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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기고]北 DMZ 지뢰도발, ‘MDL 불분명’ 은 핑계… “국가자위권’ 차원에서 영토 회복 조치해야”

서부전선 비무장지대(DMZ) 내 불법 지뢰 매설 사건 주범이 북한군임이 명백해진 가운데, 국방부 장관이 공언한 “상응한 조치”의 실체를 두고 군 안팎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MDL 이남 지뢰설치 영토침범 방치, 명백한 군 수뇌부 직무유기

우발적 접적 사고 아닌 국가 영토와 주권 침탈당한 중대 사태

군사적 마찰 두려워 적 영토 잠식 묵인 소극적 대응이 평화 안줘

북한이 서부전선 군사분계선(MDL) 남쪽 우리 영토에 몰래 매설한 수지반보병지뢰(플라스틱 대인지뢰). 지난 29일 현장조사 시 폭발현장 인근에서 발견됐다. 합동참모본부 제공

서부전선 비무장지대(DMZ) 내 불법 지뢰 매설 사건 주범이 북한군임이 명백해진 가운데, 국방부 장관이 공언한 “상응한 조치”의 실체를 두고 군 안팎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그러나 군 안팎에서는 “군사분계선(MDL)이 불분명하다”거나 “북한이 자기네 땅인 줄 알고 묻었을 가능성이 있다”는 해괴한 소리까지 흘러나오며 은근슬쩍 책임을 회피하려는 기미가 엿보인다.

이제 와서 MDL이 불명확하다는 핑계를 대는 군의 비겁함에 분노를 금할 수 없다. 그렇다면 그동안 우리 군은 전 전선에서 무엇을 보고 적이 월선할 때 경고방송-경고사격-조준사격을 해왔단 말인가? 수풀에 가려 표지판이 안 보이면 좌우 가시지역 표지판을 연결해 선을 긋는 것이 현장의 기본 상식 아닌가.

북한군 서부전선 DMZ 지뢰도발. 현장의 진실과 군의 직무유기에 대한 설명. 오상봉 예비역 대령 제공

작전처에 근무할 때 겪은 일이다. 아군 GP(전방초소) 전방에 과거 땅굴 시추 작업을 위해 설치해 둔 추진철책이 있었다. 그곳 역시 북한군 초소에서는 직접 보이지 않는 사각지대였다. 그런데 어느 날 북한군 2명이 흰색 천을 흔들며 아군 철책 바로 앞까지 거침없이 접근해 왔다. 아군 초소의 즉각적인 조준사격을 피하기 위해 기만 신호를 쓴 것인데, 처음에는 귀순자인 줄 알고 상황보고를 올리는 소동까지 벌어졌다. 그러나 그들이 다가와 한 짓은 철책을 흔들며 항의하는 것이었다.

“이 철책선이 MDL을 침범했으니 당장 철거하라”는 것이었다. 알고 보니 3년 전 그 철책 공사를 지휘했던 아군 대대장이 사석에서 술만 마시면 “내가 DMZ 표지판을 북쪽으로 옮겨 영토를 넓혀놓았다”고 자랑하곤 했는데, 그 첩보가 북측으로 흘러 들어간 모양이었다.

그 후 북한의 공식 항의로 유엔사 군사정전위원회에서 몇 차례 현장 조사를 나왔고, 정밀 검증을 거쳐 아군의 추진철책은 합법적 시설로 인정돼 그대로 유지됐다. 그러나 몇 년이 지나 다시 참모로 부임했을 때 보니, 북한군은 그 추진철책 지역을 기어이 감시하겠다고 추진감시초소까지 새로 설치해 지역 긴장을 극도로 고조시켜고 있었다. 북한군은 자기 초소에서 보이지도 않는 사각지대의 철책 하나를 두고도, 3년 전 첩보까지 파고들어 아군의 총구 앞에 흰색 천을 흔들며 목숨 걸고 따지고, 수년에 걸쳐 감시초소까지 올려가며 단 한 뼘의 선이라도 기필코 지키고 통제하려 드는 집단이다.

