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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기획특집] 국내 투자 지형 변화 속 엇갈린 '주식'과 '가상화폐' 시장

글로벌 빅테크 기업의 투자 확대와 데이터센터 증설 경쟁 속 커진 고대역폭메모리(HBM)와 인공지능 서버용 반도체 수요가 국내 반도체 기업이 주식시장 강세까지 이어졌다는 관점이다. 국내 정책 변화도 시장 분위기에...

[기획특집] 국내 투자 지형 변화 속 엇갈린 '주식'과 '가상화폐' 시장

2026년 가장 상징적인 국내 금융시장 장면 중 하나는 코스피 8,000 돌파다.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지난 2025년 6월 20일 3,000을 회복한 코스피는 같은 해 10월 4,000선을 상회하고 올해 1월 22일에는 역대 최초로 5,000선을 넘어섰다. 이후 2026년 2월 25일과 5월 6일에 장중 6,000과 7,000도 정복됐다. 8,000은 비교적 최근인 지난 5월 12일 도달했다.

같은 시점, 몇 년 전까지 개인 투자자 자금을 흡수하던 가상화폐(가상자산, 디지털자산) 시장에서는 다소 침울한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한국은행 지급결제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거래소 일평균 거래대금은 2024년 12월 17조 1천억 원에서 2025년 12월 2조 7천억 원으로 급감했다. 1년 만에 6분의 1 토막이 난 상황이다.

경직된 국내 자산 시장 분위기는 개인 투자자의 위험 선호 변화, 금리 환경, 정책 방향, 정보 신뢰도, 인공지능(AI) 산업 성장, 가상화폐 시장 구조 변화가 복합적으로 맞물린 결과라는 해석이 나온다. 단순히 '가상화폐가 망했다'거나 '주식이 이겼다'는 표현으로는 완전히 설명되지 않는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국내 블록체인 시장 전문리서치 업체인 타이거리서치(Tiger Research)는 “올해 1월을 기점으로 가상화폐 거래량과 주식 시장 거래대금 사이에 큰 차이가 발생하기 시작했다”라며 “가상화폐에 대한 관심이 식은 것이 아니라, 투자자들의 선택지가 넓어진 결과로 풀이된다”라고 말했다.

▲ 사진=allstock.wordpress

다만, 지난 2021년과 2022년까지만 해도 비트코인과 알트코인(비트코인 외 나머지 가상화폐) 중심의 고위험·고수익 투자에 집중했던 국내 투자자들이 최근에는 기업 실적, 현금흐름, 정책 수혜 가능성 등을 우선적으로 따지는 방향으로 투자 성향을 바꾸고 있다는 점은 주목할 만한 변화로 평가된다.

국내 자본시장, ‘주식 중심 재편’ 가속

최근 국내 증권시장 상승을 주도한 핵심 축은 반도체와 인공지능 관련 대형주다. 과거 ‘무거운 주식’으로 분류됐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의 기업은 현재 시장에서 성장성과 안정성을 동시에 갖춘 종목으로 재평가 받고 있다.

전문가들은 글로벌 인공지능 산업 확대를 국내 증시 분위기 변화 촉매제로 꼽고 있다. 글로벌 빅테크 기업의 투자 확대와 데이터센터 증설 경쟁 속 커진 고대역폭메모리(HBM)와 인공지능 서버용 반도체 수요가 국내 반도체 기업이 주식시장 강세까지 이어졌다는 관점이다.

국내 정책 변화도 시장 분위기에 영향을 미친 요소로 언급되고 있다. 이재명 정부는 기업 ‘밸류업(Value-up)’ 정책을 통해 기업 배당 확대와 자사주 소각 등을 유도하며 ‘코리아 디스카운트’ 완화를 추진하고 있다. 정부의 체질 개선 움직임에 미국 골드만삭스(Goldman Sachs) 투자은행은 코스피 전망치를 9,000으로 제시하기도 했다.

