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노위 사후조정도 결렬…노조, 21일부터 18일 총파업 예고
반도체 라인 차질 땐 수십조 피해·고객 이탈 우려
“성과급 갈등이 국가 공급망 리스크로”…정부 개입론 부상
최승호 초기업노조 삼성전자지부 위원장이 13일 새벽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중앙노동위원회에서 2026년 임금협약 체결을 위한 2차 사후조정 결렬을 선언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서울=경인방송] 삼성전자 노사의 임금협상이 정부 중재에도 끝내 결렬되며 반도체 산업 전체가 중대 기로에 섰다.
인공지능(AI) 패권 경쟁이 국가 경쟁력의 핵심으로 떠오른 상황에서 삼성전자 노조가 총파업 수순에 들어가자 정부가 긴급조정권 발동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삼성전자 노사는 어제(12일) 오전부터 오늘(13일) 새벽까지 정부세종청사 중앙노동위원회에서 2026년 임금협약 체결을 위한 2차 사후조정을 진행했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앞서 11일 1차 회의도 11시간 넘게 이어졌지만 접점을 찾지 못했고 이튿날 17시간 협상마저 결렬되면서 두 차례 정부 중재는 모두 무위로 돌아갔다.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지부는 성과급 상한 폐지와 제도화, 지급 기준 투명화를 요구했다. 반면 회사 측은 기존 초과이익성과금(OPI) 체계를 유지하되 특별포상 등을 결합하는 유연한 보상 방안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고 오는 21일부터 18일간 총파업에 돌입하겠다는 방침이다. 노조 측은 파업 참여 의사를 밝힌 조합원이 4만1천명 수준이며, 향후 5만명 이상으로 늘어날 수 있다고 주장했다.
■ 성과급 갈등이 아니라 ‘국가 공급망 리스크’다
문제는 이번 갈등이 임금협상 차원을 넘어섰다는 점이다. 삼성전자는 한국 수출과 반도체 공급망의 핵심 축이다. 특히 메모리 반도체와 첨단 공정은 AI 서버, 스마트폰, 데이터센터, 자동차 전장 등 글로벌 산업 전반과 맞물려 있다. 파업이 실제 생산 차질로 이어질 경우 피해는 특정 기업의 손익계산서에 그치지 않는다.
반도체 공장은 24시간 연속 가동을 전제로 설계된다. 공정이 중단되면 투입된 웨이퍼 손실뿐 아니라 장비 재가동, 수율 정상화, 납기 지연 등 연쇄 피해가 불가피하다. 업계에서는 총파업이 현실화할 경우 직접 피해만 수십조원대에 이를 수 있고 장기적으로는 고객사 이탈과 공급망 신뢰 훼손이 더 치명적일 수 있다고 본다.
삼성전자 주주행동 실천본부 관계자들이 12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에서 '파업 철회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은 공급 안정성을 핵심 평가 기준으로 삼는다. 엔비디아,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등 대형 고객사가 생산 차질 가능성을 리스크로 인식하면 주문 배분 전략을 조정할 수 있다. 경쟁국 기업들이 이 틈을 파고들 경우 한국 반도체 산업의 중장기 입지는 흔들릴 수밖에 없다.
성과급 요구 방식에 대한 논란도 커지고 있다. 노조가 요구하는 ‘이익의 일정 비율’ 방식은 호황기 성과 공유라는 명분이 있지만 반도체 산업의 투자 유연성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반도체는 불황기에 수조원대 적자를 감수하면서도 선제 투자를 이어가야 하는 산업이다. 이익의 고정 배분이 제도화되면 연구개발과 설비투자 재원이 압박받을 수 있다.
더 큰 파장은 산업계 전반으로 번질 수 있다. 이미 주요 대기업 노조를 중심으로 영업이익이나 순이익의 일정 비율을 성과급으로 요구하는 흐름이 확산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파업 압박에 밀려 요구를 수용할 경우 다른 기업에서도 유사한 요구가 봇물처럼 터질 가능성이 있다. 이는 대기업과 중소기업, 협력사 간 보상 격차를 더 벌리고 노동시장 이중구조를 심화시킬 수 있다.
이런 점에서 정부가 더 이상 관망만 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긴급조정권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76조에 따라 쟁의행위가 국민 생활을 위태롭게 하거나 국민경제를 현저히 해칠 우려가 있을 때 고용노동부 장관이 발동할 수 있는 제도다. 발동되면 30일간 쟁의행위가 금지되고 중앙노동위원회의 조정·중재 절차가 진행된다.
긴급조정권은 과거 대한조선공사, 현대자동차, 아시아나항공, 대한항공 조종사 파업 등 극히 제한적인 사례에서만 발동됐다. 그만큼 예외적 수단이다. 그러나 삼성전자 반도체 라인의 파업 리스크는 단일 사업장을 넘어 수출, 투자, 고용, 외국인 투자 신뢰, 국가 공급망 전략과 직결된다. 국가 기간산업의 안정성을 고려하면 정부가 긴급조정권 발동 가능성을 공개적으로 검토할 시점이라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노조의 권리와 성과 공유 요구는 존중돼야 하지만 국가 핵심 산업을 멈춰 세울 수 있는 파업은 그 파급효과도 함께 따져야 한다"며 "삼성전자 노사 갈등은 이제 기업 내부 문제가 아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AI 시대 반도체 주도권을 지킬 것인지, 내부 갈등으로 경쟁국에 기회를 내줄 것인지가 걸린 사안이다"이라며 "정부와 노사 모두 파업 이후의 비용을 냉정하게 계산해야 할 때다"고 부연했다.
※ 여러분의 제보가 인천과 경기를 변화시킵니다.
[제보] https://news.ifm.kr/com/jb.html
[구독] https://v.daum.net/channel/551718/home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경인방송을 구독해주세요!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