북한군은 보이지 않는 사각지대에서도 이토록 집요하게 선을 지키고 공세적으로 나오는데, 정작 우리 군은 적이 우리 관할 안에 버젓이 들어와 지뢰를 묻어놓았는데도 “선이 불분명하다”며 북한 편을 드는 듯한 변명 뒤로 숨고 있으니 기가 찰 노릇이다.

물론 지뢰사고 지점이 아군 초소에서 직접 보이지 않는 사각지대(불가시 지역)여서 현장에서 즉각적인 경고사격 등 실시간 대응에 제한이 있었을 수는 있다. 백번 양보해 그것은 현장의 지형적 특성이라 치자.

따지고 보면 이 감시 공백 역시 군이 자초한 측면이 크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군사적 전문성과 작전 원칙을 무시한 채 정치가 군사를 앞서 나가면 국가 안보에는 늘 참담한 비극과 불행이 반복돼다. 과거 문재인 정부 시절 ‘평화’라는 정치적 구호에 떠밀려 9·19 군사합의를 맺고 최전방 GP를 시범 철수·파괴했을 때 이미 예견된 참사였다. 군의 눈을 스스로 찔러 감시 사각지대를 넓혀놓았으니, 그 허물어진 감시망의 틈바구니를 파고들어 북한군이 MDL 일대 사각지대 전반에 걸쳐 이토록 광범위하고 대담하게 국경선 요새화 및 불법 지뢰 매설을 자행해 온 것 아니겠는가.

북한군의 DMZ 지뢰도발 대응책으로 국가자위권에 입각한 영토 회복 조치 필요성에 대한 설명. 오상봉 예비역 대령 제공

그렇다면 항공정찰 결과로 적의 작업 징후가 식별됐을 때 즉각 DMZ 수색정찰을 투입해 현장을 확인하고 차단했어야 하는 것 아닌가? 정치가 빚어낸 굴레 속에서 적이 기어들어 오는 것을 뻔히 항공정찰로 보고도, 또다시 정무적 눈치를 보며 1년 넘게 발을 묶어두고 방치한 것은 지형 탓도, 합의 탓도 아닌 명백한 군 수뇌부의 직무유기다.

과거부터 축적된 항공사진과 정찰 자료만 대조해 봐도 그곳이 누구의 관할인지 오차 없이 판명된다. 손바닥만 한 스마트폰으로도 좌표를 찍어내는 21세기 최첨단 과학기술 시대다. 정전협정 원본 지도의 좌표와 항공 촬영 사진을 겹쳐보면 매설 지점이 우리 관할 몇 미터 이남인지 즉시 증명되는데, 기술이 없어서 모르는 것이 아니라 책임을 회피하려 일부러 눈을 감고 있는 것이다.

무엇보다 그 현장에는 아군 수색부대가 수십 년간 밟고 다니며 다져놓은 ‘DMZ 수색로’가 뚜렷이 뻗어 있다. 지형적 특성과 군 당국이 밝힌 정황을 종합해 보면, 사고 지점은 기존 우리 수색대가 MDL 인근까지 정찰을 마치고 아군 GP 방향으로 돌아 나오기 위해 남쪽으로 선회하는 바로 그 길목(완곡부) 일대다.

여기서 우리 수색로는 절대적인 의미를 지닌다. 분단 이후 아군이 피땀 흘려 순찰하며 확보해 온 대한민국 영토에 대한 ‘실질적 지배력’의 명백한 군사적 증거이기 때문이다. 적은 바로 그 남쪽으로 꺾여 들어오는 우리 순찰로의 길목을 노려 아군 관할 안쪽으로 깊숙이 침투해 지뢰를 묻었다. 짐승이 다녀서 날 수 없는 그 길이 우리 GP로 돌아 나오는 아군의 순찰로임을 뻔히 알면서도, 적이 자기 땅이라 우긴다고 반박조차 못 한단 말인가?

군사법과 전략 이론의 관점에서 볼 때, 이번 사건은 단순한 우발적 접적 사고가 아니라 국가의 영토와 주권이 침탈당한 중대한 사태이며, 대한민국 군이 취해야 할 대응 방향은 명확하다.

