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사회

[글로벌 통신원 리포트] 독일 채용공고의 반전…‘유연성’엔 여성이, ...

익명의 협력 기업은 유럽 주요 반도체 기업 중 한 곳으로, 시내 중심에서 약 100km 떨어져 있으며 현재 3000여 명이 재직 중인 것으로 밝혀졌다. 연구진은 세 가지 유형의 채용 공고를 작성해 게시했다. △유연성(개인...

[글로벌 통신원 리포트] 독일 채용공고의 반전…‘유연성’엔 여성이, ...

>

JOB잡

ESG

금융·증권

비즈

과학/IT

생활·경제

정치

스페셜기획

사람들

이야기쉼터

전국

미네르바의 눈

시큐리티팩트

MICE

섹션 선택

섹션 선택

이동

[글로벌 통신원 리포트] 독일 채용공고의 반전…‘유연성’엔 여성이, ‘성장’엔 명문대가 몰렸다

양채원 통신원

입력 : 2026.04.16 11:26

ㅣ 수정 : 2026.04.16 11:26

유연성 강조한 채용 공고, 지원자 수 급증

성장 강조한 채용 공고, 고학력 지원자 급증

여성은 개인 성장보다 유연성 중시하는 경향

EU 채용 플랫폼 홍보 포스터. 사진은 기사 중 특정 사실과 무관함. [사진=양채원 통신원]

[베를린(독일)/뉴스투데이=양채원 통신원] 채용 공고에서의 적절한 단어 선택이 '맞춤형 인재채용'을 가능하게 만든다는 연구 결과가 나와 눈길을 끈다.

지난 9일(현지시각) 독일 경제학 연구 네트워크 '이콘트리뷰트(ECONtribute)' 발표에 따르면, 구인 광고 내 작은 언어 변화가 지원자 수와 질에 큰 차이를 일으킨다.

이는 기존 채용 공고가 직무 내용과 자격 요건 중심으로 구성돼 온 것과 달리, 언어적 요소 자체가 주요 변수로 작용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이콘트리뷰트는 독일 쾰른대학교와 본대학교 등이 참여하는 연구 공동체로, 독일 정부가 지원하는 '엑설런스 클러스터(최상위 연구 프로젝트)'다. 핵심 연구진이자 쾰른대 교수인 마티아스 하인츠(Matthias Heinz)와 피아 핑어(Pia Pinger)가 이번 연구를 주도했다.

연구진은 대형 IT 기업의 독일 지사와 협력해 채용 공고를 분석했다. 익명의 협력 기업은 유럽 주요 반도체 기업 중 한 곳으로, 시내 중심에서 약 100km 떨어져 있으며 현재 3000여 명이 재직 중인 것으로 밝혀졌다.

연구진은 세 가지 유형의 채용 공고를 작성해 게시했다. △유연성(개인 생활과 업무의 조화를 강조) △성장(경력 개발과 급여 상승을 강조) △중립(유연성과 성장을 모두 단순히 언급) 유형 공고가 각 10일씩 게시됐다.

세 가지 공고는 직무 내용과 자격 요건 등 핵심 조건은 동일하게 유지한 채, 표현 방식만 달리해 작성됐다. 연구진은 이를 무작위 순서로 게시해 언어적 차이가 지원자 행동에 미치는 영향을 비교했다.

30일간 게시된 105개의 채용 공고에 접수된 지원서는 1583건. 지원자 스펙과 기업의 면접 요청 및 실제 채용 여부까지 종합 분석한 결과는 다음과 같았다.

독일 기업의 채용 공고 유형별 지원자 수 증가율. 성별 전체와 남성, 여성으로 구분. [자료=이콘트리뷰트 / 그래픽=뉴스투데이]

유연성을 강조한 채용 공고는 신입(경력 3년 이하) 지원자 수를 44% 증가시켰다. 기존 공고에 비해 남성은 38%, 여성은 55% 증가세를 보였다.

■ 극적인 반전=핑어 교수, "유연한 근무 조건 약속이 지원자의 질을 향상시키지 못해"

그러나 극적인 '반전'이 있다. 3가지 유형의 채용공고 중 유연성을 강조한 채용공고의 지원자 수 증가율이 가장 높았으나, 기업의 채용행위에는 영향을 주지는 못했다. 지원자에게 면접을 요청하는 횟수나 채용 결정이 증가하지 않았다.

