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조폐공사 외주용역비 높아”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오른쪽)와 박홍근 기획예산처 장관(오른쪽 두 번째)이 23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에서 열린 국회 재정경제기획위원회 종합 국정감사에서 증인석에 앉아 있다. 신 총재가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사진=강민혜 기자
[주간한국 강민혜 기자]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가 기준금리 동결 이후에도 경제성장과 물가 안정 사이의 균형을 고려해 통화정책을 운용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내년 성장률과 물가상승률이 기존 전망보다 높아질 것으로 예상하면서도 향후 금리 조정은 추가 경제지표를 확인해 판단하겠다는 것이다. 국민연금의 국내주식 투자 비중 확대와 기금운용 독립성, 한국조폐공사의 모바일 신분증 사업 관리체계도 의원들의 관심사였다. 23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회 재정경제기획위원회(이하 재경위) 종합 국정감사에서는 한 통화정책과 지급결제제도 운영 현황을 포함해 국민연금 기금운용평가, 조폐공사의 모바일 신분증 사업 예산과 발급 실적 등에 대한 질의 답변이 오갔다. 특히 앞선 오전 국감서 박홍근 기획예산처 장관, 신현송 한한은 총재에게 몰렸던 질의가 성창훈 조폐공사 사장 등에게 가기도 했다. 앞선 국감서 주로 격려를 들었던 조폐공사는 이날 통계의 차이 등에 대해 지적받기도 했다. 신 총재에겐 국민연금 관련 질의도 오갔다.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가운데)가 23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에서 열린 국회 재정경제기획위원회 종합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사진=강민혜 기자
◇ “금리 동결 후 물가 경로 점검”
배준영 국민의힘 의원은 신 총재에게 전날 한 금융통화위원회의 기준금리 동결 결정을 언급하며 향후 금리 조정 방향을 물었다. 물가상승률이 한은 목표 수준으로 수렴하는 데 시간이 걸리는 만큼 단기적인 물가 움직임에 따라 금리를 급격히 조정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배 의원은 신 총재가 기자간담회에서 사용한 ‘호미질’이라는 표현을 거론하며 기준금리 동결이 국내 경제 상황에 맞는 판단이었는지 확인했다. 이날 의원들은 신 총재의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는다’는 등의 표현에 대해 잇따리 캐물었다.
한은 물가안정 목표가 2%인 상황에서 물가상승률이 목표 수준에 도달하는 시점과 향후 금리정책의 관계도 질의했다. 신 총재는 물가상승률을 단기간에 목표 수준으로 낮추기 위해 무리하게 금리를 조정하면 경제활동에 부담을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통화정책은 중기적인 시야에서 경제활동과 물가 안정 사이의 균형을 찾아 운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내년도 성장률과 물가 전망에 대해서는 기존 예상보다 높은 수준을 제시했다. 신 총재는 성장률이 지난 8월 전망치를 상당 폭 웃돌 것으로 판단하고 있으며, 내년 물가상승률도 당시 전망치인 2.5%보다 다소 높을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향후 금통위가 반드시 금리를 추가 인상한다는 의미는 아니라고 설명했다.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오른쪽)가 23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에서 열린 국회 재정경제기획위원회 종합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사진=강민혜 기자
배 의원은 “물가 전망을 반복적으로 상향해 설명하는 것이 시장의 기대인플레이션에 영향을 줄 가능성도 고려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한은이 물가 안정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동시에 시장에 전달하는 메시지도 신중하게 관리해야 한다는 것이다. 신 총재는 이에 “금통위는 나름의 기준을 갖고 금리를 결정한다”고 답했다. 이는 배 의원의 발언 취지와는 결이 조금 다른 답변이다.
석유 최고가격제의 물가 억제 효과와 지속가능성 관련 질의도 나왔다. 전날 신 총재의 관련 발언 탓이다. 배 의원은 “최고가격제를 장기간 유지하기보다는 유류세 탄력세율 조정 등 다른 정책수단을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신 총재는 “최고가격제가 단기적으로 물가 상승을 억제하는 데 효과가 있었다”고 재차 평했다. 한은 분석 결과 인플레이션을 약 0.6%포인트 낮췄으며 국제유가 상승이 다른 품목의 가격으로 확산되는 것도 억제했다는 것이다.
신 총재는 다만 “아주 장기적인 정책으로 가기에는 무리”라며 “제도를 장기간 운영하는 데에는 신중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최고가격제와 유류세 조정 등 대안은 각각 장단점이 있으며, 국제유가가 크게 상승한 상황에서는 세제 조정만으로 충분하지 않을 수 있다”고도 덧붙였다.
