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크래프트2 리그가 17년째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e스포츠 업계에서는 이례적인 풍경이다. 리그 오브 레전드와 발로란트가 글로벌 e스포츠 시장의 헤게모니를 가져간 상황에서 출시 15년이 지난 PC 전략 게임의 정규 리그가 메인 스폰서를 유치하고 결승전을 오프라인 무대에서 치러내는 사례는 국내외를 통틀어 손에 꼽힌다. 팬들이 직접 크라우드 펀딩으로 대회를 떠받치는 운영 방식과 SOOP의 오리지널 콘텐츠 전략이 맞물려 만들어낸 결과다. 김준호의 우승이라는 결과보다 그 우승이 가능했던 리그 생태계의 지속력이 이번 결승전이 시사하는 핵심 대목이다.
SOOP은 지난 17일 서울 대치동 프릭업 스튜디오에서 열린 2026 GSL 시즌1 결승전에서 김준호가 신희범을 세트 스코어 4대 2로 제압하고 정상에 올랐다고 18일 밝혔다. 각자 대표이사 체제로 운영되는 SOOP(대표 최영우, 이민원)이 직접 주관한 무대다.
GSL은 스타크래프트2 공허의 유산을 종목으로 2010년부터 운영돼 온 SOOP의 간판 오리지널 e스포츠 콘텐츠다. 17년에 걸쳐 명맥을 유지해온 비결은 팬덤 기반의 운영 모델에 있다. 팬들이 크라우드 펀딩으로 대회 운영비를 보태고 선수와 시청자가 함께 리그를 굴려가는 방식이 자리 잡으면서 종목 자체의 상업적 후순위에도 불구하고 정규 리그가 끊기지 않았다는 평가다.
이번 시즌에는 인텔이 메인 스폰서로 참여했고 온사이드도 후원사로 이름을 올렸다. 그래픽카드와 CPU 시장에서 게이머 타깃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는 인텔이 정통 e스포츠 리그의 메인 스폰서 자리를 차지한 것은 PC 하드웨어 업계의 e스포츠 마케팅 흐름과도 맞닿아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4강에서는 김준호가 김도욱을 3대 1로 꺾고 결승에 먼저 안착했고 신희범은 조성주와 풀세트 접전 끝에 3대 2로 승리하며 결승 티켓을 쥐었다.
결승전의 초반 주도권은 신희범 쪽으로 기울었다. 저글링과 히드라를 앞세운 공격적인 운영으로 1, 2세트를 내리 가져가며 김준호를 2대 0으로 몰아붙였다.
3세트부터 경기 양상이 뒤집혔다. 김준호는 예언자 견제로 흐름을 깬 뒤 집정관과 광전사 사도를 묶은 타이밍 러시로 한 세트를 만회했다. 4세트에서는 예언자와 고위기사 조합으로 신희범의 공격을 차단하며 스코어를 2대 2 균형으로 되돌렸다. 5세트에서 신희범이 바퀴와 히드라 조합으로 다시 한번 공세를 펼쳤지만 김준호는 초반에 확보한 공허 포격기로 견제와 교전을 모두 장악하며 역전에 성공했다.
사진=회사제공
승부를 가른 6세트는 양 선수가 서로의 빈틈을 노리는 난타전으로 흘렀다. 김준호가 전황을 안정시킨 뒤 신희범의 마지막 공격을 막아내며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업계에서는 이번 결승전을 단발성 이벤트가 아닌 SOOP의 오리지널 IP 전략이 작동하고 있는 신호로 읽는다. 스트리밍 플랫폼 사업자가 자체 e스포츠 리그를 17년 동안 끌고 가는 사례는 글로벌 시장에서도 흔치 않다. SOOP은 그동안 별풍선 기반 후원 모델과 게임 방송 콘텐츠로 트래픽을 확보해왔지만 GSL과 같은 정규 리그는 플랫폼의 콘텐츠 정체성과 시청자 충성도를 동시에 확보하는 장치로 기능해왔다.
인텔과 같은 글로벌 IT 기업이 메인 스폰서로 합류한 점은 GSL의 상업적 가치가 여전히 유효하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라이엇게임즈가 LoL 챔피언스 코리아를 직접 운영하고 크래프톤이 PUBG e스포츠를 자체 IP로 끌고 가는 흐름 속에서 SOOP의 GSL은 게임사가 아닌 플랫폼 사업자가 운영하는 장수 리그라는 독자적 위치를 점하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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