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오전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전광판에 실시간 코스피가 표시돼 있다. 연합뉴스
중동발 지정학적 리스크로 시장이 흔들릴 때마다 “코스피 다시 박스피로 돌아가는 것 아니냐”는 질문이 반복된다. 하지만 이번에는 조금 다르다는 분석이 나왔다. 단기 충격에 따른 등락은 이어질 수 있지만, 시장의 구조적 레벨 자체는 이미 한 단계 올라섰다는 진단이다.
흔들리는 장, 그런데 “예전 3000 박스피는 아니다”
13일 코스피는 미국·이란 종전 협상 결렬 소식에 2%대 하락 출발했지만, 이후 낙폭을 줄이며 빠르게 회복 흐름을 보였다. 이처럼 전쟁, 유가, 외교 변수에 따라 시장이 출렁이는 모습은 익숙하지만, 시장 내부 구조는 과거와 달라졌다는 평가다.
신한미래전략연구소가 12일 내놓은 ‘한국 주식시장 구조 전환을 위한 조건’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코스피 상승세는 정부의 밸류업(기업가치 제고) 정책과 인공지능(AI) 기반 반도체 슈퍼사이클이 결합된 결과로 분석된다.
보고서는 밸류업 프로그램이 코스피 지수를 약 1000포인트 끌어올린 것으로 추정했다. 실제로 코스피 상장사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은 정책 시행 이전 0.85배에서 이후 1.4배로 상승했으며, 이 가운데 반도체 업종이 0.35배, 밸류업 정책이 0.2배 상승에 기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연구소는 “밸류업 정책의 효과로 코스피 지수 저점 자체가 구조적으로 상향됐다”며 “과거 1500~3000포인트 박스권으로 회귀할 가능성은 낮다”고 평가했다.
“문제는 상승이 아니라 지속성”...반도체 의존도 높아
삼성전자·SK하이닉스. 연합뉴스
다만 단기 시장 흐름은 여전히 외부 변수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모습이다. 13일 코스피는 미국과 이란 간 종전 협상 결렬 소식에 오전 9시 22분 기준 코스피는 전장 대비 74.86포인트(1.28%) 하락한 5784.01에 거래됐으며, 장중 5810선까지 회복하는 등 변동성을 보였다.
이는 호르무즈 해협 개방 문제와 이란 핵 문제 등을 둘러싼 이견으로 협상이 결렬되면서 투자 심리가 위축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반도체 대형주를 비롯해 대부분 업종이 약세를 보인 가운데, 일부 방산 등 반사수혜 업종만 강세를 나타냈다.
보고서는 코스피가 과거 박스권으로 돌아가지 않는 것과 추가 상승이 이어지는 것은 별개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중장기 상승 흐름을 위해서는 구조적 조건이 충족돼야 한다는 설명이다.
구체적으로 △이익 변동성 축소 △장기투자 문화 정착 △신성장 동력 발굴이 핵심 과제로 제시됐다.
이익 구조 측면에서는 반도체 등 경기 민감 업종 의존도가 높다는 점이 문제로 지목됐다. 현재 코스피 영업이익의 약 40%가 IT·반도체에 집중돼 있어 업황 변화에 따라 이익과 주가 변동성이 크게 확대되는 구조다. 이에 따라 기업들의 사업 포트폴리오 다변화와 비핵심 사업 정리를 통한 체질 개선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사업 포트폴리오 재편에 나선 기업군은 2019년부터 2025년까지 평균 주가 수익률이 134.4%를 기록한 반면, 기존 사업 구조를 유지한 기업군은 같은 기간 -12.5%에 머무른 것으로 나타났다.
“밸류업으로 높아진 ‘저점’…추가 상승은 구조에 달렸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달 18일 청와대에서 열린 자본시장 안정과 정상화 간담회에 참석한 모습. 연합뉴스
수급 구조 역시 개선 과제로 꼽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개인투자자의 평균 주식 보유 기간은 약 9일에 불과하며, 고위험 단기 투자 성향이 강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소는 “단기매매 중심의 수급 구조가 코스피의 구조적 저평가를 고착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퇴직연금 적립금 확대와 실적배당형 상품 증가 등을 통한 장기 자금 유입이 필요하며, 금융회사의 역할 확대도 요구된다고 분석했다.
성장 동력 측면에서는 반도체 이후 산업 구조 전환이 중요 과제로 제시됐다. 보고서는 차세대 성장 분야로 에너지(SMR·재생에너지), 배터리(전고체·ESS), 자동차(SDV·자율주행), 바이오(AI 신약개발), 방산·조선 등을 꼽았다. 특히 기술과 산업 초기 단계에서 금융 지원이 결합돼야 지속적인 성장 기반을 마련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연구소는 “국내 주식시장은 단기적으로 외부 변수에 따른 변동성을 피하기 어렵지만, 밸류업 정책으로 높아진 지수 하단은 과거와 다른 수준”이라며 “기업 체질 개선과 장기 투자 문화, 신성장 산업 육성이 병행될 경우 코스피의 추가 상승과 중장기 우상향 흐름도 가능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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