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정치

[기고]한국군이 ‘합동성 2단계 후진 군대’라 사관학교 통합 필요하다고 왜곡하는 국방부…“실제는 4단계”

지난 8월26일 국방부 주최 ‘국군사관학교 창설’ 공청회에서 국방부측은 ‘국군사관학교 창설 비전’ 자료에서 ‘한미 합동성 수준의 격차’ 자료에서 미군은 5단계 수준인데 우리 군은 2단계 수준이라고 주장했다.

한국군 합동성 5단계 중 30년 전 2단계 돌파…5단계 갖춘 나라는 미군이 유일

“생도 때부터 학교를 따로 다녀 자군·타군 소리를 하니 합동성이 안 된다는 건 궤변”

“3조 원짜리 토목공사로 사관학교 허무는 것은 개혁이 아닌 명백한 안보 자해행위”

지난 8월26일 국방부 주최 ‘국군사관학교 창설’ 공청회에서 국방부측은 ‘국군사관학교 창설 비전’ 자료에서 ‘한미 합동성 수준의 격차’ 자료에서 미군은 5단계 수준인데 우리 군은 2단계 수준이라고 주장했다. 출처 국방부 ‘국군사관학교 창설 비전’ 자료 11쪽

국방부 국군사관학교 창설 추진 측(이하 국방부)의 논리 비약이 도를 넘었다. 지난 8월 26일 공청회에서 이들이 3군 사관학교를 대전 자운대로 통합하겠다며 내놓은 자료는 수준 이하였다. 국방부측은 “미군은 지상·해상·공중·우주·사이버가 융합된 5단계 교차영역 시너지를 내는 데, 대한민국 국군의 합동성은 고작 2단계인 협조(Coordinated) 수준에 불과하다”며 자군을 후진 군대로 낙인찍었다. 과연 그럴까?

국방부는 우리 군을 “각 군이 개별 역량을 중심으로 운용하면서 필요한 범위 내에서 협조하는 2단계”라고 규정했다. 그러나 이는 우리 군의 합참 중심 단일 지휘구조와 한미연합 지휘통제체계를 완전히 무시한 궤변에 불과하다.

만약 우리 군이 고작 2단계 수준이라면, 전방 군단장이나 사단장이 공군 CAS(근접항공지원)를 요청할 때 공군본부에 공문 보내서 협조를 구해야 한다는 소리인데 이는 1970년대 이전의 이야기다.

국방부가 내세운 한국군 합동성 2단계 낙인의 이유는 더욱 기가 차다. “사관학교 시절부터 각 군 정체성이 강조되고 쓰는 언어가 달라 합동성이 안 된다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심지어 사관학교 통합을 옹호하는 일부 군 고위 관계자들조차 기고를 통해 “중·소령급 장교들이 10년 이상 자군 문화에 젖어 자군·타군이라는 언어적 경계를 쓰고, 전력발전 과정에서 자군중심주의적 이익을 추구해 높은 수준의 합동성을 갖추게 하기 어려웠다”며 합동성 부재의 책임을 엉뚱하게 장교들의 언어 습관과 사관학교 분립 탓으로 돌리는 경향이 발견된다.

상급제대 합동 교육과 실전 교리 발전의 제도적 한계는 외면한 채, 야전 장교들이 쓰는 단어가 다르고 각군 이기주의 때문에 우리 군이 합동성 2단계라니 어이없다. 국방을 책임진 당국자들의 입에서 나올 소리가 아니다.

미군은 합동성 5단계 수준에 도달한 유일한 국가이지만 미 웨스트포인트(육사)는 사관생도들에게 철저한 소대장급 전투지휘관 양성체계를 교육하고 있다. 오상봉 예비역 대령 AI 그림

1. 합동성의 진짜 척도는 언어 습관이 아니라 제도와 C4I 인프라다

군사학에서 말하는 ‘합동성(Jointness)’은 생도 시절 한솥밥을 먹으며 생기는 정서적 친목이나 말씨의 통일을 일컫는 게 아니다. 합동성은 군령권이라는 엄정한 지휘체계 아래, 각 군의 첨단 무기체계와 전술이 톱니바퀴처럼 연동되는 고도의 작전 수행 체계를 말한다.

국방부가 왜곡한 잣대를 걷어내고, 제도와 인프라에 기초한 객관적 5단계를 살펴보자.

1단계는 ‘물리적 경계 분리(Deconfliction)다. 지도에 금 긋고 고도 나눠 “몇 시부터 몇 시까지는 포병 쏘지 마라, 비행기 지나간다”며 오인사격만 피하는 원시적 수준이다.

2단계는 ‘제도적·법령적 통합(Institutional Jointness)’이다. 법령(국군조직법 등)으로 단일 합참의장의 작전지휘권·군령권이 확립되고, 3군 통합 군사교리와 지휘기구가 제도화된 수준을 일컫는다.

3단계는 ‘지휘통제 C4I 네트워크 통합(Systemic Jointness)’을 일컫는다. 육·해·공군의 전술 통신망과 레이더망이 단일망으로 묶여 실시간 전장 상황 공유(COP)와 전술데이터링크(Link-16· KJCCS)가 완성된 수준이다.

4단계는 ‘센서-슈터 연동 합동 타격체계(Operational Synergy / Kill Web)’의 높은 수준이다. 탐지 자산이 식별한 표적을 합참의 자동 표적할당 알고리즘(JFOS-K)으로 최적의 타격 자산에 연결해 실시간 타격하는 킬체인(Kill Chain·발사 전 타격) 수준이다.