첫째, 이번 사태는 전술제대의 대응 차원을 넘어선 ‘국가자위권(National Self-Defense)’ 발동 사안이다. 유엔헌장 제51조와 1974년 유엔총회 ‘침략의 정의’ 결의안은 타국 영역 침입과 무기 사용을 명백한 침략으로 규정한다. 북한군이 MDL 이남 우리 관할구역에 침투해 살상무기를 매설한 것은 영토 주권 침해이며, 정전론(Just War) 상 침해된 영토를 보전하기 위한 ‘정당한 원인(Just Cause)’을 완벽히 갖췄다.

둘째, “시간이 지나 긴급성이 소멸했다”는 법리적 회피는 성립하지 않는다. 지뢰 매설은 천안함과 같은 단발성 공격이 아니다. 매설된 지뢰가 우리 땅에 묻혀 있는 한, 아군 장병을 위협하고 영토를 불법 점유하는 상태가 24시간 지속되는 ‘진행 중인 무력공격(Continuing Violation)’이다. 따라서 침탈 상태가 해소될 때까지 자위권 행사의 권리는 단 1초도 소멸하지 않았다.

셋째, 교전규칙(ROE)은 결코 국가의 자위권을 제한하지 않는다. 정전 시 교전규칙은 하급제대의 과도한 확전을 막기 위한 통제 지침일 뿐, 헌법적 영토 보전 의무를 묶는 족쇄가 아니다. 현장 부대의 즉각 대응 범위를 넘어선 영토 침탈이 발생했다면, 군 수뇌부(합참의장과 국방장관)가 결심을 내려 상급 제대 차원의 작전을 지시해야 한다.

넷째, 전쟁법의 비례성(Proportionality)과 군사적 필요성(Military Necessity)을 충족하는 실효적 조치를 단행해야 한다. 우리가 취해야 할 가장 정당한 조치는 ‘정전협정 관리 주체인 유엔군사령부(UNC)와 함께 과학적 증거로 관할권을 공식 천명하고, 침탈당한 우리 관할구역 내 북한 지뢰를 공병 전력으로 전량 제거하는 원상회복 작전’이다. 향후 장병들의 생명을 지키고 DMZ 내 실질적 지배력을 수호하기 위해 이 작전은 군사적으로 절대적인 필요성을 갖는다.

물론 작전 현장의 불확실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 그러나 확고한 화력 대비태세와 유엔사의 감시 하에 우리가 명분을 쥐고 주도적으로 작전을 집행한다면, 불법 침탈의 주범인 북한 역시 정면 무력충돌의 부담 때문에 과거처럼 섣불리 방해 사격을 가하지 못하고 지켜볼 가능성이 크다. 만에 하나 적이 정당한 원상회복 작전에 총격을 가해온다면, 그때 발생하는 모든 사태의 책임은 북한에 있으며 우리는 비례성의 원칙에 따라 현장 교전수칙대로 단호히 응징해 적의 도발 의지를 완전히 꺾어놓아야 한다.

동서고금의 전사가 증명하듯, 군사적 마찰이 두려워 적의 영토 잠식을 묵인하는 소극적 대응은 평화를 주지 않는다. 그것은 적에게 ‘침탈 성공’을 확신시켜 줘 제2, 제3의 DMZ 무력 잠식을 부르는 ‘살라미 전술’의 먹잇감이 될 뿐이다. 클라우제비츠가 경고했듯, 결정 뒤에 도사린 확전의 두려움에 굴복하는 순간 군의 억제력은 붕괴한다.

오상봉 예비역 육군대령. 전 삼성반도체 예비군 여단장. 육군 신지식인. 오상봉 예비역 대령 제공

피땀으로 지켜온 아군의 실질적 지배 흔적이 버젓이 남아 있고 첨단 과학 장비가 진실을 가리키고 있는데도 “선이 불분명하다”며 적의 영토 침탈을 방치하는 것은 무능을 넘어 군복 입은 자들의 명백한 직무유기이자 비겁함이다.

정치가 군을 훼손할 때 직언하고, 이런 안보 난제를 과학적 증거와 군인다운 결기로 돌파하라고 어깨에 별 세 개, 네 개를 달아준 것이다. 이 문제를 풀지 못하겠다면 스스로 계급장을 떼고 물러나라.

오상봉 예비역 육군대령. 전 삼성반도체 예비군 여단장·육군 신지식인

정충신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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