핑어 교수는 지난 9일(현지시각) 독일 유력 일간지 프랑크푸르터알게마이네차이퉁(FAZ)와의 인터뷰에서 "유연한 근무 조건을 약속하는 것이 지원자의 질을 향상하지는 않는다"고 언급했다. 이는 유연성 강조가 지원자 수 확대에는 효과적이지만, 선발 결과에는 직접적 영향을 미치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성장을 강조한 채용 공고에서는 신입 지원자 수가 34% 증가했다. 특히 상위권 대학 졸업자 비중이 15.4% 증가했다. 이는 우수한 자질을 지닌 고학력자가 개인의 발전에 더욱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점을 시사한다.

해당 연구에서 상위권 대학으로 분류된 독일 대학은 총 24개교로, 베를린자유대·훔볼트대·괴팅겐대 등 종합연구대학 15개와 베를린공대·드레스덴공대 등 기술전문대학 9개가 해당한다.

이들은 기업에도 호응을 얻었다. 면접 요청 비율이 크게 증가해 기존 대비 79% 높은 수준을 보였다.

성장 강조형 채용공고 샘플 [사진=이콘트리뷰트]

■ 성장형 채용 공고, 여성 지원자수 변화 없어...여성은 유연한 근무조건에 반응

한편, 성장형 채용공고에 남성은 42%가 추가 지원했으나 여성에게는 변화가 없었다. 이는 유연한 근무 조건이 여성 지원자에게 상대적으로 더 중요하게 작용할 가능성을 보여준다.

연구에 참여한 기업이 도시에서 멀리 떨어진 지역임을 고려할 때, 양육과 가사에 많은 시간을 쏟는 여성에게 통근 부담이 더 크게 작용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는 노동시장 내 성별 역할 분담 구조와도 맞닿아 있는 결과다. 육아휴직 정책 전문 국제 연구 네트워크인 리브네트워크(Leave Network)에 따르면, 2023년 남성 육아휴직 수급자는 48.2만 명이었으나 여성은 140만 명이었다. 여성의 육아휴직 기간이 남성의 3배 수준으로 지속됐다는 해석이다.

유럽 성평등 연구소(EIGE)의 2024년 조사에서 또한 여성의 육아 집중도가 남성의 2배 이상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콘트리뷰트 연구에 따르면 재직자들은 유연성을 △아이가 아플 때 재택근무로 전환 △유연한 근무 시간 활용 △조기 퇴근 가능 여부 등으로 인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경력 10년 이상의 지원자에게는 이러한 언어적 차이가 큰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연구진은 경력자가 채용 공고의 표현보다 실제 근무 조건, 기업 평판, 급여 등 구체적 요소를 중심으로 의사결정을 내리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 이콘리뷰트 연구의 결론...원하는 인재 채용 전략, '조건'을 넘어서는 '언어 전략' 필요

이콘트리뷰트는 언어의 영향력에 관한 추가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독일과 오스트리아 STEM(과학·기술·공학·수학) 분야 대학생 약 2000명에게 세 가지 채용 공고를 제시하고 어떤 이미지가 떠오르는지 물었다.

그 결과, 학생들은 유연성이 강조된 공고에서 더 나은 워라밸(일과 생활의 균형)을 기대했다. 육아 기회와 초과근무 회피 가능성에 대한 기대감도 증가한 것으로 드러났다. 반면, 성장 지향적인 표현은 장시간 근무나 성과 압박 증가로 연결됐다.

이번 연구는 채용 시장에서 언어 사용 방식 자체가 지원자의 행동을 변화시킬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는 기업의 인재 확보 전략에 실질적 시사점을 제공한다.

기업은 원하는 인재 유형에 따라 채용 공고에서 다른 단어를 사용할 수 있다. 예컨대 여성 지원자를 늘리고자 할 경우 유연성을 강조하는 전략이 효과적일 수 있으며, 고학력 인재 유치를 위해서는 성장을 강조하는 방식이 적합할 수 있다. 육아 중인 부모를 목표로 하기 위해서는 유연성과 보육시설 지원을 강조하는 것이 유효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이번 연구가 던지는 핵심 메시지는 채용 전략의 본질적 변화와 관련이 있다. 기업은 더 이상 조건만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어떤 인재를 끌어들이고 어떤 지원자를 걸러낼지에 대해 언어로 설계하는 단계에 들어섰다. 지원자 역시 공고의 ‘단어’에 반응하기보다 그 이면에 표현된 실제 근무 조건과 조직의 일하는 방식을 읽어내는 능력이 요구된다.

이 기사 공유하기
페이스북X

이 기사를 추천합니다

i

댓글

0

후 댓글을 작성할 수 있습니다.

아직 댓글이 없습니다 이 기사에 첫 의견을 남겨보세요.

댓글 수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