 정당화’에는 이르지 못했다. 서울도 오세훈 후보에게 내준다면 정치적 내상이 극심해진다. 이에 8월 예정된 차기 전당대회를 놓고 긴장감이 높아질 전망이다.

이는 당 지도부 선출을 넘어 2028년 총선 공천권과 차기 정치 구도와 연결돼 있기 때문이다. 정청래 대표가 연임에 나선 상황에서 김민석 국무총리 등 당내 영향력 확대 가능성도 거론된다. 인천 연수 갑 송영길·경기 하남 갑 이광재 국회의원 당선자도 잠재적 당 대표 도전자로 여겨진다.

예상보다 적은 국회의원 재보선·영남 시도지사 당선자 수, 만에 하나 서울시장 탈환 실패가 겹치면 정청래 대표 재선 가도는 가시밭길이 될 수 있다. 선거 기간 잠시 봉합됐던 계파 갈등이 재점화할 가능성도 있다.

국민의힘은 지도부 교체와 함께 ‘보수 대개편’ 소용돌이에 빠지게 생겼다. 일단 ‘내란과 탄핵의 강’을 넘어가는 게 급선무다. 탄핵에 사과·반성하지 않고, ‘윤 어게인’ 세력과 동조한 장동혁 당 대표 책임론이 거세게 불 수밖에 없다.

당장 한동훈 전 당 대표가 부산 북구 갑에서 당선한 파장이 크게 퍼질 조짐이다. 이미 당내에는 친윤석열계와 비윤석열계 간 노선 차이가 극명하다. 그중에서도 친한동훈계 목소리가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서울시장 수성과 영남권 승리가 겹치면 당 운영에 수도권과 영남권 중 어디에 더 힘을 실을 것인가를 두고 힘겨루기가 나타날 수 있다.

2년 뒤 총선을 앞에 둔 만큼 당 안팎을 막론한 쇄신 요구과 함께 개혁신당, 새미래민주당 등과 연대, 합당 등 다양한 ‘보수 대개편’ 시나리오가 펼쳐질 수 있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낙선한 광역·기초단체장 중에는 당 중진급, 다선 의원들도 대거 포함된 만큼 다양한 역학관계가 작용할 수도 있다.

/김두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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