마지막 5단계는 ‘전 지구적 다영역 실전 투사(Cross-Domain Operations)’ 를 일컫는다. 독자 군사위성군, 전 지구적 전략폭격·항모전단, 사이버·전자전을 갖추고 전면전·국지전 등 수많은 실전을 통해 검증된 완성형 단계다. 5단계를 갖춘 나라는 현재 미군이 유일하다.

오상봉 예비역 육군 대령. 前 삼성반도체 예비군 여단장·육군 신지식인 . 오상봉 예비역 대령 제공

2. 대한민국 국군은 이미 4단계(합동 시너지)에 도달해 있다

우리 군은 1990년 8·18 국방개혁을 통해 3군 본부 위에 합참 중심 단일 군령체계를 세우며 30여 년 전에 2단계를 돌파했다.

현재 우리 군은 전방 군단, 해군 함대사, 공군 중앙방공통제소(MCRC)가 단일 C4I망(KJCCS·Link-16)으로 0.1초 단위로 연동되는 3단계를 완벽히 가동 중이다. 나아가 이지스함과 조기경보통제기가 탐지한 적 미사일을 합참의 결심 알고리즘을 거쳐 육군의 현무, 해군의 함대지, 공군의 F-35A가 즉각 타격하는 실시간 킬체인(4단계)을 실전 운용하고 있다. 매년 을지 자유의 방패(UFS·Ulchi Freedom Shield) 연합연습과 호국훈련을 통해 이를 철저히 검증하고 있다.

국방부는 우리 군의 합동성 수준이 5단계라 중 2단계라고 주장한다. 이는 국방부의 심각한 현실왜곡으로 한국군은 30년 전 2단계를 돌파했으며 현재 4단계 수준에 올랐다. 오상봉 예비역 대령 AI 그림

우리 군과 미군의 차이는 전 세계를 무대로 하는 글로벌 우주·전략 자산의 규모와 피를 흘려본 실전 경험의 차이일 뿐이다. 전차, 함정, 전투기가 전장 환경에 맞춰 다른 용어를 쓴다고 해서 2단계라 격하하는 것은, 외과의사와 마취과 의사가 쓰는 전문용어가 다르다고 수술실 합동 작전이 불가능하다고 우기는 식의 궤변에 불과하다.

3. 합동군사대학의 한계를 왜 사관학교 탓으로 돌리는가

국방부에 묻는다. 우리 장교들이 합동성을 발휘하지 못한 진짜 이유가 무엇인지 아는가?

대한민국 국군은 이미 합참의장을 정점으로 지상작전사령부(지작사), 해군작전사령부(해작사), 공군작전사령부(공작사)가 단일 지휘통제망(KJCCS) 아래 0.1초 단위로 묶여 실시간 합동작전을 펴는 군대다. 군사 선진국 역시 10~15년간 자군 작전을 마스터한 영관급 장교들을 모아, 이러한 작전사령부급 지휘통제망과 교리를 바탕으로 합동작전을 훈련시킨다. 자군의 전문성이 완성돼야 진정한 합동성도 꽃피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리 합동군사대학교의 현실은 어떠한가? 지작사·해작사·공작사의 실전 전력을 유기적으로 엮어낼 정밀 시뮬레이션과 심층 교리는 충분히 발전시키지 못한 채 관념적인 강의 중심에 머물러 있다. 그래놓고 이제 와서 “생도 때부터 학교를 따로 다녀 자군·타군 소리를 하니 합동성이 안 된다”며 책임을 20대 생도들에게 떠넘기고 있는 현실은 서글프기조차 하다.

10년 넘게 복무한 베테랑 영관장교도 소화하기 어려운 모호한 개념을, 군사학의 기초도 모르는 스무 살 1·2학년 생도에게 주입하겠다는 발상이 가당키나 한 것인가?

사관학교 4년은 일반 대학 학위 공부에 각 군 기초훈련, 24시간 내무생활, 군인정신 함양만으로도 벅찬 시간이다. 걸음마도 떼기 전에 마라톤을 가르칠 수는 없다. 기초 전투기술과 바다·하늘의 감각도 익히지 못한 생도들에게 섣부른 통합을 강요하면, 지상 기동도, 조함도, 비행도 못 하는 이솝우화 속 ‘박쥐 장교’만 양산될 뿐이다.

미국, 중국, 러시아, 북한 어느 나라도 초급장교를 한데 모아 가르치지 않는다. 세계 최강 미 육사는 오히려 교양을 줄이고 흙먼지 날리는 소부대 야전 전투 훈련을 늘려왔다.

국방부는 지작사·해작사·공작사의 킬체인과 지휘통제망을 갖춘 우리 군의 위상을 스스로 깎아내리는 자의적 평가를 멈춰야 한다. 영관급 교육 혁신과 네트워크 고도화로 풀 문제를 핑계 삼아 3조 원짜리 토목공사로 장교양성의 토대인 사관학교를 허무는 것은 개혁이 아닌 명백한 안보 자해 행위다. 국가 안보의 미래를 위해 지금 가장 필요한 것은 정치적 통폐합이 아니라 군종별 고유 전문성의 확립이다.

오상봉 예비역 육군 대령. 前 삼성반도체 예비군 여단장·육군 신지식인

정충신 선임기자

이 기사 공유하기
페이스북X

이 기사를 추천합니다

i

댓글

0

후 댓글을 작성할 수 있습니다.

아직 댓글이 없습니다 이 기사에 첫 의견을 남겨보세요.

댓글 수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