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식스가 지난달 공개한 러닝화 ‘블룸스트라이드’. 사진=아식스
글로벌 스포츠 신발 시장에서 일본 아식스가 ‘러닝 르네상스’를 이끌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 반면 세계 1위 나이키는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100지수에서 18년 만에 퇴출되는 굴욕을 겪었다. 아식스가 본업에 집중해 수익을 높인 반면 나이키는 혁신 없는 마케팅에 집중하며 주요 시장인 중국에서 외면을 받았다.
7일(현지 시간) S&P다우존스인디시즈에 따르면 나이키는 21일 뉴욕 증시 개장 전 S&P100 구성 종목에서 제외된다. 나이키는 2008년 12월부터 이 지수에 줄곧 이름을 올렸다. 그러나 나이키의 주가는 4일 현재 38.40달러로 2021년 11월 기록한 최고가 177.51달러보다 78.4%나 떨어졌다.
나이키의 부진 배경은 중국 시장 공략 실패에서 찾을 수 있다. 나이키의 연간 매출 20%에 육박하던 중국 시장 비중은 현재 13% 수준으로 낮아졌다. 중국 소비자들은 안타·리닝 등 ‘궈차오(애국 소비)’ 열풍에 올라탄 값싼 토종 브랜드의 부상으로 최근 몇 년간 나이키에서 대거 이탈했다. 반면 고급 스포츠 브랜드 수요는 아식스는 물론 실리콘밸리에서 뜬 온과 호카로 옮겨갔다. 이 때문에 전 세계 신발 시장에서 차지하는 나이키의 점유율은 2022년 25.9%에서 지난해 22.9%로 줄어들었다.
존 도나호 전 최고경영자(CEO) 시절 추진한 소비자 직접 판매 전략도 패착이 됐다. 나이키에 반발한 기존 스포츠용품 점주들은 진열대에 나이키 제품 대신 온·호카 등 신진 브랜드를 대거 배치했다. 에어조던·에어맥스 등 기존 클래식 모델을 색상만 바꿔 한정판으로 되파는 마케팅에 의존하고 스포츠 본연의 기능성에 주목하기보다는 ‘정치적 올바름(PC주의)’에 집중한 메시지를 낸 점도 나이키의 악수(惡手)로 지목된다.
나이키가 지난달 공개한 러닝화 ‘페가수스 플러스 2’. 사진=나이키
반면 아식스는 2026년도 연간 매출을 전년 대비 29% 증가한 1조 500억 엔(약 9조 1800억 원)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아식스의 연간 매출이 1조 엔을 넘어서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순이익도 전년 대비 22% 증가한 1200억 엔(약 1조 400억 원)으로 기존 전망(1100억 엔)보다 상향 조정됐다.
아식스는 프리미엄 러닝화 시장에 집중해 1위를 차지했다. 시장조사기관 서카나그룹에 따르면 미국, 유럽 5개국(EU5), 일본을 종합한 프리미엄 러닝화 시장에서 지난해 1~9월 기준 아식스는 17.4%의 점유율로 사상 처음 1위를 달성했다. 운동 기록 서비스 스트라바가 지난해 발표한 연례 러닝화 순위를 보면 아식스 ‘노바블라스트’가 러닝화 1위로 나이키 ‘페가수스’를 2위로 밀어냈다.
2021년 일본을 대표하는 릴레이 마라톤 대회 ‘하코네 에키덴’에서 착용률 0%를 기록하며 자국 시장에서조차 ‘아재 브랜드’ 취급을 받았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아식스는 본래 마라톤 등 전문 선수가 채택했던 운동화일 정도로 기술력을 갖춘 기업이다. 아식스는 1986년 충격 흡수를 위해 세계 최초로 실리콘 기반의 젤 러닝화를 출시하면서 일약 주목을 받았다. 그러다 최근 세계적인 러닝 붐을 타고 강점인 기술력에 집중한 점은 아식스를 다시 끌어올린 힘으로 꼽힌다. 히로타 야스히토 아식스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는 “기술 개발에 힘을 쏟고 수익 관리를 철저히 하면서 수익성이 낮은 사업에서 철수한 것이 효과를 냈다”고 평가했다. 실제 아식스는 야구 등 비주력 사업을 접고 러닝화에 집중했다. 2020년대에는 FF 블라스트, FF 립 등 차세대 고탄성 폼을 연달아 출시해 호평받았다. 아식스는 전 세계 각국에서 러닝 클럽을 후원하는 한편 클럽에 가입하고 개인 기록을 관리하는 앱을 내놓기도 했다.
Y2K 유행도 빼놓을 수 없다. 1993년 출시된 ‘젤 카야노’ 시리즈의 레트로한 감각이 2020년대 패션계에서도 주목받으면서 폭발적인 인기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아식스와 별개로 디자인을 강조한 서브 브랜드 ‘오니츠카타이거’의 고급화 전략도 유효하게 작용했다는 평가다.
나이키는 2024년 10월 엘리엇 힐 현 CEO 취임 이후 유통 업체와의 관계 복원과 신제품 출시에 다시 매진하고 있다. 브라이언 멀베리 잭스인베스트먼트 수석 시장전략가는 “도매 관계와 공급망 개선은 하루아침에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며 “본격적인 반등까지는 3~4개 분기 정도 더 걸릴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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