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사회

[기자수첩] 화려한 AI 기술 경쟁의 이면, 유통의 진짜 무기는 '소통'

최근 국내 유통업계를 관통하는 가장 뜨거운 화두는 단연 인공지능(AI)을 필두로 한 첨단 기술과의 접목이다. 마치 IT 회사들에게서 볼법한 기술 경쟁 시스템이 유통사들 사이에도 번지고 있는 모양새다. 유통사들은...

[기자수첩] 화려한 AI 기술 경쟁의 이면, 유통의 진짜 무기는 '소통'

최근 국내 유통업계를 관통하는 가장 뜨거운 화두는 단연 인공지능(AI)을 필두로 한 첨단 기술과의 접목이다. 마치 IT 회사들에게서 볼법한 기술 경쟁 시스템이 유통사들 사이에도 번지고 있는 모양새다. 유통사들은 저마다의 첨단 기술력을 과시하며 미래 커머스 시장 선점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신세계그룹은 최근 챗GPT 개발사인 글로벌 기업 오픈AI와 손잡고 대화형 인터페이스 기반의 완결형 커머스 생태계 구축을 선언했다. 이를 안정적으로 구동하기 위해 초대형 AI 전용 데이터센터 건립까지 추진하는 등, 전통적인 유통 강자의 모습을 넘어 테크 기업으로의 체질 개선을 시도하고 있다.

표면적인 행보만 놓고 보면, AI라는 거대한 기술을 활용한 알고리즘과 데이터가 유통 시장을 지배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좀더 깊게 들여다보자. 유통업계가 AI 및 기술에 집중하는 이유는 고객과의 밀접한 소통을 위함이다. 어떻게든 효율적으로 초개인화를 통한 고객과의 밀착 접촉을 지향점으로 달려가고 있는 것이다.

11번가가 라이브 방송 시청자들에게 친근한 애칭을 붙여 부르고, 실시간 댓글을 통해 그날의 저녁 메뉴 고민을 함께 나누는 모습을 보며 이런 생각은 더욱 확신이 든다. 과거 동네 마트나 전통 시장에서 상인과 손님이 안부를 묻고 정을 나누며 찬거리를 고르던 풍경을, 기술을 통해 온라인에서 그대로 재현하는 것, 결국은 소통이 본질인 것이다.

클릭 몇 번이면 다음 날 새벽에 문 앞으로 물건이 도착하는 시대임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여전히 누군가와 대화하고 추천을 받으며 쇼핑의 즐거움을 누리기를 원하고 있다. 유통에서 기술은, 산업의 본질을 바꾸는 것이 아니다. 결국 기술은 사람을 연결하는 소통창구의 역할을 담당하게 될 것이다.

신세계그룹이 준비하는 AI 쇼핑 에이전트는 이 점을 놓치지 않은 듯 보인다. 대화창을 통해 내일 저녁 가족 식사 메뉴를 부탁하면 알아서 식재료를 장바구니에 담아주는 시스템은, 내 가치와 취향을 알아주고 가족들의 정보까지도 세심하게 파악하고 있는 따뜻한 비서의 역할을 자처한다. 단순히 추천만을 일삼는 차가운 알고리즘이 아닌, 기술로 소통을 이뤄내고 있는 것이다.

유통업계는 아무리 시대가 변하고 플랫폼이 진화하더라도 유통업의 본질은 사람을 향해야 한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아무리 뛰어난 기술력과 화려한 라이브 방송 인프라를 구축했더라도, 그것이 고객의 일상적인 고민에 공감하고 마음을 움직이는 정서적 교감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면 그 기술은 모래성에 불과할 것이다.

앞으로의 유통 시장 패권은 단순히 고도화된 기술력을 먼저 확보한 기업이 아니라, 그 기술의 온도를 사람의 체온에 가장 가깝게 맞출 수 있는 기업이 쥐게 될 것이다. 유통 기업들 중 차가운 AI에 따뜻한 사람의 온기를 누가 잘 입히느냐에 따라 미래의 패권이 달라질 것이다.

이소라 기자 sora@techm.kr

이 기사 공유하기
페이스북X

이 기사를 추천합니다

i

댓글

0

후 댓글을 작성할 수 있습니다.

아직 댓글이 없습니다 이 기사에 첫 의견을 남겨보세요.

댓글 수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