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협·휴먼아시아, 21일 ‘기업 인권실사 평가 발표·과제 콘퍼런스’
국내 최초 국제인권지표 활용한 대규모 기업평가… 객관적 진단
‘하위’ 사기업에 쿠팡·대한항공 등… “모든 영역에서 충족률 낮아”
공기업 최하점수엔 수출입은행… 인권실사 충족률 격차는 40%p
“인권대응 ‘실질화’를… 변호사는 ‘리스크 예방’ 역할로 전환해야”
△ 대한변호사협회와 사단법인 휴먼아시아가 21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기업 인권실사 평가 발표 및 과제 콘퍼런스’를 열고 있다
국내 주요 기업을 대상으로 한 인권실사 평가 결과, 기업들의 인권경영이 정책 선언과 공시 단계에서는 일정 수준에 도달했지만 실제 리스크 관리와 이행 체계에서는 여전히 뚜렷한 격차가 존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변호사협회(협회장 김정욱)와 사단법인 휴먼아시아(대표 서창록)는 21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기업 인권실사 평가 발표 및 과제 콘퍼런스’를 열었다. 콘퍼런스는 국내 주요 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인권실사(Human Rights Due Diligence) 평가 결과를 발표하고, 한국 기업 인권경영 수준을 진단하며 향후 과제를 모색하기 위해 마련됐다.
김정욱 협회장은 개회사에서 “기업과 인권은 이제 국제사회 및 글로벌 공급망과 자본시장의 핵심 이슈로 자리 잡고 있다”며 “이에 따라 국내 기업들도 인권실사 체계를 구축하고 인권에 대한 부정적 영향을 식별해 이를 경영 전반에 통합하려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변협은 휴먼아시아와 공동으로 2025년 인권실사 평가대상을 국내 기업 50개로 확대하고 글로벌 기준인 기업인권 벤치마크(CHRB)에 따른 평가를 실시했다”며 “콘퍼런스에서 인권실사 평가 의의와 방법론을 살펴보고 그 결과를 공유함으로써 우리 기업들이 직면한 과제를 모색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서창록 대표는 “인권실사 평가는 국내 최초로 국제인권지표를 활용한 대규모 기업 평가로, 한국 기업 인권경영의 현실을 객관적으로 진단한다는 점에서 큰 의의가 있다”며 “공개되는 평가 결과는 투자자, 시민사회, 정책입안자들이 정책 수립, 투자 의사결정, 사회적 책임 이행 등 다양한 영역에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콘퍼런스에서는 첫 번째로 이상수 휴먼아시아 기업과 인권센터장이 ‘인권실사 평가의 의의와 방법론’을 주제로 발제하면서 이번 조사에서 이용한 평가도구인 CHRB에 대해 소개했다.
이 센터장은 “CHRB는 개별 기업의 인권경영 현황을 각 세부항목별로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도구”라며 “개별 기업의 인권경영을 다양한 측면으로 분해하고 각 지표별로 그 성과를 수치적으로 측정함으로써 인권경영에 관한 객관적인 평가 데이터 셋을 생산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CHRB는 글로벌 표준인 ‘UN 기업과 인권 이행원칙(UNGPs)’에 부합하는 객관적 평가를 도모하고 개별기업의 인권경영의 수준을 계량화해 서열화 함으로써 기업들이 서로 경쟁적으로 이행원칙을 실천하도록 해준다”며 “또 기업과 국가정책의 결정에 영향을 미치고 주기적·반복적 평가를 통해 인권경영 수준의 종적인 변화를 측정하고 비교하고자 한다는 특징도 있다”고 덧붙였다.
이 센터장에 따르면 2026년도 인권경영 평가 대상 기업은 매출액을 1차 기준으로 했다. 우리나라 100개 기업 목록을 확보한 후 2024년 공시 매출액 기준 업종별 상위 기업순으로 40개 기업을 우선 추출하고, 특정 대규모 기업집단 소속 기업이 너무 많이 평가 대상 기업이 되지 않도록 일부 기업을 배제하고 다음으로 순위가 높은 기업들로 대체했다. 공공기관은 업종 구분 없이 매출액 기준 상위 10개 기관을 선정했다. 평가에는 2023년부터 2025년에 걸쳐 발표된 지속가능성 보고서, 인권경영보고서, 홈페이지에 게시된 정보 등 공개된 정보만 이용했다.
이 센터장은 “한국 기업들의 인권경영의 전체적인 수준을 파악하고 대상별로 우수지점과 미비지점을 파악하고자 했다”며 “이를 통해 각 기업들이 보다 나은 인권경영을 향한 움직임이 경쟁적으로 활성화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 21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기업 인권실사 평가 발표 및 과제 콘퍼런스’에서 이근우 변호사가 ‘사기업 인권실사 평가보고’를 발표하고 있다
두 번째로 이근우(사법시험 45회) 법무법인 화우 변호사가 ‘사기업 인권실사 평가보고’를 발표했다. 보고에 따르면 상위권에는 현대건설이 단독 1위를 기록했고 LG전자와 네이버가 뒤를 이었다. 삼성전자와 카카오는 공동 4위를 차지했다. 반면 하위 5개 기업에는 △쿠팡 △NH농협금융지주 △하이브 △세아제강 △대한항공이 이름을 올렸다. 업종별로는 IT·반도체와 건설·기계 업종이 이행 수준이 높았고 자동차·조선·항공이나 금융, 유통·식음료 업종은 상대적으로 낮은 점수를 형성했다.
