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상호 함양군 부군수
함양군은 지리산과 덕유산이라는 거대한 산악 지형 사이에 위치해 산림 면적 비율이 매우 높은 지역이다. 특히 봄철에는 건조한 대기와 강한 바람이 맞물리면서 대형 산불 발생 위험이 크게 높아지는 시기이기도 하다. 산불의 확산 속도와 피해 규모는 무엇보다 기상 조건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
첫째, 봄철 실효습도가 35% 이하로 떨어지면 작은 불씨에도 쉽게 발화할 수 있는 조건이 형성된다. 둘째, 봄철 ‘양간지풍’과 유사한 국지적 강풍은 비산화(불똥이 날아가는 현상)를 유발해 방화선을 무력화시키기도 한다. 셋째, 통계적으로 봄철 산불의 60% 이상이 입산자 실화나 논·밭두렁 소각 등 인위적 요인으로 발생한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다.
함양군은 지리산 국립공원과 인접 지역이 많아 경사가 급해 상승기류 형성이 유리하고 소나무 위주의 단순림이 넓게 분포 돼 있어 확산 위험도 크다는 지형적 취약점도 안고 있다. 또 복잡한 계곡 지형은 낮 시간대 산 정상 방향으로 강한 상승풍을 만들어 산불발생시 진화 인력의 접근을 어렵게 하고 확산을 가속화하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이러한 함양군의 지형적 특성과 취약성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대응 전략이 필요하다.
첫째, 산불 확산 예측 모델을 구축해야 한다. 인공지능(AI) 기반 지능형 CCTV와 열화상 드론을 활용한 ICT 기반 정밀 모니터링 체계를 구축하고, 수치지형도와 실시간 풍향 데이터를 결합해 산불 발생 시 확산 경로를 시뮬레이션함으로써 보다 과학적인 방어선 구축이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 둘째, 내화 수림대를 조성해야 한다. 침엽수림 사이에 불에 강한 활엽수를 식재해 자연적인 방화벽을 형성하고, 민가나 사찰 주변에는 함수율이 높은 수종을 배치해 화재 확산 속도를 늦추는 전략이 필요하다. 셋째, 지형 맞춤형 산불 대응 인프라 확충이 필요하다. 함양군과 같은 험준한 산악 지형에서는 헬기 진화가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가뭄 시에도 활용할 수 있는 내륙형 취수장(산불 소화시설)을 전략적 요충지에 추가 설치하고, 대형 소방차 진입이 어려운 고지대를 위해 산불 전문 예방진화대가 활용할 수 있는 고압 수관 장비의 현대화도 병행돼야 한다. 넷째, 소각 행위의 제도적 차단이 필요하다. 농산 폐기물을 태우는 대신 ‘찾아가는 파쇄 서비스’를 확대 운영함으로써 산불의 주요 발화 원인을 사전에 제거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함양군은 지난 2월 21일 발생한 대형 산불로 약 234ha의 산림이 피해를 입는 어려움을 겪었다. 지상 진화대의 접근이 쉽지 않은 상황이었지만, 44시간에 걸친 사투 끝에 인명 피해 없이 주불 진화에 성공할 수 있었다. 이러한 성과는 단순히 인력에만 의존한 결과가 아니라, AI 기반 지능형 CCTV와 열화상 드론 등 ICT 기반 정밀 모니터링 체계를 구축하고 수치지형도와 실시간 풍향 데이터를 결합해 산불 확산 경로를 예측하는 등 첨단 장비와 과학적 대응 체계를 선제적으로 도입한 결과라고 생각한다.
이제는 단순한 감시와 진화 중심의 대응을 넘어, 함양군의 지형과 기상 특성을 반영한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산불 예방 시스템을 구축해야 할 때다. 아울러 군민 모두가 경각심을 갖고 산불 예방에 동참할 때, 비로소 안전한 산림과 지속 가능한 함양의 미래를 지켜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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