▲ 지난 2025년 5월 이후 코스피 변화 추이(사진=네이버)

정부의 ‘밸류업’ 정책 추진은 개인 투자자들의 투자 심리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과거에는 단기 가격 급등 자체가 투자 매력으로 작용했다면, 최근에는 우량 기업을 장기 보유하는 전략이 오히려 더 안정적이라는 인식이 확산되는 양상이다.

투자 업계 일각에서는 중산층 투자자들의 자금 이동에 집중하고 있다. 고금리, 경기 둔화, 글로벌 지정학적 분쟁 우려가 이어지는 환경에서 중산층 투자자들이 지나치게 높은 변동성을 감수하기보다, 실적이 검증된 기업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재편하는 것을 선호하고 있다는 의견이다.

가상화폐 시장 둔화는 쇠퇴인가, 성숙인가

반면, 국내 가상화폐 시장에서는 최근 몇 년 사이 투자자 피로도가 빠르게 높아졌다. 미국 기준금리 인상과 글로벌 유동성 축소에 고위험 자산 선호 현상이 약화됐고, ‘테라·루나’ 블록체인 프로젝트 붕괴 사태와 ‘에프티엑스(FTX)’ 글로벌 가상화폐 거래소 파산 사건 등이 이어지며 시장 신뢰에 균열이 갔기 때문이다.

과거 가상화폐 시장 광풍을 일으킨 요소는 주식시장의 ‘섹터’로 표현할 수 있는 ‘서사(내러티브)’였다. 탈중앙화금융(DeFi), 대체불가토큰(NFT), 메타버스, 웹3(Web3) 등 새로운 가상화폐 ‘서사’가 등장할 때마다 관련 프로젝트 시세가 급등하는 흐름이 반복됐다. 실제 기술 수준이나 안정적인 수익 구조보다 ‘미래 산업이 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투자 열기를 키운 것이었다.

▲ 사진=foto.wuestenigel

그러나 기대감만으로 움직이는 ‘서사’는 오래 지속되지 못했다. 실질적인 수익 모델이나 기술 완성도보다 다음에 유행할 ‘서사’를 좇는 투자가 반복되며 가상화폐 시장 변동성은 커졌고, 일부 부실 블록체인 프로젝트와 사기성 토큰에 투자 심리가 위축되기도 했다.

변화한 시장 구조도 가상화폐 시장 둔화에 일조하고 있다. 지난 2024년 미국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승인 이후 글로벌 가상화폐 시장은 기관을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으며, 알트코인 시장은 ‘거래량 감소’ 및 ‘선별적 자금 유입’ 현상을 마주하고 있다.

다만, 가상화폐 업계에서는 현재 시장 흐름을 쇠퇴로 인식하기에는 어렵다는 반론도 존재한다. 최근 추세는 과거 과열 국면이 정리되는 과정으로 오히려 산업 구조가 성숙 단계로 이동하고 있다는 시각이다.

독일 주요 은행사인 도이체방크(Deutsch Bank)는 자체 보고서를 통해 “현재 비트코인은 신념 중심의 시세 상승을 넘어 제도권 자본과 규제적 지지 확보 가능성을 시험받고 있다”라며 “장기적 관점에서 올해 비트코인 시장 약세는 지난 2년간 축적된 고도의 투기적 상승분이 되돌려지는 과정이다”라고 말했다.

▲ 지난 2025년 5월 이후 비트코인 시세 변화 추이(사진=업비트)

달라진 2030 투자 성향 ‘변동성’보다 ‘안정성’ 선택

최근 투자 흐름에서 눈에 띄는 또 다른 특징은 2030 세대의 달라진 투자 성향이다. 자본시장에서는 높은 변동성을 감수하더라도 단기간 수익률을 추구하던 2030 세대 투자자들이 인생 계획 수립 과정에서 보다 안정적인 선택을 하고 있다는 진단이다.