벤치마크는 △정책적 약속(A) △기업문화·경영시스템 내재화(C) △인권실사(D) △구제·고충처리 메커니즘(E)으로 세분화했다. 이 변호사는 “전체적으로 사기업은 D 벤치마크에서 가장 취약한 점수가 도출됐다”며 “이는 많은 기업이 인권 정책을 수립하고 공시하는 데는 상대적으로 충실하지만 실질적인 인권 실사 절차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음을 의미한다”고 분석했다.
이어 “상위 기업들은 D 벤치마크에서도 약 93%에 달하는 높은 충족률을 보이며 전체 벤치마크에 걸쳐 균형 잡힌 이행을 하고 있다”며 “반면 하위 기업들은 모든 영역에서 충족률이 현저히 낮아지며, 인권 실사 체계의 근본적 부재를 나타내고 있다”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상·하위 기업 간 극명한 점수 편차는 인권 보호 범위의 확장성 차이에서 기인하는데, 상위 기업들은 자사의 테두리를 넘어 협력사와 외부 이해관계자로 보호 범위를 넓히고 구체적인 데이터를 축적하는 단계에 진입한 것”이라며 “반면 하위 기업들은 인권 경영이 여전히 초기 단계이거나 형식적 수준에 머물러 있음을 보여주고 있어 글로벌 공급망 실사 기준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하위권 기업들의 실질적 이행 프로세스 도입이 시급한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다음으로 유용원 휴먼아시아 기업과 인권센터 연구원이 ‘공기업 인권실사 평가보고’를 발표했다. 10개 공기업 중에서는 한국수력원자력이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고 한국수출입은행 점수가 가장 낮았다.
유 연구원은 “10개 공기업 평균 점수는 6.46점으로, 40개 사기업 평균 점수인 7.49점보다 점수가 낮다”며 “이는 대부분 공기업이 인권영향 평가 보고서를 발간하는 등 인권 경영 내재화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 CHRB의 관점에서 미흡한 부분이 많다는 점을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벤치마크별로 분석하면 공기업은 D 벤치마크에서 가장 취약한 점수가 도출됐다”며 “D 벤치마크에서 상위기업 및 하위기업 간 충족률 격차가 약 40%p에 달해 인권 실사 체계 구축에 있어 공기업 간 차이가 극명하게 나타났다”고 했다.
송시현(변호사시험 2회) 법무법인 LKB평가 변호사는 ‘제안 및 과제’를 주제로 발제하면서 “이번 평가를 통해 한국 기업의 인권 대응이 ‘선언의 수준’에는 대다수가 어느 정도 도달했으나 ‘실행의 수준’에서는 기업별로 여전히 상당한 격차가 존재함을 알 수 있었다”고 밝혔다.
송 변호사는 “기업의 인권 대응은 ESG 보고서 중심의 형식적 대응 방식에서 벗어나 실질적인 인권 리스크 관리 체계로 전환돼야 한다”며 “△독립적·전문적 외부 인권실사 적극 도입 △조직 내 인권경영 내재화 △공급망 실사 실질화 △고충처리 및 구제 시스템의 구축 등 기업 차원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법조계 역할도 언급했다. 그는 “변호사 역할을 종래 분쟁 사후 대응에서 리스크를 사전에 설계하고 예방하는 방향으로 전환이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해외 주요 국가에서는 공급망 인권 침해를 사유로 한 민사소송이 증가하는 추세에 있으며 ESG 관련 법적 책임 범위가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있다”며 “기업이 사전에 인권실사 체계를 갖추지 않을 경우 소송 리스크에 직접 노출될 수 있다는 점을 명확히 인식하고 법조계는 이에 대한 선제적 자문 역량을 갖춰야 한다”고 덧붙였다.
구체적인 변호사 역할로는 △인권실사 전략 수립 및 체계 설계에 관한 자문 △공급망 인권 리스크 분석 및 계약 구조 검토 △고충처리 시스템의 법적 설계 및 운영 지원 △독립적·전문적 외부 인권실사 수행 등을 제시했다.
△ 21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기업 인권실사 평가 발표 및 과제 콘퍼런스’에서 패널들이 토론을 하고 있다
이어진 지정토론에는 송세련 한국인권재단 이사장이 좌장을 맡고 이은경 유엔글로벌콤팩트 한국협회 실장, 조영준 대한상공회의소 지속가능경영원장, 박태성 국가인권위원회 사무관, 서은정 포스코인터내셔널 리더, 김동현(사시 51회) 기업과인권네트워크 및 희망을만드는법 변호사가 참여했다.
이번 평가 결과 공·사기업 통합 순위는 다음과 같다.
/남가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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