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리전트 아이웨어 /이미지=구글공식블로그
구글이 19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마운틴뷰 쇼어라인 앰피시어터에서 연례 개발자 콘퍼런스 '구글 I/O 2026'을 열고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이 직접 활용할 수 있는 인공지능(AI) 도구를 대거 공개했다. 챗봇 시대를 넘어 사용자를 대신해 작업까지 처리하는 '에이전트' 중심 전환을 선언한 가운데, 마케팅 자동화 툴 '포멜리(Pomelli)'와 24시간 작동하는 개인 비서 '제미나이 스파크(Gemini Spark)', 그리고 가격을 절반 이하로 낮춘 차세대 AI 모델 '제미나이 3.5 플래시(Gemini 3.5 Flash)'가 동시 발표되면서 국내 중소기업의 AI 활용 환경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순다르 피차이 구글 최고경영자(CEO)는 기조연설에서 "사람들이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제품에서 AI의 실질적인 가치를 직접 확인하고자 하는 'AI 사이클(AI Cycle)' 단계에 진입했다"고 선언했다. 구글은 이번 행사를 통해 '에이전틱 제미나이' 시대 개막을 공식화했다.
가장 주목할 발표는 신형 AI 모델 '제미나이 3.5 플래시'다. 이 모델은 응용 프로그램 인터페이스(API) 기준 입력 100만 토큰당 1.50달러(약 2,250원), 출력 100만 토큰당 9.00달러(약 1만 3,500원)에 책정됐다. 처리 속도는 경쟁사 프런티어 모델 대비 약 4배 빠르다. 캐나다 전자상거래 플랫폼 쇼피파이(Shopify), 호주 맥쿼리 뱅크(Macquarie Bank), 세일즈포스(Salesforce) 등이 이미 고객 온보딩 자동화와 데이터 분석에 적용 중이다. 저렴한 가격 덕에 자체 AI 서비스를 개발하려는 국내 중소 스타트업의 진입장벽도 한층 낮아질 전망이다.
중소기업·소상공인에게 가장 실질적인 변화는 마케팅 자동화 도구 '포멜리'의 확장이다. 포멜리는 구글 랩스(Google Labs)와 구글 딥마인드(Google DeepMind)가 공동 개발한 AI 마케팅 툴로, 사용자가 자신의 웹사이트 주소만 입력하면 톤·색상 팔레트·맞춤 폰트·이미지 스타일을 분석해 '비즈니스 DNA(Business DNA)' 프로파일을 자동 구축한다. 이 프로파일을 기반으로 인스타그램·페이스북 등에 올릴 브랜드 캠페인, 광고 카피, 제품 사진을 즉석에서 생성한다. 디자이너나 마케팅 전담 인력이 없는 소상공인이 광고대행사의 도움 없이도 일관된 브랜드 콘텐츠를 제작할 수 있는 셈이다.
다만 포멜리는 현재 미국·캐나다·호주·뉴질랜드에 이어 영국·유럽연합(EU)·아이슬란드·리히텐슈타인(Liechtenstein)·노르웨이·스위스까지 영어 서비스만 제공된다. 한국어 지원과 국내 출시 일정은 공식 발표되지 않았다.
24시간 작동하는 개인 AI 에이전트 '제미나이 스파크'도 공개됐다. 스파크는 구글 클라우드 전용 가상머신(VM) 위에서 사용자의 노트북·스마트폰 전원이 꺼져 있어도 백그라운드에서 끊임없이 작동한다. 지메일(Gmail)·구글 캘린더·구글 맵스 등에 흩어진 데이터를 종합해 여행 계획을 짜거나 매달 빠져나가는 구독료를 점검하고, 한정판 상품 재고가 풀리는 즉시 대신 예약 구매하는 식의 '에이전틱 브라우징(Agentic Browsing)'까지 수행한다. 1인 기업·프리랜서·소상공인에게 가상 비서 인력 채용 효과를 제공할 수 있다는 평가다. 베타 서비스는 다음 주부터 미국 내 '구글 AI 울트라' 구독자에게 먼저 제공된다.
다만 빛이 강한 만큼 그림자도 짙다. 구글이 검색창 자체를 생성형 사용자인터페이스(UI)로 전면 재설계하면서, 검색 트래픽에 의존해 온 국내 중소 쇼핑몰·블로그·콘텐츠 스타트업의 사업 모델이 위협받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다수 외신은 "구글이 'AI 개요' 기능으로 이미 검색 유입이 줄어든 상황에서 새 검색창과 생성형 UI 정보 에이전트까지 확대하면 외부 웹사이트 클릭이 더 감소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여기에 결제까지 자동화하는 AI 쇼핑 비서 '유니버설 카트(Universal Cart)'가 본격 보급되면 중소 이커머스 입장에선 노출 기회 자체가 줄어들 수 있다.
하드웨어 분야에서는 삼성전자·퀄컴(Qualcomm)과 협력해 개발한 '안드로이드 XR(Android XR)' 기반 스마트 안경이 공개됐다. 미국 안경 브랜드 워비파커(Warby Parker), 한국 럭셔리 브랜드 젠틀몬스터(Gentle Monster)가 디자인 파트너로 참여했다. 오는 7~8월 갤럭시 Z 폴드 8·플립 8 출시 시점에 맞춰 글로벌 출시될 예정이며, 기본 모델은 379~499달러, 고급 모델은 600~900달러 가격대다. 국내 안경·액세서리 중소기업에는 새로운 부품 공급망 진입 기회가 열린다는 분석이 나온다.
사미르 사맛 구글 안드로이드 생태계 부문 사장은 "에이전트형 제미나이의 시대를 맞아 안드로이드는 이용자의 의도를 행동으로 옮겨주는 더욱 강력한 인텔리전스 시스템으로 진화하고 있다"며 "이용자는 화면을 들여다보는 시간을 줄이고 대신 진짜 좋아하는 일에 더 많은 시간을 쓸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이번 발표가 한국 중소기업 환경에 양면적 영향을 줄 것으로 본다. AI 도입 비용이 빠르게 떨어지면서 마케팅·고객응대·데이터분석 자동화 진입장벽은 낮아지지만, 자체 AI 역량을 갖추지 못한 중소기업과 그렇지 못한 기업 간 격차는 오히려 벌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국어 지원 일정과 국내 데이터 처리 규제 적합성도 향후 SMB의 채택 속도를 가를 변수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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