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천시청 전경/사진제공=이천시
이천시가 3,500억 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하며 외형 성장을 내세웠지만, 그 이면에는 특정 기업 의존과 일회성 재원 확대에 따른 ‘재정 착시’ 우려가 뚜렷하게 드러났다.
이천시가 시의회에 제출한 2026년도 제1회 추가경정예산안은 본예산 1조 3,506억 원에서 1조 7,059억 원으로 3,553억 원 증가했다.
일반회계는 2,919억 원 늘며 24.25% 증가했고, 공기업 특별회계와 기타 특별회계도 각각 26.5%, 81.95% 확대됐다. 외형만 보면 ‘공격적 재정 확대’다.
세입 구조를 들여다보면 성장의 기반은 취약하다.
지방세 수입은 8,081억 원으로 2,000억 원 증가했는데, 이는 SK하이닉스 실적 호조에 크게 의존한 결과다. 해당 기업에서만 약 4,730억 원의 세수가 확보됐다. 단일 기업 의존도가 높아질수록 재정 안정성은 반대로 낮아진다.
더 큰 문제는 내부 재원 의존이다. 보전 수입 등 내부거래는 200억 원에서 942억 원으로 371% 급증했다. 잉여금과 이월금, 전입금 등 일회성 재원이 급증했다는 의미다.
이는 재정 여력이 확대됐다기보다, 미래 재원을 앞당겨 쓰는 모양에 가깝다. 체질 개선 없이 반복 될 경우 재정 건전성 악화는 불가피하다.
세출 역시 단기 성과 중심 편성이 두드러진다. 교통·물류와 산업, 공공행정 분야 예산이 큰 폭으로 증가했고, 문화·관광과 농림 분야도 확대됐다.
반면 재난과 위기 대응을 위한 예비비는 119억 원에서 86억 원으로 27% 줄었다. 글로벌 경제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오히려 대응 여력을 축소한 셈이다.
최근 중동 지역 긴장 고조와 원자재 가격 변동, 금융시장 불안 등 외부 변수는 확대되는 추세다. 수출 의존도가 높은 지역 특성을 고려하면 세입 변동성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특히 공공체육시설과 공공청사 등 시설투자 비중 확대는 ‘보여주기식 행정’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건설 중심 사업은 단기간 성과를 드러내기 쉽지만, 이후 유지·관리 비용은 지속적으로 재정을 압박한다. 수요 검증 없이 공급을 늘릴 경우 ‘유휴 시설’로 전락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외부 환경은 녹록지 않다. 중동 지역 긴장 고조와 글로벌 공급망 불안, 원자재 가격 상승 등으로 세계 경제의 변동성이 커지고 있다.
반도체 경기 역시 사이클 산업 특성상 급격한 하락 가능성이 상존한다. 반도체 의존도가 높은 이천시는 세수 변동 위험에 그대로 노출되어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이번 추경은 지역화폐 지원, 소상공인 특례보증, 생활 인프라 개선 등 민생 회복 사업을 포함했다. 필요성과 긴급성은 인정된다. 그러나 재정의 양적 확대가 곧 질적 개선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전문가들은 호황기에 확보된 세수를 단기 지출로 소진하기보다 별도 기금으로 관리해 장기 투자 재원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동시에 공공시설 사업은 ‘건설 중심’에서 ‘운영 중심’으로, ‘공급 중심’에서 ‘수요 중심’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번 추경은 이천시 재정의 현주소를 드러낸다. 숫자는 늘었지만 기반은 약하다. 지금 필요한 것은 확장이 아니라 선택과 집중, 그리고 구조 개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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