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영진 신한대학교 학생처 부처장·리나시타교양대학 교수
지난해 교육부가 공개한 우리나라 청소년의 체력 실태는 다소 충격이었다. 최근 몇몇 중학교와 고등학교에서 목격한 현상을 이해하고도 남음 직한 결과였다. 체육시간조차 텅 빈 학교 운동장이나 체육관은 그저 형식적으로 갖춘 시설에 불과했다. 이렇다 보니 학생건강체력평가 점수가 4~5등급에 머물 수밖에 없고 학생 10명 중 3명이 비만을 보인다. 이것이 청소년 신체활동 세계 최하위 수준을 보여주는 현실이란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디지털 강국에 드리운 우울한 그림자일 수 있다. 디지털을 넘어 인공지능(AI) 시대에 사는 요즘 청소년은 체력의 중요성을 그리 실감하지 못하는 듯하다.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노트북 등 모니터 속 세상을 들여다보는 시간이 대부분이다 보니 활동의 필요성을 못 느끼는 게 당연할 수 있다. 운동이라 하면 스포츠나 헬스 트레이닝 정도만 떠올리는 것도 이상하지 않다.
그렇다고 우리 청소년을 이대로 둘 수는 없지 않은가? 체력저하는 단순한 문제가 아니다. 성장을 지연시키거나 불안이나 우울 등 정신건강까지 해칠 수 있다. 나아가 향후 우리 국민건강의 구조적 취약점으로 고착될 수 있다.
한때 우리나라에는 체력장이란 제도가 있어 대학입시에 반영돼 학생 체력 관리의 최후 보루 역할을 한 적이 있었다. 한 주에 2~3시간 정도는 의무적으로 체육활동을 하도록 하는 제도적 장치를 뒀다. 오늘날 프랑스가 이와 유사한 제도를 두고 있는데 이를 통해 학교에서 매일 1시간 이상 체육활동을 보장하고 있다. 독일의 경우는 수십년 전부터 지역 곳곳에 생활체육 인프라를 구축해 국민들에게 체육활동을 권장하고 있다.
현실을 들여다보면, 우리나라는 제도나 인프라만의 문제가 아닌 듯하다. 물론 이런 측면에서 보완해야 할 문제는 많으나 더 큰 문제는 환경과 의식이 바뀌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의 입시제도는 중요 교과목 학습에 치중돼 있어 체육은 등한시되는 게 일선 학교의 현실이다. 체육 수업 시수가 부족한 것도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다. 뙤약볕 운동장에서 학생들이 체육 수업을 하는 날이면 교사는 큰 부담을 감수해야 한다. 학부모의 민원이라도 들어오면 담당 교사가 고스란히 책임져야 한다. 일각에선 교사의 전문성 부족이나 체육 수업 시수 부족 등을 지적하고 있으나 이에 앞서 이런 교육환경부터 돌아봐야 한다.
무엇보다 대부분 학생이 신체활동에 흥미를 보이지 않는다는 점을 짚어봐야 한다. 신체활동은 흥미 유발이 필요하다. 스스로 움직여 참여하고픈 동기가 생겨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최근 청소년이 즐기는 디지털 게임을 활용하는 방안도 제시되고 있다. 신체활동에 즐거움을 느끼게 해서 자발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일차 목적이다. 예를 들어 증강현실(AR) 기술이나 가상현실(VR) 기술을 활용해 체육시간을 게임처럼 운영하는 것이다. 또 활동량이나 심박수 등을 표시해주는 디지털 기기를 통해 체육활동으로 일어나는 신체 변화를 체감하도록 하는 방법도 학생들이 흥미를 느끼는 동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실행력이다. 아무리 좋은 정책이라도 일선에서 실천되지 않으면 그저 좋은 아이디어에 그친다. 그러기 위해서는 일상에서 체육의 필요성에 대한 인식이 전 국민적으로 확산해야 하고 일선 초중고교에서는 일정 시간의 체육 수업이 보장돼야 한다. 계속되는 청소년 체력저하는 국가적 손실로 이어질 수 있기에 국가 차원의 체육진흥 정책도 필요하다. 호주는 ‘iPLAY 프로젝트’라는 신체활동 증진 정책으로 국민들의 성인병을 줄이는 효과를 보이고 있다. 국가가 나서서 국민들의 건강과 체력을 끌어올린 좋은 사례로 볼 수 있다. 정부는 학교에서만이라도 학생들이 체력을 기를 수 있는 환경조성을 뒷받침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어쩌면 우리가 체육활동 기조를 제대로 진단하고 바꿀 수 있는 기회가 온 것일지 모른다. 지금이 위기이자 기회라는 의미이다. 체육은 거창한 활동이 아니다. 우리에게 가장 가깝고 손쉬운 방법으로 건강을 증진할 수 있는 활동임을 되새겨 볼 필요가 있다. 유네스코는 ‘삶을 위한 운동’은 멀리 있지 않다고 강조한다.
/임영진 신한대학교 학생처 부처장·리나시타교양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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