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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반극동칼럼] 소제동 대전 역세권 개발의 성공 조건

2007년 코레일은 용산역세권 개발의 큰 청사진을 내놓았다. 100층 규모의 랜드마크 빌딩을 세우고, 한강 물길을 빌딩숲까지 끌어들여 서해에서 한강을 거쳐 용산까지 뱃길을 연결하겠다는 구상이었다.

[반극동칼럼] 소제동 대전 역세권 개발의 성공 조건

2007년 코레일은 용산역세권 개발의 큰 청사진을 내놓았다. 100층 규모의 랜드마크 빌딩을 세우고, 한강 물길을 빌딩숲까지 끌어들여 서해에서 한강을 거쳐 용산까지 뱃길을 연결하겠다는 구상이었다. 당시 사업 홍보와 여론 조성을 위해 코레일 출입기자들에게 일본의 성공적인 역세권 개발 사례를 취재해 기사화하라는 지시가 내려졌다. 당시 홍보실 언론담당팀장이었던 필자는 기자 4명과 함께 일본으로 향했다.

첫 방문지는 나고야였다. 나고야역에 도착한 일행은 역사를 올려다보며 모두 고개를 한참 뒤로 젖혀야 했다. 역을 압도하는 초고층 쌍둥이 빌딩이 우뚝 서 있었기 때문이다. 사진 한 장에 건물 전체를 담기 위해서는 한참 떨어져야 했다. 빌딩 상부의 JR도카이 본사 사무실에서 설명을 들으며 다시 한번 놀랐다. 이 건물은 단순한 역사 건물이 아니라 철도와 도시 기능을 한데 묶은 복합개발의 표본이었다. 철도역과 교통환승센터를 기본으로 백화점, 오피스, 호텔, 영화관, 식당가 등이 함께 들어서 있었다. 철도회사의 본사가 입주하자 철도 관련 주요 고객사와 협력업체도 자연스럽게 모여들었고, 오피스는 준공 후 1년 만에 공실이 거의 없었다고 한다. 첫해부터 흑자를 낸 성공 사례였다.

더 인상 깊었던 것은 개발 방식이다. 토지 정비와 도로·상하수도·전기·통신 등 기반시설은 지방자치단체가 사업비를 들여 구축하고, 민간 또는 철도회사는 건축과 운영에 집중했다. 지자체는 각종 규제와 인허가 문제를 적극적으로 풀어 건물이 제때 들어설 수 있도록 지원했다. 사업자가 기반시설 부담까지 떠안고 개발이익을 내야 하는 우리나라의 방식과는 큰 차이가 있었다.

역을 중심으로 지하공간과 인접 건물을 지하보도로 연결한 점도 눈여겨볼 만했다. 비가 오거나 추운 날에도 시민들이 역에서 백화점·호텔·상가·업무시설로 편하게 이동할 수 있도록 해 역이 단순한 통과 공간이 아니라 도시 생활의 중심이 되게 했다.

교토역과 오사카역도 규모와 여건에는 차이가 있었지만 방향은 같았다. 교토역은 문화재 지역의 제약으로 건축 기간이 길고 규모도 상대적으로 제한돼 흑자 전환까지 3년가량 걸렸다고 한다. 그럼에도 역세권에 사람이 모이고 소비와 업무가 함께 이뤄지는 선순환 구조는 분명했다. 교토역 백화점 식당가에서는 점심 한 끼를 먹기 위해 30분 이상 기다려야 할 정도였다.

최근 대전역세권 개발이 오랜 기간 답보 상태를 거쳐 다시 추진돼야 한다는 소식을 들으며, 당시 일본 취재가 떠올랐다. 대전역은 전국 철도망의 중심에 놓인 뛰어난 교통 요충지다. 수도권과 영·호남, 충청권을 잇는 교차점이며, 전국 각지에서 비교적 짧은 시간 안에 접근할 수 있다. 이 장점을 단순히 KTX가 정차하는 역에만 머물게 해서는 안 된다.

대전역세권 개발의 성공 조건은 분명하다. 첫째, 공공기관 이전과 연계한 확실한 수요를 만들어야 한다. 이전 대상 공공기관과 철도 관련 기관의 사무공간을 계획적으로 유치해 초기 공실 위험을 줄여야 한다. 둘째, 철도 자회사의 본사 이전과 통합 수용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철도 운영·시설·안전·정보통신 등 관련 기능이 한곳에 모이면 업무 효율은 물론 상권과 고용에도 활력을 줄 수 있다. 셋째, 철도 관련 협력회사와 연구·교육기관이 함께 입주할 수 있는 철도산업 클러스터를 조성해야 한다.

무엇보다 대전시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동광장 개발뿐 아니라 서광장 쪽 개발도 함께 추진될 수 있도록 적극 뒷받침해야 한다. 대전역의 주 출입구인 서광장 방면 정동·중동 일대는 1930~1940년대 건물이 상당수 남아 있는, 전국 역세권 가운데서도 노후화와 미개발이 심각한 지역이다. 대전역 바로 앞에 있으면서도 오랜 기간 발전에서 소외된 이 지역을 어떻게 되살릴 것인지 함께 고민해야 한다.

선진 여러 나라의 역세권 개발 사례를 벤치마킹해 도로, 환승시설, 지하 연결통로, 주차장 등 기반시설은 공공이 책임지고, 인허가와 규제는 합리적으로 조정해야 한다. 개발사업자에게 모든 부담을 넘기는 방식으로는 장기간 표류를 반복할 가능성이 크다.

대전역세권 개발은 건물 몇 동을 짓는 부동산 사업이 아니다. 철도 중심도시 대전의 미래 경쟁력을 만드는 도시재생 사업이다. 이번 기회에 기존 계획을 다시 면밀히 점검하고, 실제로 개발이 가능한 방향으로 수정·보완해야 한다. 철도와 사람, 기업과 문화가 함께 모이는 공간으로 만들겠다는 분명한 목표와 공공의 뒷받침이 있을 때, 대전역은 다시 대전 발전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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