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의 15개 조항 거부와 호르무즈 벨브 싸움…코스피 5000 버티는 한국 투자자의 진짜 기대는 ‘종전 랠리’
호르무즈 봉쇄 현실화… 에너지·원가 리스크에 흔들리는 한국 증시. 뉴스클레임DB
[뉴스클레임]
대체 전쟁이 언제 끝날까.
투자자들은 연일 외신에 귀를 쫑긋 세우고 있다.
트럼프가 “전쟁은 곧 끝난다”, “아주 빠르게 끝날 것”이라고 말할 때마다 원유 가격이 출렁이고, 뉴욕·서울 증시가 널을 뛴다. 그러나 이 전쟁은 어느 한쪽의 기분 좋은 기자회견 한 번에 끝날 국면이 아니다.
미국이 파키스탄을 통해 이란에 건넨 15개 항목짜리 종전·휴전안은, 이란의 완강한 거부로 첫 단추부터 잘못채워졌다. 이란은 “전쟁을 끝낼 시점은 우리가 정한다”고 못 박으면서, 전쟁 배상과 향후 재침략 불가 보장, 자국 관료 암살 중단, 동맹 세력에 대한 공격 중단, 그리고 호르무즈 해협에 대한 실질적 통제권을 요구했다. 전 세계 원유의 약 5분의 1이 지나는 해협을 한 나라의 ‘주권 수역’처럼 인정하라는 요구를 미국이 받아들일 가능성은 사실상 없다. 트럼프가 “곧 끝난다”는 낙관론을 되풀이해도, 전장과 협상 테이블 위에서는 오히려 전선 확대와 조건 상향이 동시에 진행되고 있는 셈이다.
이 전쟁으로 국제유가는 전쟁 발발 직후 배럴당 120달러를 위협한 뒤, 종전 기대와 실망이 교차할 때마다 100달러 안팎을 오르내리며 금융시장을 흔들고 있다.
에너지가 주가에 미치는 영향 때문에 투자자들도 엉덩이를 붙이고 앉아 있을 수 없는 것이다.
트럼프의 “전쟁 아주 곧 끝” 발언이 나온 날에는 유가가 급락하고, 이란이 “우리 조건이 아니면 종전 없다”고 맞받아치면 다시 100달러 선을 회복하는 롤러코스터가 반복된다. 그때마다 뉴욕에서 위험자산 선호가 살아났다 식었다 하는 사이클이 하루 단위로 돈다.
한국 시장은 더욱 예민하다. 반도체·AI 호황에 힘입어 코스피가 5000선을 넘어선 뒤에도, 이란발 유가 급등 소식이 전해질 때마다 지수가 한꺼번에 3~6%씩 빠지는 날이 나왔다. 20분간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되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하루에 7% 이상 밀려난 날도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코스피는 다시 5000을 회복해 5700선까지 튀어 오르며 “전쟁만 끝나면 다시 간다”는 기대를 몸으로 증명하고 있다.
코스피가 이 정도 충격을 버티는 건, 반도체·AI 실적이 뒷받침되고 있고, 에너지 수입 부담에도 불구하고 기업 이익이 아직은 꺾이지 않았다는 신호다.
문제는 이 기대가 전부 “전쟁 종식”이라는 전제 위에 서 있다는 점이다.
투자자들은 지금의 조정을 ‘전쟁 할증’으로 본다. 전쟁이 끝나면 눌려 있던 유가가 내려가고, 물가와 금리 부담이 줄어들며, AI·반도체 랠리가 다시 한 번 폭발할 것이라고 믿는다. 그래서 차라리 당장 리스크를 줄이기보다, 첫 번째 종전 신호에 올라탈 준비를 하며 버티기를 택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악재를 피하는 것보다, 종전 랠리를 놓치는 게 더 두렵다”는 심리다.
하지만 이라크전·우크라이나전을 거치며 우리가 배운 건, “곧 끝난다”는 정치인의 못믿을 말이다.
이란이 내건 종전 조건을 보면, 미국이 정치적 체면을 구기지 않고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조항이 적지 않다. 호르무즈 해협 통제 문제만 해도, 미·이란 양쪽 모두 물러서기 어렵다. 전쟁이 길어질수록 유가와 인플레이션, 금리와 환율에 다시 압력이 걸릴 것은 자명하다.
그래서 “언제 끝나느냐”에 매달리는 조급함이 아니라, “길어질 경우를 전제로 한 버티기 전략”이 필요해 보인다.
한국 경제와 금융시장은 생각보다 탄탄하게 버텨 왔다. 코스피 5000선을 지키는 힘은 전쟁이 아니라 반도체·AI라는 실물 기반에서 나온다. 전쟁 종식은 물론 모두의 염원이다. 그러나 그 염원이 실현되기 전까지 얼마나 더 파도가 올지 모른다. 트럼프의 장밋빛 멘트가 아니라, 이란이 실제로 쥐고 있는 호르무즈의 밸브가 어디로 돌아가고 있는지부터 냉정하게 봐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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