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램 수요 충족률 2027년 말 60% 전망...AI 쏠림에 범용 메모리 공급난 장기화
LG그램 1년 새 100만 원 상승, 갤럭시S26 최대 29만5900원 인상…PS5도 100달러↑
정부, 불용 PC 무상양여 확대·취약계층 지원단가 상향…유통·수급 점검 착수
서울의 한 마트에서 관계자가 노트북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뉴스후플러스
인공지능(AI) 반도체 수요 급증이 촉발한 '칩플레이션'이 일시적 가격 불안을 넘어 글로벌 IT 산업 전반을 흔드는 구조적 변수로 굳어지고 있다.
AI 서버용 고성능 메모리 쏠림이 범용 D램과 낸드플래시 공급 부족을 키우고, 그 여파가 노트북·스마트폰·게임기 가격 급등으로 번지는 흐름이다.
LG전자와 삼성전자 노트북 가격이 1년 새 최대 100만 원 안팎 뛰었고, 갤럭시S26과 PS5까지 줄줄이 인상 대열에 합류했다.
정부도 공공 PC 재활용 확대와 취약계층 지원 강화, 유통 점검에 나서며 대응 수위를 끌어올렸다.
◇ AI 쏠림이 키운 메모리 대란...D램 공급 60% 그칠
닛케이아시아 등 외신과 관련 업계 등에 따르면,
글로벌 메모리 업체들이 공격적 설비 투자에 나서고 있지만 2027년 말까지 D램 수요 대비 공급 충족률은 60% 수준에 머물 것이라는 전망
이 나온다.
시장 수요를 맞추려면 향후 2년간 D램 생산량이 연평균 12% 이상 늘어야 하지만, 실제 공급 증가율은 7~7.5% 수준에 그칠 것이라는 분석도 뒤따랐다.
실제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 메모리 3사는 생산라인 증설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미세공정 특성상 신규 라인이 안정적 양산 체제에 진입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
업계에서는 이르면 2027년, 늦으면 2028년 이후에야 공급 확대 효과가 본격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지난 3월 엔비디아 GTC에서 반도체 웨이퍼 부족이 2030년까지 이어질 가능성을 언급한 배경도 이 지점과 맞닿아 있다.
칩플레이션 장기화의 핵심 배경은 반도체 시장의 AI 쏠림
이다. 글로벌 빅테크가 AI 서버 투자 경쟁에 뛰어들며 HBM 등 고부가 메모리 수요가 급팽창했고, 주요 제조사들은 수익성이 높은 AI용 제품 생산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반면 소비자용 범용 D램과 낸드플래시는 후순위로 밀리며 구조적 공급 공백이 커졌다.
가격 상승 압력은 이미 숫자로 확인된다. 실제로 올해 1분기 D램 가격은 50% 이상, 낸드플래시는 90% 이상 뛰었다. 트렌드포스는 2분기에도 D램 가격이 전 분기 대비 90~95%, 낸드플래시는 55~60% 추가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다.
가트너는 올해 말까지 DRAM과 SSD 가격이 전년 대비 약 130% 오르고, PC 가격은 17%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PC 출하량은 10.4% 감소하고, 500달러 미만 보급형 PC 시장은 2028년까지 사실상 사라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내놨다.
동시에 중
동 사태까지 겹쳤다. 이란 전쟁 이후 국제유가가 오르며 에너지 비용, 원자재 가격, 물류비가 함께 상승
했고, 이미 타이트한 반도체 공급난에 추가 부담을 얹었다. 중동발 에너지 위기가 장기화할 경우 칩플레이션이 단순 부품값 상승을 넘어 전방위 물가 압박으로 번질 가능성도 커졌다.
◇ 노트북·폰·게임기 줄인상...정부, 재활용·지원 확대
메모리 원가 급등은 소비자 완제품 가격 인상으로 직결됐다. LG전자 '그램' 시리즈는 1년 사이 100만 원 가까이 뛰었고, 삼성전자 '갤럭시 북' 시리즈도 모델별로 수십만 원에서 최대 90만 원까지 올랐다.