23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에서 열린 국회 재정경제기획위원회 종합 국정감사가 이뤄지고 있다. 사진=강민혜 기자
◇ “일중당좌대출, 외국계 비중 높은 이유는”
한은 ‘일중당좌대출’ 운영 현황에 강민국 국민의힘 의원은 외국계 금융기관의 일중당좌대출 이용 비중이 높은 배경을 확인하고 관련 제도의 운영과 건전성 관리 방안을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일중당좌대출은 금융기관이 한은 거액결제시스템에서 일시적으로 부족한 결제자금을 조달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금융기관 사이의 자금결제가 원활하게 이뤄지도록 지원하는 기능을 한다. 신 총재는 “국내 기관은 한은에 지급준비금을 많이 예치하고 있다”며 “국내 금융기관과 외국계 은행의 원화 유동성 보유 여건에 차이가 있다”고 설명했다. 외국계 은행은 원화 지급준비금이 상대적으로 적어 채권이나 주식 관련 거액결제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단시간에 유동성이 필요할 수 있다는 것이다.
미래대응기금 등 정부의 재정지출이 한은 통화정책과 충돌할 것이란 우려까지 나왔다. 초과세수를 대규모 재정사업에 투입하면 총수요가 늘어나 물가 상승 압력을 키우고, 추가 금리 인상이 필요해질 경우 취약차주와 자영업자, 지방경제 등에 부담이 돌아갈 수 있다는 주장이다.
박 장관은 정부가 이 같은 위험을 고려해 내년도 예산안을 설계했다고 설명했다. 취약계층과 취약차주를 대상으로 한 지원을 반영해 재정지출에 따른 물가 충격을 최소화하겠다는 입장이다.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오른쪽)와 박홍근 기획예산처 장관(왼쪽)이 23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에서 열린 국회 재정경제기획위원회 종합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의를 듣고 있다. 사진=강민혜 기자
◇ “국민연금 국내 비중 확대? 거버넌스가 중요”
국민연금의 국내 투자 비중 확대와 기금운용 독립성 문제도 언급됐다. 안상훈 국민의힘 의원은 신 총재에게 2014년 일본 공적연금의 국내주식 투자 비중 확대 사례를 제시하며 “연기금 운용에서 정치적 영향력을 차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안 의원은 “일본 아베 정부 당시 공적연금이 국내주식 투자 비중을 높이는 과정에서 운용 독립성 훼손에 대한 우려가 제기됐다”고 설명했다. 연기금이 정부의 시장 부양 수단으로 활용될 경우 장기 수익률과 위험 분산 원칙이 훼손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신 총재는 이에 특정 국가의 정책을 직접 평가하는 데 신중한 태도를 보이면서도 기금운용에서 거버넌스가 중요하다는 견해를 밝혔다. 안 의원은 “연금 지급액 증가로 보유 주식을 매도해야 하는 시점이 오면 시장에 충격을 줄 수 있다”며 “국내 포트폴리오 비중이 높으면 다른 자산으로 신속하게 투자 방향을 전환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했다. 신 총재는 거듭 “분산된 포트폴리오가 가장 적절하다”며 “기금운용의 독립성과 거버넌스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선을 그었다. 포트폴리오 평가에 “거버넌스가 중요하다는 입장만 말씀드린다”고 재차 강조한 것이다.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오른쪽)와 박홍근 기획예산처 장관(오른쪽 두 번째)이 23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에서 열린 국회 재정경제기획위원회 종합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의를 듣고 있다. 사진=강민혜 기자
안 의원은 국민연금의 국내 목표비중이 14.9%에서 20.8%로 상향된 점도 문제 삼았다. 국내투자 확대 과정에서 독립적인 투자 판단과 장기적인 자산배분 원칙이 충분히 고려됐는지 살펴야 한다는 주장이다.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는 지난 5월 28일 국내주식 목표비중을 14.9%에서 20.8%로 조정했다. 당시 보건복지부는 국내주식 시장의 구조적 변화 가능성과 실제 보유 비중 확대 상황을 고려한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자산 재조정에 따른 시장 충격을 완화하고 장기 수익성과 안정성을 높이겠다는 취지다.
