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작년 연저점 대비 150% 이상 뛰어
상승 과정서 중동 리스크... 변동성 급등
글로벌 IB, '버블' 경고... 과거 패턴과 유사 지적
국내 증권가, '과열 해소 구간' 해석... 밸류 부담 덜어
반도체 업황 회복, 시장 지지 요인 꼽혀
지난 20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전광판에 원·달러 환율, 코스피, 코스닥 지수가 표시돼 있다. 사진=연합뉴스
최근 1년 가까이 이어진 국내 증시 강세 흐름 속에서 평가가 극명히 갈리고 있다. 일부 글로벌 기관은 '전형적인 버블 징후'라고 경고하는 반면, 국내에서는 '여전히 저평가 구간'이라고 반론한다.
2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 지수는 지난 20일 5,781.20포인트(p)로 지난해 연저점인 4월 9일(2,293p) 대비 150% 이상 상승했다.
문제는 상승 과정에서 나타난 시장 변동성이다. 지난달 말 이란 전쟁 위기 고조 직전, 코스피는 장중 6,300p선을 넘어섰지만, 이후 관련 뉴스가 확산하며 단 이틀 만에 7%, 12% 급락했다. 이어 바로 다음 거래일에는 9% 이상 급등하는 등, 극단적인 움직임을 반복했다.
이 같은 흐름에 글로벌 투자은행(IB)은 경고 수위를 높이고 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는 최근 보고서에서 국내 증시를 '전형적인 버블 사례(textbook examples of a bubble)'로 규정했다. 단기간 급등락이 반복되는 패턴을 볼 때, 과거 아시아 금융위기, 닷컴버블, 글로벌 금융위기 등이 연상된다는 분석이다.
밸류에이션 지표 역시 부담 요인으로 지목된다. 국내 증시(코스피+코스닥) 시가총액을 국내총생산(GDP)으로 나눈 '버핏 지수(Buffett Indicator)'는 200%를 넘어서 208.21% 수준을 기록 중이다. 통상 버핏 지수는 100%를 넘으면 고평가, 120% 이상을 과열로 판단한다.
변동성 지표 역시 불안 신호를 나타낸다. 코스피200 변동성지수(VKOSPI)는 이달 초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이후에도 높은 수준을 유지 중이다. 이는 시장 참여자들의 불확실성 인식이 여전히 강하다는 것을 뜻한다.
다만, 이 같은 진단에 대한 반론도 다수 제기된다.
국내 증권가에서는 최근 급락을 두고 '과열 해소 과정'이라고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지정학적 리스크가 촉발한 급격한 조정이 오히려 밸류에이션 부담을 일부 덜어냈다는 평가다.
실제로 코스피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은 약 9.5배 수준으로, 10년 평균(10.5배)을 하회 중이다. 기업 실적 전망이 상향 조정되는 흐름을 감안한다면 여전히 저평가 영역이라는 주장이다.
특히 반도체 업황 회복 기대가 시장의 핵심 지지 요인으로 꼽힌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중심으로 한 이른바 '슈퍼 사이클'에 대한 기대가 이어지는 만큼, 지수 상승 추세가 꺾였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주장이다.
한편, 글로벌 시장에서도 유사한 논쟁이 펼쳐지고 있다. 최근 국제유가 상승과 사모대출 부실 우려 등으로 일부에서는 2008년 금융위기 재현 가능성을 언급 중이다.
마이클 하넥 BofA 최고투자전략가는 "2026년 자산 가격 흐름이 2007년 중반에서 2008년 중반 사이 가격 움직임과 불길할 정도로 유사하다"고 말했다.
이처럼 곳곳에서 비관적 목소리가 나오지만, 우려가 과장됐다는 반론도 적지 않다.
허재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유가 급등과 인공지능(AI) 거품 우려, 사모대출 시장 불안은 2008년을 연상시킨다"면서도 "당시와 가장 큰 차이는 레버리지 규모"라고 짚었다.
그는 "2008년 당시 CDO(부채담보부증권)는 자기자본 대비 대출 자산을 30배 이상 보유했지만, 현재 사모대출은 펀드 자기자본 대비 2배 이내"라며 "유가와 금리가 불안해지는 상황 속 사모대출 시장 불안은 위협적이지만,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심장질환보다 시간을 갖고 고쳐야 하는 암과 같아 보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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