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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김성욱의 세상과 시간] 지도 없는 바다, 마법의 엔진 활용하기

이 배의 이름이 AI다. 지금 세상은 이 마법의 엔진 앞에서 둘로 나뉘고 있다. 맥킨지가 105개국 기업 종사자 약 2천 명을 조사한 결과, 88%가 AI를 정기적으로 활용한다고 답했다. 그런데 그중 60%는 여전히 실험 단계에...

[김성욱의 세상과 시간] 지도 없는 바다, 마법의 엔진 활용하기

/사진=김성욱 경영학 박사

당신 앞에 배가 한 척 있다. 목적지는 어렴풋이 보인다. 그런데 지도가 없다. 해류도, 암초도 모른다. 당신은 어떻게 하겠는가? 대부분의 선장은 이렇게 말할 것이다.

"

지도가 나올 때까지 기다리죠."

합리적으로 들리지만, 치명적인 착각이 하나 있다.

이 배의 엔진이 인류 역사상 없던 엔진이라는 사실이다. 첫째, 기름값이 거의 안 든다. 잘못된 방향으로 갔다 돌아와도 손해가 미미하다. 둘째, 항해를 하면 할수록 엔진 자체가 빨라진다. 한 달 운항하면 속도가 두 배, 석 달이면 열 배. 항해 경험 자체가 연료다. 셋째, 놀랍게도 항해할수록 망원경 성능까지 함께 좋아진다. 처음엔 10km 앞밖에 못 봤는데, 석 달 뒤엔 100km 너머가 보이기 시작한다. 달리 말하면, 지도가 없어서 못 가는 게 아니라 항해를 해야 지도가 만들어지는 배다.

이 배의 이름이 AI다.

지금 세상은 이 마법의 엔진 앞에서 둘로 나뉘고 있다. 맥킨지가 105개국 기업 종사자 약 2천 명을 조사한 결과, 88%가 AI를 정기적으로 활용한다고 답했다. 그런데 그중 60%는 여전히 실험 단계에 머물러 있었다. 배를 샀지만 부두에 묶어둔 셈이다. 포브스코리아는 이를 '격차의 증폭'이라 명명했다. 2026년에는 혁신의 누적에 따른 '복리 효과'가 두드러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복리.

바로 이 단어가 핵심이다. AI를 일찍 쓰기 시작한 사람과 미루는 사람의 격차는 산술급수가 아니라 기하급수로 벌어진다. 마치 20대에 시작한 적금과 40대에 시작한 적금의 차이처럼, 시간이 곧 자산이 된다. CIO 코리아의 2026년 IT 전망 조사에서도 AI 중심 디지털 전환 가속화와 IT 인재 역량 강화를 해법으로 꼽은 응답이 각각 45%를 넘었다. 세상은 이미 움직이고 있다.

그런데도 부두에 서서 기다리는 사람들이 있다. "AI는 아직 불완전하다." "나는 IT 전문가가 아니다." "지도가 완성되면 그때 출발하겠다." 시스코와 OECD의 공동 조사에서 55세 이상 응답자의 AI 신뢰도가 현저히 낮게 나타났는데, 이는 명확한 거부감이라기보다 낮은 친숙도와 경험 부족에서 비롯된 불확실성으로 분석되었다.

나도 그랬다. 30년간 자본시장, M&A시장, 중소기업컨설팅, 부동산 경매 등 현장을 누볐지만, 처음 AI를 접했을 때는 솔직히 막막했다. 코딩을 배워본 적도 없고, 개발자도 아니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신이 있었다. 내가 30년간 쌓은 도메인 지식과 다양한 경험이야말로 AI와 결합했을 때 가장 강력한 엔진이 된다는 것이다. 실제로 AI에게 대체투자자산 운용지원시스템 등의 로직을 가르치자, 전문 분석가가 수개월 걸리던 작업이 불과 하루, 이틀 만에 끝났다. 물론 초기 데모버전이었지만, 내 30년의 시간이 디지털 자산으로 복제된 순간이었다.

AI는 도메인 전문가의 경험이라는 진정한 연료를 만났을 때 비로소 제 속도를 낸다. 지도가 없어도, 30년간 바다를 읽어온 선장의 감각이 있으면 항해가 가능하다는 뜻이다.

한국사회보장정보원의 김현준 원장은 "AI 도입의 속도 차이는 국민이 체감하는 복지 격차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기업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개인의 삶, 커리어, 경쟁력의 격차가 AI를 항해한 시간에 비례해서 벌어지고 있다.

부두에 묶인 배는 엔진이 빨라지지 않는다. 망원경도 그대로다. 먼저 출항한 배들이 돌아와 그린 지도를 받아볼 때쯤이면, 그 배들은 이미 세 번째, 네 번째 항해를 떠난 뒤다. 지도는 기다리는 자에게 오지 않는다. 항해하는 자에게만 그려진다.

이번 주 당장 해보자. ChatGPT든, 클로드든, 제미나이든 무료로 시작할 수 있다. 물론 가능하면 유료로 하길 권하고 싶다. 비싼게 결국은 정답일 수 있다는 경험을 한 번은 해보시길 바라는 마음에서… 그리고는 당신이 가장 잘 아는 업무 하나를 AI에게 시켜보라. 놀라운 건 AI의 대답이 아니라, 그 대답을 보는 순간 떠오르는 당신만의 질문이다. 그 질문이 바로, 당신의 지도가 그려지기 시작하는 첫 좌표다. 당신이 끈질기게 사용할수록 뚜렷해지는 마법의 지도가 그려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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