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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나동준 시선의 ESG] 항암 치료와 기후 위기, 둘 다 이기고 싶다

생성형 AI와 사회복지 디지털 전환의 접점을 개척하는 혁신가다. 서울시립대학교에서 사회복지학 박사학위를... 인공지능AI 활용 전략부터 ESG 경영, 스마트워크, 조직 활성화, 감정경영까지 폭넓은 스펙트럼의 강의를...

[나동준 시선의 ESG] 항암 치료와 기후 위기, 둘 다 이기고 싶다

[한국강사신문 나동준 칼럼니스트]

암은 내 몸에서 자라고 있었지만, 기후위기는 우리 사회의 무책임 속에서 더 커지고 있었다.

다발성골수종 환자로 항암 치료를 받으며 나는 생존이 얼마나 고된 일인지 배웠다. 약물의 부작용을 견디고, 흔들리는 면역과 체력을 붙잡고, 하루를 겨우 통과하는 일. 그런데 치료의 시간을 지나며 더 분명해진 사실이 있다. 아픈 몸 하나 지키는 일조차 이제 개인의 의지로만 감당할 수 없다는 것이다. 폭염과 미세먼지, 감염 위험과 기후 재난은 더 이상 삶의 배경이 아니다. 환자의 생존 조건을 직접 흔드는 현실이 됐다.

기후위기는 모두에게 오지만, 모두를 똑같이 아프게 하지는 않는다. 더 약한 사람에게 먼저, 더 깊게, 더 오래 상처를 남긴다. 면역이 약한 환자, 노인, 장애인, 만성질환자에게 이상기후는 불편이 아니라 생존의 문제다. 누군가에게는 계절 변화일 뿐인 더위가, 누군가에게는 치료 중인 몸을 무너뜨리는 위협이 된다. 그래서 기후위기는 환경 의제인 동시에 불평등의 문제이고, 건강권의 문제이며, 결국 가장 약한 사람을 어떤 순서로 포기하는 사회인가를 묻는 질문이다.

내가 항암 치료를 받으며 가장 먼저 온몸으로 겪은 환경 문제는 폭염과 나빠진 공기의 질이었다. 병원에 가는 날, 바깥의 더위는 계절의 불편이 아니라 생존을 시험하는 벽처럼 느껴졌다. 부작용으로 기운이 바닥난 몸을 겨우 일으켜 세우고, 숨 막히는 공기 속에서 마스크를 고쳐 쓰며 병원까지 가는 길은 너무 자주 ‘치료받으러 가는 길’이 아니라 ‘버티러 가는 길’ 같았다. 미세먼지가 심한 날이면 창문조차 마음대로 열 수 없었다. 누군가에게는 “오늘 좀 덥네”로 끝날 날씨가, 내게는 치료를 포기하지 않기 위해 넘어야 하는 위협이었다.

병원 안에서도 불편한 질문은 이어졌다. 항암 치료 한 번이 끝날 때마다 내 주변에는 수액백, 주사기 포장재, 비닐장갑, 플라스틱 용기 같은 일회용 폐기물이 수북이 쌓였다. 물론 그것들이 감염을 막고 생명을 지키기 위해 필요하다는 사실을 안다. 나 역시 그 안전에 기대어 치료를 받는다. 그러나 치료실 한편에 쌓여가는 폐기물을 볼 때마다 복잡한 마음을 지울 수 없었다. 나는 살기 위해 치료를 받아야 하는데, 그 치료는 또 다른 부담을 환경에 남기고 있었다. 왜 사람을 살리는 의료는 이렇게 많이 쓰고 버리는 방식 외에는 상상하지 못하는가. 왜 가장 절박한 생명의 현장에서조차 지속가능성은 늘 나중으로 밀리는가.

그래서 내게 ESG는 기업의 유행어가 아니다. 환자가 끝내 살아남을 수 있느냐를 가르는 생존의 언어다. 환경은 내가 들이마시는 공기와 견뎌야 하는 폭염의 문제이고, 사회는 아픈 사람도 배제되지 않은 채 치료받고 돌봄받을 수 있는 안전망의 문제이며, 지배구조는 기업과 병원, 정부가 그 책임을 알고도 외면하지 않느냐의 문제다. 만약 기업이 말하는 ESG 안에 가장 약한 환자의 하루가 빠져 있다면, 그것은 지속가능성이 아니라 보기 좋은 문장일 뿐이다.

이제는 선언이 아니라 설계가 필요하다. 기업은 ESG를 보고서의 문장으로만 다뤄서는 안 된다. 폭염과 대기오염, 기후 재난이 건강 취약계층에게 어떤 위험이 되는지 사업 전 과정에서 따져야 한다. 병원은 감염 관리와 환자 안전을 해치지 않는 범위에서 의료폐기물과 일회용품을 줄일 대안을 더 적극적으로 찾아야 한다. 정부 역시 기후정책과 보건정책을 따로 다뤄서는 안 된다. 폭염 대응, 대기질 관리, 재난 취약계층 보호, 친환경 의료 인프라 전환을 하나의 생존 정책으로 묶어야 한다.

항암 치료를 받는 환자가 더위와 오염된 공기 때문에 치료받으러 가는 길부터 위협받지 않도록, 병원이 생명을 지키는 동시에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기업의 책임이 결국 시민의 건강과 연결되도록 사회는 바뀌어야 한다. 나는 거창한 구호를 원하지 않는다. 다만 치료를 받으며 내일을 버텨야 하는 사람에게 이 사회가 더 이상 “혼자 견디라”고 말하지 않기를 바란다.

항암 치료와 기후 위기, 둘 다 이기고 싶다는 이 절박한 소망에 이제는 기업과 병원, 정부가 답해야 한다.

칼럼니스트 프로필

나동준 칼럼니스트는 디지털전환교육원 수석연구원·숙명여자대학교 객원교수, 시민중심 ESG협회 수석교수이사로 활동하며 생성형 AI와 사회복지 디지털 전환의 접점을 개척하는 혁신가다. 서울시립대학교에서 사회복지학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KAC 공인코치, 경영지도사(인사조직관리), 구글공인교육전문가와 구글트레이너 자격을 갖추고 있다.

인공지능AI 활용 전략부터 ESG 경영, 스마트워크, 조직 활성화, 감정경영까지 폭넓은 스펙트럼의 강의를 진행중이다. 숙명여자대학교 객원교수로 있으면서, 50플러스센터, 국내외 대학·복지기관, 각종 협회 및 기업 현장을 무대로, 맞춤형 솔루션과 실전형 워크숍으로 높은 호응을 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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