하나은행 산하 하나금융연구소는 ‘대한민국 금융소비자 보고서 2025’에서 “결혼의향자는 주택 자금 및 투자 종잣돈 마련 등 목적형 저축 의향이 높고 적금뿐 아니라 주식, 상장지수펀드 등 직접투자에 더 적극적이었다”라며 “동년배라 하더라도 삶의 이벤트에서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금융니즈가 달라지고 있다”라고 말했다.

한국은행 역시 최근 국내 증시 참여층 변화 현상을 조명했다. 한국은행 조사국은 지난 7일 발표한 ‘우리나라의 주식 자산효과에 대한 평가’ 보고서에서 인공지능 산업 성장과 증시 상승 흐름 속에서 청년층과 중저소득층의 주식시장 참여가 확대되고 있다고 알렸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25년 주식시장에 유입된 청년층 투자자 규모는 2019년과 비교해 5.5% 늘었다. 한국은행 조사국은 최근 주식시장에 유입된 청년층은 자산 가격 상승(자산효과)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계층인 만큼, 향후 경제 전반의 소비 활성화에도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반면, 증시 급락 시에는 소비와 투자 심리가 동시에 위축되는 ‘역(逆)자산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특히 신용융자 등 레버리지(차입) 투자 비중이 확대된 상태에서는 자산 가격 하락과 채무 부담 증가가 동시에 나타나며 경기 전반의 하방 압력을 키울 수 있다는 것이 한국은행 조사국의 지적이다.

‘서사’에서 ‘검증’으로 변화하는 자본시장 진입 기준

현시점 자본시장 자금 이동은 주식과 가상화폐의 승패 구도로 설명되기보다, 투자자들이 더 보수적이고 검증 가능한 자산을 선호하고 있음을 나타내는 것으로 읽힌다. 단순 ‘서사’보다 실체를, 기대감보다 지속 가능성을 더 엄격하게 따지는 국면으로 들어서고 있음을 시사한다는 견해다.

국내 증권시장은 중단기적으로 우호적인 구조를 유지할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반도체 슈퍼사이클의 동력이 단기에 꺾이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미국 제이피모건(J.P.Morgan) 투자은행의 경우 이달 발간한 ‘한국 주식 전략(Korea Equity Strategy)’ 보고서에서 약세, 기본, 강세 시나리오에서의 코스피 목표치를 각각 6,000, 9,000, 1만으로 잡았다.

가상화폐 시장의 경우 약세 속 무조건적인 쇠퇴보다는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와 스테이블코인(현금성 가상화폐), 실물연계자산(RWA) 등 제도권과 연결 가능한 영역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 시장 경쟁력이 실제 활용성과 규제 적응력, 현금흐름 창출 가능성 여부에 의해 결정되고 있는 상황이다.

▲ 사진=셔터스톡

국내 증시와 가상화폐 시장의 구조 재편은 ‘검증 가능한 것에 자금을 배분한다’는 공통점을 갖는다. 반면, ‘서사’로 유지되는 알트코인이나, 실적 근거 없이 요동치는 인공지능 테마 주식 종목은 투자자 신뢰를 얻기 어려워지고 있다.

타이거리서치는 “현재 국내 가상화폐 시장 전환은 건강한 변화로 보인다”라며 “약세장 속 개인이 떠난 자리에 빠르게 착석 중인 기관이 다음 국내 가상화폐 시장 국면을 결정할 것이다”라고 전했다.

현재 국내 금융시장은 자본 흐름 자체가 바뀌는 전환기를 맞고 있다. 향후 글로벌 유동성 확대와 위험자산 선호 심리 회복이 나타날 경우, 고위험·고수익 중심의 투자 흐름이 강화될 가능성은 여전히 존재한다. 다만 주식과 가상화폐 시장이 서로 자금을 빼앗기보다는, 상호보완적인 방향으로 재편될 수 있을지 이목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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