안 의원은 “기금운용의 독립성을 확보하기 위해 최고 의사결정기구의 구성과 운영 방식도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해외 연기금 사례를 거론하며 정치적 영향력과 독립적인 투자 판단을 구분할 수 있는 지배구조가 필요하다고 지적한 것이다. 신 총재는 “기금운용기관의 형태에는 여러 방식이 있을 수 있다”며 “독립성과 적절한 지배구조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재차 말했다. 국민연금의 포트폴리오에 대한 평가 요청을 잇따라 에둘러 피해간 것이다.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오른쪽)와 박홍근 기획예산처 장관(가운데)이 23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에서 열린 국회 재정경제기획위원회 종합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의를 듣고 있다. 사진=강민혜 기자
◇ “모바일 신분증 외주용역비, 전체 예산의 79.3%”
오후 질의 막바지엔 조폐공사의 모바일 신분증 사업 통계 불명확성에 문제 제기가 있었다. 사업 예산에서 외주용역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 데다 모바일 신분증 종류별 이용 실적과 기관 간 집계 수치에 차이가 있다는 것이다. 김남준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2022년부터 지난 8월까지 모바일 신분증 사업에 투입된 예산은 총 635억 5300만원이다. 이중 외주용역비는 504억 800만원으로 전체의 79.3%에 달했다. 연도별 외주용역비 비중은 2022년 73.3%, 2023년 78.1%, 2024년 85.2%, 지난해 80.1%로 집계됐다. 지난 8월까지는 73.1%였다. 특히 2024년에는 전체 예산 203억 7600만원 가운데 외주용역비가 173억 5800만원에 달했다. 사업 예산 대부분이 외부 용역에 투입된 셈이다.
성창훈 한국조폐공사 사장(오른쪽)이 23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에서 열린 국회 재정경제기획위원회 종합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의를 듣고 있다. 사진=강민혜 기자
김 의원은 “조폐공사가 모바일 신분증 관련 시스템을 직접 구축하고 운영하는 방식과 외부 용역을 활용하는 방식의 효율성을 비교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외주 의존도가 높은 만큼 기술과 운영 역량을 내부에 축적할 계획이 있는지도 점검해야 한다는 것이다.
모바일 신분증 종류별 이용 실적 관리에 김 의원은 “조폐공사가 관리하는 7종의 모바일 신분증에 대해 개별 이용 실적을 확인하려 했으나 전체 합산 수치만 제공됐다”며 “신분증 종류별 사용량을 파악할 수 있어야 사업 성과와 예산 투입의 적정성을 평가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성창훈 한국조폐공사 사장(오른쪽)이 23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에서 열린 국회 재정경제기획위원회 종합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의를 듣고 있다. 사진=강민혜 기자
또 김 의원실에 따르면 모바일 국가보훈등록증의 발급률은 지난 8월 말 기준 발급 대상자 대비 실제 발급 비율이 15.2%에 불과했다. 당시 누적 발급 대상자는 36만 7182명, 실제 발급자는 5만 5651명으로 집계됐다. 김 의원은 “모바일 국가보훈등록증 이용 대상자에 고령자가 많다는 점을 고려해 서비스 설계 단계부터 접근성을 확보했어야 한다”며 “특히 큰 글씨 기능과 음성 안내 등 고령자 이용 편의를 높이는 기능이 출시 이후 순차적으로 도입됐다”고 했다. 그러면서 “낮은 발급률이 홍보 부족 때문인지 실제 이용상의 불편 때문인지 분석할 필요가 있다”고도 덧붙였다.
김남준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3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에서 열린 국회 재정경제기획위원회 종합 국정감사에서 성창훈 한국조폐공사 사장에게 질의하며 제시한 자료다. 사진=강민혜 기자
기관 간 발급 건수 차이에 김 의원은 강한 의구심을 드러냈다. 김 의원실에 따르면 2022년 1월부터 지난 8월까지 조폐공사가 집계한 발급 건수는 571만 5837건이다. 반면 한국도로교통공단의 집계는 650만 1902건으로 두 기관의 수치 사이에 78만 6065건의 차이가 있다. 김 의원은 “발급기관과 관리기관의 통계가 다르면 예산 산정과 사업 성과평가의 신뢰성이 떨어질 수 있다”며 “집계 기준을 일치시킬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남준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3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에서 열린 국회 재정경제기획위원회 종합 국정감사에서 성창훈 한국조폐공사 사장에게 질의하며 제시한 자료다. 사진=강민혜 기자
이에 성창훈 조폐공사 사장은 “기관별 발급 건수 차이를 확인한 결과 조폐공사의 집계가 맞는 것으로 파악했다”며 “향후 한국도로교통공단과 협의해 통일된 기준으로 통계를 관리하겠다”고 일축했다. 또 신분증별 이용 통계가 제공되지 않는 이유에 대해서는 “개인정보 보호 문제”라며 “이용자의 개인정보와 개별 이용 내역을 조폐공사가 보관하지 않으며 관련 정보가 개인의 휴대전화에 저장되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이에 김 의원은 “개인정보를 식별하지 않는 형태로도 신분증 종류별 이용 통계를 산출할 수 있다”고 맞받았다.
모바일 국가보훈등록증의 낮은 발급률과 고령자 접근성 문제에 성 사장은 “이용자의 연령 특성을 고려해 글씨 크기와 음성 안내 등 관련 기능을 개선하고 있다”며 “모바일 신분증 기술은 블록체인 기준으로 한 세계 최고의 수준”이라고 강조했다.
강민혜 기자 mine@hankook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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