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수로해체연구소 부지 내 198억 투입해 2029년 준공... 고방사선 극한 환경 속 로봇 신뢰성 검증하며 SMR 산업과 연계한 글로벌 원자력 거점 도약 노린다
로봇실증센터가 들어설 중수로해체연구소 조감도.[사진=경주시]
[이뉴스투데이 대구경북취재본부 정창명 기자] 대한민국 원자력 산업의 심장인 경주가 이제 ‘원전의 마침표’라 불리는 해체 산업의 기술적 완성도를 높이는 핵심 기지로 거듭난다.
경주시는 기후에너지환경부 주관 ‘방사선환경 실증기반 구축’ 공모사업에 최종 선정되어 작업 로봇의 신뢰성을 검증할 로봇실증센터 설립에 본격적으로 나선다.
이는 경주가 단순한 전력 생산지를 넘어 원전의 전 생애주기를 관리하는 첨단 기술 도시로 진화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중요한 변곡점이다.
이번 사업은 오는 2029년까지 4년간 국비 124억 원을 포함해 총 198억 원이 투입되는 대규모 프로젝트다.
(재)한국원자력환경복원연구원이 주관하며, 양남면 나산리에 위치한 중수로해체연구소 부지 내에 1,500㎡ 규모의 실증 시설을 조성한다.
오는 6월 완공을 앞둔 중수로해체연구소와의 시너지를 극대화해 원전 해체 기술의 상용화를 앞당기겠다는 계산이다.
로봇실증센터의 핵심 임무는 고방사선이라는 극한 환경에서 작업 로봇이 오작동 없이 안정적으로 성능을 발휘하는지 시험하고 평가하는 것이다.
원전 해체 현장은 인간의 접근이 불가능한 고방사능 구역이 많아 로봇의 역할이 절대적이지만, 강한 방사선은 전자 부품의 고장을 유발하는 원인이 된다.
센터는 이러한 장비의 신뢰성을 사전에 검증함으로써 해체 공정의 안전성을 확보하고, 예상치 못한 장비 고장으로 인한 천문학적인 비용 증가를 차단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경주는 이미 한국수력원자력 본사, 월성원전, 한국원자력환경공단 등 원자력 관련 핵심 기관이 집적된 최적의 인프라를 갖추고 있다.
시는 이번 센터 구축을 발판 삼아 원전 해체 공정의 자동화와 지능화를 추진하는 한편, 소형모듈원자로(SMR) 등 차세대 원전 기술과 연계한 산업 생태계를 확장할 계획이다.
또한 전문 인력 양성 프로그램을 병행해 지역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을 청년 일자리 창출에도 매진한다는 방침이다.
최혁준 경주시장 권한대행은 로봇 실증 기술이 상용화되면 원전 해체의 안전성과 효율성이 획기적으로 향상될 것이라며, 축적된 기술을 바탕으로 경주가 글로벌 원자력 산업의 핵심 거점으로 도약할 수 있도록 모든 행정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강조했다.
원전은 짓는 것만큼이나 안전하게 허무는 것이 중요하다. 그동안 우리 원전 산업이 ‘건설과 운영’이라는 앞면에 치중했다면, 이제는 ‘해체와 복원’이라는 뒷면의 가치에 주목해야 할 시점이다.
경주가 로봇 실증 기술을 선점한 것은 매우 영리한 선택이다. 방사선 환경에서의 장비 검증 기술은 글로벌 시장에서도 진입 장벽이 높은 고부가가치 분야이기 때문이다.
다만 시설 구축보다 중요한 것은 이를 운영할 소프트웨어와 인재의 확보다. 로봇실증센터가 단순히 장비를 테스트하는 실험실에 머물지 않고, 관련 스타트업들이 모여들어 기술을 혁신하는 ‘개방형 혁신 거점’이 되어야 한다.
경주의 천년 역사 위에 들어서는 최첨단 원자력 로봇 기술이 지역 소멸의 위기를 극복하는 든든한 방파제가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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