업계 일각에서는 연말까지 PC 완제품 가격이 20% 이상 추가 상승할 수 있다는 비관적 전망도 내놓고 있다.
스마트폰 시장도 예외가 아니다. 삼성전자 차기작 갤럭시S26 시리즈 출고가는 전작 대비 최대 29만5900원 상승했고, 최고 사양 모델은 250만 원을 넘어섰다.
폴더블폰과 플래그십 전반에 걸쳐 가격 인상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게임기 역시 칩플레이션을 피해가지 못했다. 소니 인터랙티브 엔터테인먼트는 이달 초 PS5 가격을 인상했다. 일반형은 100달러, PS5 프로는 150달러 올랐다. 국내 판매가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지만, 공식 소매점 상당수에서 품절
이 이어지고 있다. 닌텐도도 스위치2 가격 인상 가능성을 열어뒀다. 후루카와 슌타로 닌텐도 사장은 지난 2월 실적 발표에서 우선은 공급망 안정에 집중하겠다는 뜻을 밝혔지만, 가격 급등이 지속되면 대응이 불가피하다는 취지의 입장을 내놨다. 전직 닌텐도 임원 역시 북미 팟캐스트에서 가격 인상이 불가피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에이수스, HP, 델 등 글로벌 PC 업체들 또한 가격 인상을 예고했거나 이미 반영한 상태다.
정부도 대응에 착수했다. 민생물가 특별관리 관계장관 TF는 'PC·노트북 가격 동향 및 대응 방향'을 발표하고, 국가기관 불용 PC의 무상양여 비율을 높여 지방정부 취약계층 지원사업에 활용하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불용 처리된 PC 2만2000대 중 절반 이상은 수리·정비를 거치면 기본 업무용으로 활용 가능한 수준이라는 판단도 내놨다. 다,만 배터리 수명 문제를 고려해 재활용 대상은 데스크톱에 한정하고, 노트북과 태블릿은 제외하기로 했다.
또
취약계층 학생 대상 PC·노트북 구매 지원도 확대
한다. 정부는 추가경정예산 확정 시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증액분 4조8000억 원을 활용해 시도교육청 지원을 늘리고, 최근 가격 상승을 반영해 1인당 지원 단가도 지난해 기준 104만2000원보다 높일 방침이다. 산업통상자원부와 공정거래위원회를 중심으로 D램과 PC·노트북 시장의 유통·수급 상황 점검에도 나선다. 이상 징후가 포착되면 법 위반 여부를 조사해 엄정 조치할 계획이다.
정부는 중동전쟁 관련 물가 대응 방안도 함께 내놨다. 택배비와 이삿짐 운송료 등 배송서비스 가격은 아직 인상되지 않은 것으로 파악했고, 유가연동보조금 확대와 고속도로 통행료 면제 등으로 운송업자 부담을 낮추겠다고 밝혔다. 가정용 비닐, 화장지, 기저귀, 세제, 화장품, 의약품 등 필수 생활용품 가격도 최근까지 안정적이라고 설명했다. 석유제품과 요소·요소수에는 매점매석 금지 고시가 시행 중이며, 필요 시 추가 고시도 검토하기로 했다. 교복은 전수조사를 바탕으로 상반기 중 품목 간소화와 품목별 상한가 추진에 들어간다.
앞서 강기룡 재정경제부 차관보는 3월 소비자물가 상승률 2.2%와 관련해, 석유류 가격이 전년 수준이었다면 1% 후반대로 낮아졌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최고가격제가 없었다면 2.8%까지 올랐을 것이라며 가격 통제 효과를 강조했다. 칩플레이션이 장기화하는 상황에서 정부 대응이 가격 상승 속도를 얼마나 늦출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에 대해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
AI 수요 급증으로 반도체 공급 구조가 근본적으로 바뀌면서 단기간에 수급 불균형이 해소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가격 상승 압력이 이어지는 만큼 취약계층 부담을 완화하고 시장 왜곡을 막는 대응이 병행돼야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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