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헬륨부터 석화 나프타까지…첨단·전자 산업 필수 소재 공급망 '비상'
한국석유공사 서산 비축기지 전경. 사진=한국석유공사
매일일보 = 권선형 기자
|
미·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이후 중동 에너지 시설 피해와 호르무즈 해협의 상업 통항이 사실상 중단됨에 따라 한국 경제가 에너지 공급망 위기에 직면했다.
반도체 산업도 영향권에 들었다. 한국은 반도체 웨이퍼 식각 및 냉각에 활용되는 헬륨 수입의 1.2%를 중동에 의존하고 있다. 헬륨은 카타르의 LNG 생산 과정에서 회수되는 부산물로 이번 사태로 카타르 라스라판 플랜트 가동이 중단되면서 공급망 리스크가 발생했다. 헬륨은 수입 규모 자체는 크지 않으나 대체 공급선 전환에 제약이 있어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첨단 공정 라인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컴퓨터, 전자 및 광학기기 산업은 에너지 가격 상승에 따른 직접적인 생산비 증가뿐만 아니라 제품 생산에 필수적인 각종 중간재 공급망이 흔들리고 있다. 석유화학 밸류체인의 최상류 원료인 나프타(중동 의존도 44.7%) 수급 불안은 합성수지 및 플라스틱 등 후방 제품의 생산비용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다. 산업연구원에 따르면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3개월 이상 지속되는 장기화 단계(S3)에서 이들 산업의 직접적인 생산비 상승률은 3.72%로 추정되나 물류 차질 등에 따른 간접 영향까지 고려하면 실제 타격은 이를 상회할 것으로 보인다.
철강, 유리, 제지 등 에너지 집약 업종은 산업용 전기료와 가스료 인상 압박을 직접적으로 받고 있다. 특히 비료 원료인 무수암모니아(중동 의존도 42.9%)와 경유 배출가스 저감장치에 쓰이는 요소(중동 의존도 21.7%)의 공급 불안은 농업 생산비 상승과 물류 차질 리스크를 야기하고 있다.
1차 금속 및 비금속광물 업종은 에너지를 직접 투입하는 동시에 에너지 집약 공정을 운영하기 때문에 가격 충격에 취약한 상황이다. 여기에 자동차와 건설 부문의 핵심 소재인 알루미늄괴와 산업 설비 가동에 필수적인 윤활기유(중동 의존도 30.1%)도 공급선 전환에 시간이 소요돼 조달 차질 시 운영 비용을 대폭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자동차(운송장비) 산업은 유가 상승에 따른 물류비용 상승과 원자재 조달 차질로 생산 단가 상승 압력을 받고 있다. 호르무즈 장기 봉쇄(S3) 단계에서 자동차 산업의 생산비 상승률은 5.05%에 달할 것으로 예측된다. 특히 경유 가격 상승으로 인해 도로화물운송(8.2%) 비용이 급증하면서 부품 협력사들의 수급망에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자금력이 부족한 중소 부품사들은 원가 상승분을 납품가에 반영하지 못해 경영난이 심화될 우려가 있다.
철강 및 1차 금속 산업은 에너지 가격 상승의 파급 효과가 뚜렷하게 나타나는 분야다. 호르무즈 장기 봉쇄 시 1차 금속 제품의 전체 생산비는 8.92% 상승할 전망이다. 또한 이란의 선박 공격 위협으로 인해 전쟁위험 보험료가 선체 가치의 2~3% 수준으로 고착화될 가능성이 커지면서 해상 운송을 이용하는 수출 기업들의 물류비 부담은 더 클 것으로 우려된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의 중동발 에너지 수급 불안은 국제 유가와 LNG 가격 상승에 따른 산업계의 생산 비용 부담을 가중시키는 구조적 리스크”라며 “현재의 위기를 우리 산업의 에너지 효율을 개선하고 공급망 관리 체계를 고도화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트윗하기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